'스타니슬라브 장'에 해당하는 글 1건





80여년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의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 하나안 " 은 고려인 4세 박루슬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4명의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이 마약과 관련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실제 고려인들의 생활은 다민족 국가인 우즈벡에서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단지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암묵적으로 팽배해졌던 상황에서 소수민족이 겪는 척박한 세상의 모습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고 한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모두 실제 우즈베키스탄 출신인데다, 영화 스토리의 대부분이 주연인 "스타니슬라브 장"의 실제 얘기인지라 많은 부분에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실제로 스타니슬라브 장은 주차장 관리인에서 출발해 경찰이 된 인물이라고 한다. 주연배우가 연기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이나, 감독이 주인공의 실제 삶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집필했고, 오랜 시간 친구사이여서 즉흥적인 대화만으로도 영화에 필요한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 촬영의 대부분이 현지에서 이뤄지고, 우즈베키스탄의 자연환경도 볼 수 있어 리얼리티가 전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감독의 꼼꼼한 연출이나 연기자의 모습에서 묻어나는 생생함도 영화의 맛을 더한다. 주인공인 스타쓰(스타니슬라브 장)가 마약에 중독되어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는 장면의 경우, 화면 외에도 소리를 들어보면 내내 킁킁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약중독자들의 경우, 콧물을 자주 흘린다고 들었는데, 주인공 스타쓰가 그 장면 외에는 콧물 흘리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과 그 다음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주인공이 서서 조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볼 때, 마약 중독자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감독이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고 볼 수 있겠다. 많은 장면에서 감독은 마약중독자들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가끔 화면 촛점이 문제를 일으켜 애를 먹이곤 하지만, 주인공이 마약을 끊기 위해 산에서 생활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자연의 풍광은 제법 분위기가 있다. 키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벌겋게 달아오른 산자락을 보고 있으면 이국적이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다. 




"하나안 ( Hanaan ) "은 성경에 나오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러시아식으로 쓴 말 ( XAHAAH ) 이라고 한다. 이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 스타쓰가 치러야 할 댓가는 어느 정도나 될까? 우즈베키스탄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들어온 한국에서조차 믿을 수 없는 세상과 또다시 마주친 스타쓰의 마지막 모습에서 신기루보다 낯선 희망을 찾는 이들의 먹먹함이 느껴진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