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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저/김석희 역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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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32살에 쓴 존 르 카레(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의 대표작답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1974)의 조지 스마일리가 잠깐씩 등장해 주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는데, 주인공 앨릭 리머스와 영국 첩부부 간의 기가막힌 반전들은 이 책이 왜 첩보소설의 명작에 나란히 설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심리첩보물의 한 전형으로 삼을 수 있을만큼 구성이 뛰어나고,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낼 만큼의 드라마가 들어있다.

 

소설은 독일 지역에서 첩보라인을 지휘하던 주인공 앨리 리머스가 "문트"라는 동독의 실력자에게 무참히 궤멸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남은 요원 하나가 끝내 베를린 장벽을 넘지 못하고 리머스가 보는 앞에서 살해당하고,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컨트롤(관리관)은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며, 그의 복수심을 자극하고 리머스 역시 "문트"를 파괴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모든 일을 감수해가며 공작에 들어간다. 리머스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

 

제목에서부터 내용까지 중의적이면서도 아이러니가 가득한 이 소설은 냉전시대나 당시의 영국을 잘 표현한다고 한다. 전체를 위한 개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대한 지루한 반복일수도 있겠지만, 개인을 희생시키는 이데올로기 사회가 역사의 주역이었던 시대를 잘 보여준다. 개인이 도구가 되고, 사랑이 도구가 되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감내하지만 끝내 외면하지 못한 한 여인과 마지막을 함께 한다.

 

주인공 앨릭 리머스와 리즈 골드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며, 신념, 불안, 혼란, 갈등이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대충돌과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후반부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훌륭한 솜씨다. 길지 않은 분량에 간결한 전개들 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함축시켜 놓을 수 있구나 하면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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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저/고정아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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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슈뢰딩거의 고양이..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 하드보일드 " 스타일의 소설을 접했다. " 하드보일드 " 의 정확하게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설정과 전개들을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소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 몰타의 매 " 는 1928년을 배경으로 유능한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 ( 샘 스페이드 ) 가 겪은 복잡미묘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하드보일드 소설 장르는 대개 탐정소설이며 범죄, 폭력, 섹스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 몰타의 매 " 에서도 그 장르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시작부터 불쑥불쑥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어 캐릭터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자 최대의 재미다.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과 비교해 보자면,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모습을 표현할 때 감정적인 묘사를 넣어 독자가 눈치챌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드보일드의 특성상 이 소설에서는 담백한 정밀묘사일 때가 많다. 가끔 손이 떨리거나 인상을 쓰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는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 확정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 이게 " 몰타의 매 " 가 보여주는 매력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샘 스페이드가 정말 브리지드 오쇼네시를 정말 사랑했을까 의심될 정도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대사를 보면 사랑했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진실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스페이드가 오쇼네시도 다른 캐릭터들처럼 다루고 있다는 가정하에 소설들의 주요 내용을 떠올려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단지 둘이 더 오래 같이 있었기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건 당연하지만, 스페이드는 각 캐릭터들과 따로 있었을 때는 언제나 자연스레 그들을 위하는 척 하는 일관성을 보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스페이드는 과연 누굴 위해 의뢰를 수행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몰타의 매 " 는 험프리 보가트가 등장한 영화로 먼저 알게 됐다. 오래 전에 재밌게 본 명작영화였는데, 그 재미를 다시 떠올려 보고픈 마음에 읽었다가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느낀 경우다. 영화에서보다 여주인공의 팜므파탈적인 강렬함과 혼돈이 짙게 다가왔다. 그런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다룬 탐정의 냉철함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라는 말이 있다. 상자 안의 고양이가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알 수 없으니 확정할 수 없고, 어떤 상태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게 하드보일드 소설,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재미를 귀뜸해주는 것 같다. 캐릭터의 속내를 끊임없이 추측해야할 뿐 전혀 확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는 대실 해밋의 연보와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이 충분히 곁들여져 있어 오래 전의 명작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 


참고로, 1920년대에 " 핑커턴 " 이라는 미국 최대의 탐정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 3:10 투 유마 " ( 2007 ) 라는 웰메이드 서부극에서 악당 밴 웨이드 ( 러셀 크로우 분 ) 가 지긋지긋해하는 단체로 언급했는데, 그때부터 궁금해했었는데 마침내 여기서 지은이인 대밋 해실이 20대 때 입사한 탐정회사란 걸 알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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