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에서 영화화됐고, 스웨덴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끌려 읽게 됐는데, 아주 재밌고 추천할 만한 스릴러 소설이었다. A5 크기의 400 여쪽 두 권 분량인데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주인공이 성공(?)한 바람둥이 인텔리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 스티그 라르손 " 이라는 작가는 평생 일상의 폭력에 대해 투쟁해 온 강직한 언론인이었다는데, 아쉽게도 밀레니엄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은 1부이고, 원래는 10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한다. 2부는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 , 3부는 "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다. ) 

여자를증오한남자들.1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스티그 라르손 (뿔,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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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사연이 나와있다는 점이다. 반파시스트로 활동하면서 반대파의 암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렸기에 " 에바 가브리엘손 " 이라는 여성과 32 년간 사실혼 관계만 유지한 채 살아오다가 40 대 후반 노후 보장 차원에서 장편 추리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저자의 사후 스페인 사법총평회의에서 수여하는 ' 성폭력반대상 ' 을 대신 받기도 했다. 

지은이의 약력에서도 보듯이 소설은 다분히 여성옹호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전체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인 미카엘이 이끌고 있지만, 실제적인 해결사 역할은 여자 주인공인 리스베트가 맡고 있다. 2부와 3부에서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부수와 저자의 수입으로 추측해 보면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도 꽤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이 분명한데, 아마 뚜렷한 주제의식과 고민, 그리고 통쾌하고 행복한 결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 전개도 흡입력있고, 스웨덴의 사회의식과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재밌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스웨덴 역시 엽기적인 사회문제들이나 일상의 폭력, 성폭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은 아니었다. 그런 문제들에 꿋꿋이 대처해 가는 이들이 있기에 성숙한 사회가 된 것 같다. 


( 1권 ) 프롤로그 - 11월 1일 금요일 
 

1. 인센티브 - 12월 20일부터 1월 3일까지 
스웨덴 여성의 18 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2. 결과의 분석 - 1월 3일부터 3월 17일까지 
스웨덴 여성 중 46 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잇다. 


( 2권 ) 

3. 합병 - 5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스웨덴 여성 중 13 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4. 적대적 인수 - 7월 11일부터 11월 27일까지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 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 결산: 11월 27일 목요일부터 12월 30일 화요일까지 



크게 4 개의 단락과 그 아래 소단락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기간을 제목으로 삼고 있다. ( 단락은 별도의 부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 1년남짓의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을 시간순으로 서술했는데, 왜 시간을 기준으로 단락을 정했는지는 의문이고, 궁금하지만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서스펜스와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재미와 더불어 스웨덴이라는 복지국가의 생활상, 문화를 어렴풋이 상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의 월수입, 집가격 등등을 실제로 연상해 보면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이 생소함을 느낄 수 있다. 왜 그 수입에 그 정도 벌금이 센건지, 기자의 수입으로 어떻게 집과 빌라를 유지할 수 있는지 완전히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스웨덴은 그런 식의 생활이 가능한 모양이다. 압권인 건 주인공 미카엘의 감옥생활이다. 이렇게 행복한 감옥생활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미국,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인듯.. 

낯선 스웨덴에 관한 간단한 설명들이 있길래 몇 개 기록해 둔다. 

세포 : 스웨덴 국가 안보 기관으로 대간첩 활동. 대테러 활동 등 특별 범죄를 담당하는 스웨덴의 특별 경찰이다. 



감라스탄 ( Gamla stan ) :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구시가지이다. 감라스탄의 중심은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인데, 광장 양쪽의 좁은 길에는 13 ~ 19 세기의 오랜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광장 북쪽에 1776년 세워진 증권거래소의 맨 위층에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뽑는 스웨덴 아카데미 본부가 있다. 



여주인공 리스베트가 사용하는 인터넷 상의 닉네임인 ' 와스프 ( wasp ) ' 는 영어로 말벌이라는 뜻과 함께 미국에서는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라는 뜻도 있는데,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계층을 가리키기도 한다.


오리엔티어링 ( orienteering ) :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목표 지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가는 스포츠다. 

( 이건 그냥 스포츠인데, 기회가 되서 기록해 둔다. ) 

스와스티카 ( swastika ) : 만 ( 卍 ) 자 모양을 뒤집어 기울여 놓은 모양으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다. 갈고리 십자가라는 의미에서 하켄크로이츠라고 불리기도 한다. 

( 스웨덴에도 의외로 파시스트나 인종주의자들이 많은 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 

지은이를 닮은 남자 주인공 미카엘과 우리나라에서도 " 말괄량이 삐삐 " 로 유명한 캐릭터에서 따온 여자 주인공 리스베트의 로맨스는 뜸들인 것에 비하면 허무하게 정리됐는데, 아마 그 후의 얘기가 있을 것 같다. 

남자, 여자 그리고 성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을 법한 소설인데, 이눔의 바람둥이 주인공은 여자에 대해 실패를 모른다. ㅋ 게다가 40대에서 50대 후반의 여자와 육체적, 정신적 관계를 잘 유지하는 스타일로 나오는데, 여주인공 리스베트만 20 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자유분방한 성개념을 가진 나라가 좋은 건지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받쳐 주려면 분명 그에 걸맞는 교육수준과 문화가 받쳐줘야 한다고 본다. 스웨덴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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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대부 ( The Godfather ) " 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사에서도 뛰어난 가치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갱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나 역시 " 대부 " 를 볼 기회가 되면 항상 반복해서 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알고 싶고, 더 재밌게 즐기고 싶어 원작소설도 보게 됐다. 소설 " 대부 " 는 영화 " 대부 " 못지 않게 재밌게 색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에서 잘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더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멋진 대사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변주되었던 부분을 비교해 보는 재미 역시 놓칠 수 없다. 

이렇게 " 대부 " 를 두 번 즐기고 난 후에도 또다르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바로 " 대부 시나리오 & 제작노트 " 다. 영어 원제는 " THE GODFATHER : THE COMPLETE ANNOTATED SCREENPLAY " 보인다. 


대부시나리오제작노트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영화
지은이 마리오 푸조 (늘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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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내용은 영화 시나리오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관련 에피소드들과 요점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마리오 푸조가 함께 작업한 최종 원고, 즉 프리-프러덕션 드래프트 혹은 슈팅 스크립트인데, 공식적으로는 1971년 3월 29일에 탈고된 '제3고'Third Draft다. 여기에 시나리오의 발전 과정, 다양한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1972년에 개봉된 영화에서 보이는 재편집 과정들을 덧붙였다. - 7쪽 발췌.


제작과정을 간단하게 보자면, 영화제작을 목적으로 마리오 푸조가 " 대부 " 라는 소설을 쓰게 됐는데,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파라마운트사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자 영화제작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단다. 그럼에도 당시 제작진이나 감독인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다소 회의적이었는데, 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특유의 고집과 열정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는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가 직접 기록한 " 대부 노트북 " 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 대부 노트북 " 중 몇 장이 사진으로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소설, 제작노트가 모두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 특히 제작노트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의도와 고민도 여러 곳에서 그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영화를 만들면서 겪게 되는 난관들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만 즐길 수 있었지만, 제작노트에서는 배우들의 익살과 황당함, 그리고 미덕도 엿볼 수 있다.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가 팬티를 벗고 엉덩이를 까는 장난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까? ( 정말 놀라기도 했지만, 어이없이 한참을 웃어댔다. ^^;; ) 


그밖에도 아주 많은 재미난 사실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 ( Godfather ) 라는 단어가 원래부터 마피아의 두목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고 한다. 

내가 [대부]를 발표하기 전에는 그 어떤 마피아 멤버들도 '대부'라는 호칭을 그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런 뜻으로 부르지 않았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친구들 모두를 '대부' Godfather 혹은 '대모'Godmother 라고 부르지요. 그건 마치 미국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친구들을 '이모'Aunt 혹은 '삼촌'Uncle 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들이 실제로 이모나 삼은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 그런데 이제는 마피아들이 '대부'라는 단어를 씁니다. 모든 사람들이 '대부'라는 말을 쓰지요. 
- 마리오 푸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에서 방송도니 테리 그로스와의 인터뷰에서, 1996년. 




당시 상황설명들을 보면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엿볼 수 있는데,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자체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촬영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면 ( 감독이 만드는 것보다 )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든, 어떤 세트장이든 그렇다. 심지어 전기 담당 노동자들까지. - 코폴라 2007년




" 대부 " 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려면 이 시나리오 노트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칼라사진들만 봐도 영화장면의 대부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책의 품질과 구성이 좋다. 게다가 그간 접하지 못했던 정말 다양하게 특이한 사실들이 "대부"의 재미를 한층더 풍성하게 해준다. 예를 들자면, 프랜시스 코폴라는 영화제작을 너무 가족끼리 해먹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는 데, 읽어보면 아주 많이 해먹긴 했다. ^^;; 심지어 대부 1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례받는 아기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였다. 커서 대부3에 출연했고, 괜찮은 영화감독이 됐다. (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를 재밌게 봤다. ) 

음.. 솔직히 너무너무 재밌게 본 영화관련 서적인데 뭐라 표현력이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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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부세미가 주연을 맡은 " 보드워크 엠파이어 " ( Boardwalk Empire ) 라는 갱스터물의 미국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이 드라마의 바탕이 된 책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됐다. 애초에는 이 미드를 좀 더 재밌게 즐기는 것만이 목적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초기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모습에서부터 우리나라에 반영되어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환상과 정치적 흐름들도 엿볼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 동부의 아틀랜틱 시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부터 현대의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황무지같던 한 도시가 어떻게 성장하고, 번영했으며, 어떻게 몰락했다가 다시 추스리고 부침을 더해가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단지 미드에 종속해서 서술하지 않고, 한 도시의 역사서 수준으로 끌어올려 통찰력있는 메시지와 정치의 세계를 정리해주고 있어 아주 읽어볼 만 하다. 

이 소도시를 찾아온 사람들이 성경을 읽고 싶어했다면 성경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경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술과 여자와 도박을 원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주었다. - 머레이 프레더릭스



스티브 부세미가 주연한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는 이런 아틀랜틱 시티의 절대 권력자였던 " 이넉 ' 너키 ' 존슨 " 을 모델로 극화한 것이라 미드와 역사적 사실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드에 등장하는 너키의 아버지는 아주 가난했지만, 역사 속의 너키 아버지는 도시의 보안관으로 어느 정도 권력자였고, 너키는 이런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충실하게 정치수업을 쌓았다. 물론 실제 너키와 스티브 부세미는 외모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는데, 스티브 부세미는 연기력으로 이를 충분히 메꾸고 있다.

보드워크엠파이어어느휴양도시의역사를통해본자본주의의빛과그림자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넬슨 존슨 (황소자리,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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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틀랜틱 시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부터 다루기 시작한다. 미드에서는 이미 쇠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코모도 ( commodore. 영어에서 '준장' 계급을 의미 ) 킹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너키에 대한 부분도 기대만큼 아주 많이, 그리고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틀랜틱 역사상 가장 흥성했던 시절의 절대 권력자였던만큼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애틀랜틱시티는 화려한 볼거리,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정치, 화류계 여성들, 은밀한 뒷거래가 난무하던 타락한 도시이자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전개되는 진짜 커뮤니티이기도 했다. 아이디어와 문화가 용광로처럼 끓어넘치던, 그야말로 진짜 미국인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었다. -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제작자 겸 시나리오 작가 터런스 윈터


조너선 피트니라는 의사가 부자들의 휴양지로 계획해서 철도를 끌어오면서 시작된 환락의 도시 아틀랜틱 시티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만한 점이 많다. 뚜렷한 자원이 없기에 철도가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휴양지로의 개발에 전력투구할 수 밖에 없었고, 저렴한 노동인력으로써 아프리카계 미국인 ( 흑인 ) 들의 유입이 있었으며,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대놓고 욕망과 부패의 도시가 되어 전성기를 맞게 된다. 금주법이 해제되고, 철도보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아틀랜틱의 정치와 뒷골목을 유지하던 조직들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가라앉았다가 카지노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오늘날의 우리나라 정치와 비교해 보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왜 그곳에서 개혁가들이 실패했는가, 선거가 어떻게 민주주의 근간이 아닌 승부의 세계가 되버리는가와 함께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시간적 배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에 다른 부분도 많지만, 사람이 모여 정치체계, 정치적 장치들이라는 게 형성됐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볼 만 하다. 

덧붙이기 :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미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철도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데, 이 책을 보면 실제로 너키가 활약하던 시절에 철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드워크 ( Boardwalk ) 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판자대기로 된 대로를 가리키는 말인데, ( 상가가 늘어선 거리 ) 바닷가 휴양지에 놀러온 이들이 상점에 들어가기 전에 모래를 털어버리고 올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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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흥행에 성공한 " 인간시장 " 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 장총찬 " 이란 청년이 산에서 무술을 익혀 고수가 된 후, 세상에 내려와 온갖 불의와 맞서 싸우는 스토리인데,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악이 실제 현실의 각종 비리와 비슷했고, 워낙 통쾌하게 무찔렀기에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 " 장총찬 " 캐릭터의 원래 이름이 " 권총찬 " 이었는데, 검열에 막혀 " 장총찬 " 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주진우 기자의 " 주기자 " 를 읽으니 " 권총찬 " 이 그리워졌다. 

" 인간시장 " 은 소설이었기에 묵은 체증을 쓸어내듯 신나게 그려낼 수 있었지만, "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주기자 " 는 신문기자의 불타는 취재연대기이기에 팩트와 분석이 있을 뿐이다. 언제나 있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이렇게 규모가 클 줄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주기자:주진우의정통시사활극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주진우 (푸른숲,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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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아 좋고, 일목요약해 좋고, 팩트여서 좋다. 이기기 위한 감언이설이 없어 좋고, 비겁한 척 하지 않아 좋고, 구슬프지 않아 좋다. 사회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세상의 병폐들, 비슷한 패턴들, 총체적 문제들이 뭔지 알려줘서 좋다. 

답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갑갑하지 않은 책은 별로 없다. 실제 활극이 없으면서도 머리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소설 속 권총찬은 사람들을 쥐고 흔들만한 무술실력이라도 있었지만, 주기자에게는 글쓰는 팬과 정보원이 전부다. 이 사람 제명대로 살 수 있을까? ㅎ

실제 확인했을 팩트들의 100분의 1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 메시지만은 강렬하다. 우리 모두는 약자다. 언제 밟혀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에 살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우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는지 의문이다. 주기자는 말한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고.. 

간만에 감동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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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자가 지은 메이저리그 관련 서적 중 괜찮은 책이 나왔다. 140년 미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기억될만한 야구인들 74명을 모아 인물열전식으로 서술한 책이다.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거나 간단한 기록이나 기사는 살펴보는 편이고, 서양 저자들이 지은 야구관련 서적을 몇권 읽었던 수준에서 보자면 메이저리그 입문서나 야구입문서로 보기는 어렵고, ( 기록이 가지는 의미나 용어들이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 이미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시작해서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느껴지면 아주 읽어볼만하다.

크게 8 장으로 구분해서 각 소주제에 걸맞는 야구선수나 관련자들의 일대기를 비교적 짧게(?) 서술해 놨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각 인물에 대한 서술은 기자출신답게 일목요연하고 군더더기없게 요약되어 있고, 적절한 에피소드들이 읽는 이에게 메이저리그의 풍성한 감동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는 5분의 1 정도나 낯선 인물이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얘기도 제법 알게 되서 즐거웠다. 

책은 메이저리그의 긍정적인 부분과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담겨진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어,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트 로즈는 아마 위대한 경기력을 뒤로 하고 은퇴한 뒤, 도박 문제로 제명된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인물들은 모두 빠져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 관련 선수들은 무조건 빼버렸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야구나 메이저리그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필요한데, 빌 제임스라는 야구통계에 관한 선구자와 야구기록을 표시하는 용어들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인물소개 중 선수의 야구관련 기록에 관해 꼭 몇페이지씩 할애하는데, 74명이나 되다보니 나중에는 지겨워지기도 한다. 의례적인 가정사 역시 비슷하다. 

메이저리그레전드미국프로야구140년전설이된야구인이야기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지은이 김형준 (한스컨텐츠,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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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사에 남아있는 명언들을 선수의 삶과 비교해 들려주는 게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선수나 경구가 좀 더 피부에 와닿는다. 모두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건 분명하다. 

8장 우리시대 레전드에서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 선수가 등장하는데, 좀 납득하기 힘들다. 박찬호 선수가 우리나라 기준으로 분명 훌륭한 선수이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보통 이상임은 분명하지만, 이곳에 나열한 인물들과 비교해 레전드급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이나 라틴계, 유대계 선수 중 레전드급 선수와 비교해 보면 박찬호 선수는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 없다. 우리나라 책이니 박찬호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지만, 책 제목이 " 메이저리그 레전드 " 라면 약간 갸웃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2만원대 가격, 블로그 포스팅들을 잘 재구성 및 수정해서 책으로 만들어 낸 점, 정말 깨알같은 재미들로 인해 추천할 만한 책이 됐다. 




지은이 김형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enerlst 


베이스볼 레퍼런스
http://www.baseball-refer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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