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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 " 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찾아보니 원작소설이 있었고, 오래 전(?)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해 두었던 책이란 걸 알았다. 그간 어려운 책(?)들을 너무 많이 읽어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머리나 식힐 겸 잡았는데, 틈나는대로 계속 읽게 되는 크라임 픽션이었다.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답게 재밌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 꽤 재밌다는 평가가 조금 우세해 보인다. - 소설에서는 여러 암시와 복선들이 깔리고 뒷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좋았던 건 그런 복선이나 암시를 비교적 쉽게 눈여겨 보게 되고 드러나는 순간,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거다. 뭔가 있겠구나 싶었던 건 거의 다 뒷부분에서 드러난다.

미국 법체계에 대해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이런 내용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게임의 법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고, 그 속에서 권력과 과시욕을 한껏 드러난다. 주인공의 과시욕은 언뜻 이런 분위기의 일면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아버지에 대한 열등의식일 것으로 추측한다. ( 미국 영화에서 흔히 있는 설정 아닌가? ) 주인공이 링컨 컨티넨탈이라는 고급 차종을 여러 대 가지면서 과시하는 모습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훌륭한 변호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과 돈벌이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쉽게 엿볼 수 있다.


소설의 가장 메인 테마는 " 변호사가 두려워 하는 건 진짜 무고한 의뢰인을 만나는 것 " 이라는 설정이다.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변호사라는 건 법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변호사가 무고한 사람을 의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미 닳고 달은 주인공은 그렇다치더라도 소신껏 성실하게 살았던 그의 아버지까지도 그런 두려움을 가졌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 테마는 미국 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 무고한 사람을 만났음에도 그들은 미국 법체계 내에서는 이들도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너무 알고 있기에 잠재적인 보호의식이 작용한 한마디다.

결국, 주인공은 돈벌이때문에 대박을 물었다가 진실을 알게 되고, 다가오는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힘껏 맞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의리나 변호사로써의 소명의식 같은 것들을 깨닫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원작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소설로 보아 몇 개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꽤 웰메이드한 작가로 보인다.
번역을 맡으신 조영학님은 여러 소설에서 봤는데, 주로 미국 인기 소설들에서 본 듯 하다. 이제는 이분의 번역이라면 신뢰하고 본다.

링컨차를타는변호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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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감독 브래드 퍼만 (2011 / 미국)
출연 매튜 매커너히,라이언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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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 소설 속에서 서로 다른 사건을 맡은 형사들 간에 정보가 공유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복선으로 주인공은 자학적이고 뼈있는 농담을 남긴다. 설명하자면 한 형사에게 변호사를 놀리는 재미있는 농담을 자조적으로 들려주고 다른 형사를 통해 그 농담을 다시 듣게 되어 두 형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과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들어가있고 관객들은 눈치챌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던 장치였다.

덧붙이기 :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캐스팅이 꽤 잘 된 것 같았다. 주인공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법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라이언 필립은 착한 외모를 가진 건 악당 의뢰인과 맞는데, 180 센티의 큰 키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각자의 역할에 어울려 보인다. 주인공의 첫번째 전처는 소설 속에서도 매력적인데, 마리사 토메이가 어울려 보인다.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덧붙이기 : 주인공은 중간에 자신의 수사관이 죽었을 때, 갑자기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소설 앞부분에 " 브루노 " 라고 한번 언급됐지만, 주인공은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그가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억해 내려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수사관을 꽤 소중하게 여겼다고 추측했다. 뒷부분에서는 그의 복수가 가미된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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