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영화소재로 잘 등장하지 않는 성인 남성들의 " 우정 " 에 대해 코믹하게 표현한 영화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장애인과 빈민층이라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배경에 깔고, 모든 환경과 취향이 양극단인 두 인물이 묘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인도 영화 " 세 얼간이 " 에 비해서는 코메디가 다소 덜한 편이지만, 억지스런 면이 덜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독일 영화 "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 " 와 미국 영화 " 버킷 리스트 " 의 언저리 쯤에 가깝다. 은근한 감동을 바탕에 깔고, 유쾌하게 만나간다.

영화는 제법 볼만하게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극장가에 어느 정도 몰린 후에 못 본 사람들이 꾸준히 한가한 시간에 자주 찾게 된다.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든 즐길 수 있고, 대개 한가해서 영화보려고 검색해 보니 수작이었네 하는 정도로 예상된다. 아예 3D나 블럭 버스터는 극장에서, 그밖의 영화는 집에서 보는 영화관람 패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출처 : DAUM 영화

 


그밖에도 이 영화는 음악이 괜찮다. imdb 의 영어 댓글 중에 음악이 괜찮다고 하는 얘길 보고 가서 아마 잘 만들어졌지만 매니악한 음악이 등장하나보다 하고 오해하고 갔는데, 의외로 귀에 쏙 들어와 즐거웠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이 반반 정도 차지했는데, 클래식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적인 곡이고, 현대음악은 쉽게 흥얼거릴 만큼 경쾌하고 편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코미디씬이 벌어지는 장면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 

저변에 사회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져 풍미를 더한다. 프랑스도 주차문제, 애들 문제가 꽤나 전통의 골치거리로 알고 있다. 히틀러, 부쉬에 대한 비꼬기도 살짝 뿌려줬다. 
 


( 이하 스포일러 등장 ) 


제일 집중할 건 역시 두 주인공이다. 필립 ( 프랑수아 클뤼제 분 ) 은 품위가 넘치는 백만장자인데, 전신마비로 살아가고 있고, 드리스 ( 오마르 사이 분 ) 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신체만은 과도하게 건강하고 정신상태도 과도하게 솔직하다. 이 둘은 필립이 개인도우미를 뽑는 과정에서부터 엮이게 되는데, 필립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드리스를 선택한다. 


이 부분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면접장면에서 웃기지도 않는 지원자들을 몇 명이나 등장시키는데,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며 코미디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장면을 왜 이리 많이 넣었나 싶었다. 필립은 면접관 뒤에서 정말 무료해하고, 외면하며 딴청을 피운다. 이런 모습이 필립이 평소에 어떤 불만이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드리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반증한다. 물론, 나중에 필립의 대사에 직접 등장은 하지만, 앞장면에 이런 묘사가 없었다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보통 면접 장면은 영화에서 여러 의도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모습을 필립의 심정과 같이 드러내는 효과를 준다. 말은 장애인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허위의식이라는 걸 비꼬고 있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의 원제인 " intouchables " 는 그래서 두 주인공 모두를 가리키는 의미로 이해된다. 드리스는 가난한 사회의 밑바닥 사람으로 사람들이 전혀 터치(?)하고 싶지 않은 기피인물이고, 필립은 사람들이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터치(?)해 주려는 척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터치 ( 터치는 괴롭힌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리하고 애정어린 접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 후자의 의미로 사용됐다. ) 받지 못하는 두 인물의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영화의 구성이나 편집은 담백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답게 심플하다. 사실상 도입부의 장면이 영화 전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면 필립의 차 안에서 지친 필립의 모습과 초조한 듯 운전대를 잡고 있는 드리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밤거리에서 차를 몰고 나와 길이 막히자 거침없는 드리스는 과감하게 샛길로 빠져 과속을 시작한다. 곧 경찰차들이 쫓아오고 드리스는 낭패감을 느끼지만 헤쳐 나가보려고 발버둥친다.

경찰들에 둘러쌓여 위기를 맞게 되지만, 필립의 기지로 둘은 경찰차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되지만, 경찰차가 사라지자 필립이 묻는다. " 우리 이제 어떻하지? " 드리스는 말한다. " 나만 믿어봐요 " ( 실제 대사는 다르지만, 대강 이런 의미입니다. ^^;; ) 

영화 끝에 드리스를 믿은 필립은 삶이 바뀐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 전체도 이와 같다. 드리스는 마음은 순수하지만, 대책없이 설치고 보며, 항상 현실의 막막함에 초조해 한다. 필립은 겉으로는 부자의 일상을 살고 있지만, 속내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마음은 이미 무미건조한 상태다. 이때 자신의 차를 드리스에게 맡긴 것처럼 자신의 생활을 드리스가 주도하도록 내버려두니 흥미진진한 일로 가득해진다. 물론 드리스는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지만, 필립이 적절한 때에 도움이 되고, 둘은 적당히 티격태격한다. 

드리스가 영화 초반 운전 중에 내기 얘기를 자꾸 하는 건 필립으로부터 배운 것이고, 필립이 응급환자 흉내를 내는 건 드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임기응변이다. 

둘은 이 긴박한 상황에서 관객이 모르게 자꾸 서로를 보며 웃는데, 결국 이런 서로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할 정도의 우정이 어떻게 쌓여가게 됐나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프닝에서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화면이 작아지거나 분할되면서 등장인물들과 제작진의 크레딧이 화면 바깥쪽에 등장하는데, 이런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다. 요즘 영화들은 크레딧이 영화장면의 소품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훨씬 임펙트있게 드러내지만, 화면 바깥쪽으로 자리잡게 하는 건 영화 초창기나 예전 그림만화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가 오래됐지만 소중한 것이라는 표현으로 여겨진다. 화면에는 속도감있게 보여주는 건 주제 자체가 새롭진 않지만, 표현만은 경쾌하게 하겠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나오는 음악도 아주 괜찮다. ( 이쯤에서 말하자면 철저하게 관람한 이가 마음대로 해석한 것이며, 감독이 실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 아주 많~~~~~~~~~~~~~~은 양해 바랍니다. )

아쉬운 건 오프닝 부분을 영화 후반부에 그 시점이 어느 때쯤인지 굳이 화면에 대부분 다시 넣는데, 이 부분은 좀 어설퍼 보인다. 물론 오프닝 시간만큼 다 넣는 것은 아니고, 짧게 뛰어넘어가며 보여주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이미 수염이 자란 부분이나 응급실 쪽에 가는 걸 앞부분과 다르게 표현해서 보여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드리스에게 호감을 가질 것이다. 일단 빈민층으로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유쾌하다. 물론, 필립은 팔다리가 없다는 둥 하며 철모르는 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세상을 다 자신의 유머가 통하고 자기중심으로 돌아갈처럼 행동하지만, 필립의 비서 ( 마갈리 ) 가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쑥쓰러워하기도 한다. 이때 이본느 ( 필립의 여집사 ) 와 살짝 포옹하며 터치(?)하는 장면이 꽤 눈에 들어온다. 

출처 : DAUM 영화

 


이런 드리스는 어설픈 마초정신이 있어 남자로써 하기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처럼 떼를 쓸 때가 많지만, 결국에는 다 겪고(?) 만다. 드리스는 결국 시켜서 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성숙해 가고, 집안의 사건사고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필립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인지라 마냥 당하게 된다. 변태가 아님에도 당하면서 즐기는 데 익숙해지고, 장애가 자신의 삶을 방해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영화는 " 어? 여기서 끝나나 " 싶은데 갑자기 끝나 버린다. 왜냐하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들이 실존해 계속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정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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