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영웅들의전장에서싹튼운명의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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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강대진 (그린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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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이런 책을 만든 사람의 노고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각 권마다 반복인 느낌이 있으면서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자신의 주장에 부합한 부분과 관련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설명해 뒀다. 그래도 전문가나 관련자가 아닌 상황에서는 한계가 느껴진다. 쉽게 말하면 재미가 떨어질만큼 벅차다. 그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게 33쪽부터 시작되는 " 들어가기 전에 " 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다시 간략하게 정리해 둔다.

들어가기 전에

[ 일리아스 ] 의 시인 

실제 " 호메로스 " 라는 인물이 있어서 " 일리아스 " 란 작품을 쓴 것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변형되어 온 작품에 그냥 " 호메로스 " 라는 가상의 저자 이름이 붙은 것인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 호메로스 문제 " 라고 하며 200년 넘게 지속되온 문제라고 한다.
또한, " 일리아스 " 와 " 오뒷세우스 " 가 같은 사람의 작품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한다. 단지 우세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표기법에 대하여

희랍어(그리스어)의 발음대로 표기한다고 한다.

' 호머의 [ 일리아드 ] ' 라는 식의 영어식 표기의 유래

영어식 표기들은희랍어를 로마자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호머 역시 호메로스(Homeros) 에서 맨 끝의 두 글자를 떼어 버린 것이다.

고전 읽기를 권유함

지은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고전은 다른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준다는 것과 많은 사람 - 아마 전 세계 지식인을 대상으로 얘기한 듯 싶다. - 과 의사 소통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고전 작품들이 글쓰기, 글짜기, 이야기 만들기의 모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주장에 많이 공감한다. 또한 지은이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내용에는 당시 생활상이나 등장인물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드러내준다.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주로 이 두가지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구조에 대해 간단히

" 일리아스 " 는 전체적으로 되돌이 구성으로 되어 있다는 얘기.

마지막으로, 각 날의 내부와 전체의 연결에 대해

되돌이 구성은 보통 독자나 청중에게 어떤 완결감을 주기 때문에, 이 구성법이 쓰인 부분들은 ' 자기 완결적 ' 단위로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길게 이어진 작품이 이렇게 토막토막 나뉘기만 하면 곤란하므로 전체를 하나로 이어 주는 요소들이 필요하다.

...

호메로스 서사시의 구성 원리는 바로 반복이다. 구절들, 주제들, 장면들 모두가 거듭거듭 되풀이된다. 하지만 그냥 늘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 매번 조금씩 변형된다. 비슷한 것이 다시 등장하면서 전과 조금 달라졌으면 사람들은 그 차이에더욱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독자와 청중이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게 해주면서도, 약간의 변경으로써 이야기 발전을 경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 본문 발췌. 43 ~ 44쪽

** 끝의 두 부분 ( 구조에 대해 간단히, 마지막으로 각 날의 내부와 전체의 연결에 대해 ) 때문에 책읽기가 어렵다. 8세기 당시에는 별 다른 매체가 없이 시인들이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해야 했으므로 메시지나 시낭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식으로 전개해도 상관없었겠지만,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매 부분마다 자신의 전제가 어떻게 맞아들어가는지 설명까지 덧붙이니 완전 학습하는 수준의 내용이 되버렸다.

전체 24 권이 되돌이 구성을 서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대응하지 않는 부분들은 서로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인 부분들은 조금씩 변하면서 그 본질적인 주제나 부차적인 주제들을 크게 드러내며 대단원을 향해 나아간다. 대강 이런 얘기들로 비춰진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이 책의 좋은 미덕은 지은이가 오늘날 청중들에게 영화와 비교해 가면서 되도록이면 알기 쉽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원문을 많이 발췌해 주긴 하지만 전체를 그대로 옮겨주진 않았다. 원전을 읽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들지 않는다. 이 책만 읽어도 어느 정도 원문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고전을 직접 읽어주기를 바라는 지은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 수준에서는 원문을 그대로 읽기에는 무리가 많다.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다시 원전을 읽으면 많은 부분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 알고는 싶으니 다른 사람의 해석을 그대로 습득할 수 밖에 없는 수준으로라도 읽어서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구조와 전체 연결에 대해서는 이외에도 몇 가지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 공식구 ( 또는 정형구. formula. 같은 사물이나 인물이 항상 같은 구절로 표현되는 것 ), 구송시 ( oral poetry ), 순항기 ( periplous. 옛 지리 정보 중에는 한 지점이 다른 지점에서부터 대충 어느 방향으로 얼마 정도의 거리에 놓여 있는지 기록해 놓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을 ' 순항기 ' 라고 한다. 본문 발췌. 101 쪽 ), 수훈기 등등이 그런 것이다. 자주 등장하는 데 대강 이름만 들어도 의미가 추측될 것이다. 

끝으로 암시나 복선 수준이 아니라 아예 스포일러 스타일로 아주 앞에서 뒷얘기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곳도 많다. 옛날 희랍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반복적인 느낌을 주는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글의 구조들에 대한 원형을 본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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