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날을 독립영화 관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2007년 마지막날에 관람하려 했으나,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1월 1일 1회를 명동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박하동하 감독님의 " 택시블루스 " 를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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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터뷰(필름2.0)

관련기사(필름2.0) - 기사 하단 내용이 재미있네요. 진짜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인정해야 할 지 궁금합니다. ^^;;

감독인터뷰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택시블루스는 승객들의 동의를 얻은 장면과 재연장면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재연장면과 실제장면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제작방식이었든 이것이 독립영화임은 분명하니까요. 오히려 편집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혹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 보는 게 재미있어 보입니다. 항상 벌어지고 있지만 잘 비춰지지 않았던 불편한 사실들을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심하게는 혐오감을 느끼실 분도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알려진 대로 감독이 직접 택시운전기사 생활을 하면서 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7만 여대의 택시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화려한 도시의 이곳저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닫혀진 작은 공간에서 엿보는 이 영화는 다양한 삶의 고뇌와 단편들을 나열해내고 있습니다. 누가 더 괴로운지 누가 외로운지 누가 더 한심한지 단정하지 않습니다. 삶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자기가 만든 삶인지도 불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적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녁, 아침, 낮 등의 시간마다, 택시기사의 일상마다 옥죄여오는 인생의 무게가 사람들 속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편집에 따라 운전기사(감독)의 모습도 점차 변해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제 생각에는 재연장면과 함께 다큐멘터리로 인정해야 할지 아닐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고집해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지금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확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저는 희미하지만, 편집을 통해 주인공(택시기사, 감독)의 감정의 기복이 노출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한창 보고 있으면 택시를 탄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영화가 어디에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내릴 수 없는 기분이랄까요? 씁쓸한 커피한모금이 입안에서 삼켜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손가락 끝에 걸린 매미의 모습이나 길가에 머리가 터져 죽어있는 고양이를 빙글빙글 맴돌며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이나, 택시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둘러보는 순해 보이는 개의 모습이나 그저 삶을 지켜보기만 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이는 애환의 느껴집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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