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자가 지은 메이저리그 관련 서적 중 괜찮은 책이 나왔다. 140년 미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기억될만한 야구인들 74명을 모아 인물열전식으로 서술한 책이다.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거나 간단한 기록이나 기사는 살펴보는 편이고, 서양 저자들이 지은 야구관련 서적을 몇권 읽었던 수준에서 보자면 메이저리그 입문서나 야구입문서로 보기는 어렵고, ( 기록이 가지는 의미나 용어들이 아무래도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 이미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시작해서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느껴지면 아주 읽어볼만하다.

크게 8 장으로 구분해서 각 소주제에 걸맞는 야구선수나 관련자들의 일대기를 비교적 짧게(?) 서술해 놨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각 인물에 대한 서술은 기자출신답게 일목요연하고 군더더기없게 요약되어 있고, 적절한 에피소드들이 읽는 이에게 메이저리그의 풍성한 감동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는 5분의 1 정도나 낯선 인물이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얘기도 제법 알게 되서 즐거웠다. 

책은 메이저리그의 긍정적인 부분과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담겨진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어,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트 로즈는 아마 위대한 경기력을 뒤로 하고 은퇴한 뒤, 도박 문제로 제명된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인물들은 모두 빠져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 관련 선수들은 무조건 빼버렸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야구나 메이저리그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필요한데, 빌 제임스라는 야구통계에 관한 선구자와 야구기록을 표시하는 용어들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인물소개 중 선수의 야구관련 기록에 관해 꼭 몇페이지씩 할애하는데, 74명이나 되다보니 나중에는 지겨워지기도 한다. 의례적인 가정사 역시 비슷하다. 

메이저리그레전드미국프로야구140년전설이된야구인이야기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지은이 김형준 (한스컨텐츠, 2011년)
상세보기


야구사에 남아있는 명언들을 선수의 삶과 비교해 들려주는 게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선수나 경구가 좀 더 피부에 와닿는다. 모두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건 분명하다. 

8장 우리시대 레전드에서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 선수가 등장하는데, 좀 납득하기 힘들다. 박찬호 선수가 우리나라 기준으로 분명 훌륭한 선수이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보통 이상임은 분명하지만, 이곳에 나열한 인물들과 비교해 레전드급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이나 라틴계, 유대계 선수 중 레전드급 선수와 비교해 보면 박찬호 선수는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 없다. 우리나라 책이니 박찬호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지만, 책 제목이 " 메이저리그 레전드 " 라면 약간 갸웃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2만원대 가격, 블로그 포스팅들을 잘 재구성 및 수정해서 책으로 만들어 낸 점, 정말 깨알같은 재미들로 인해 추천할 만한 책이 됐다. 




지은이 김형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enerlst 


베이스볼 레퍼런스
http://www.baseball-reference.com/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야구란무엇인가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 구기종목 > 야구
지은이 레너드 코페트 (황금가지, 2009년)
상세보기

야구교과서골수팬과예비선수를위한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레포츠 > 구기종목 > 야구
지은이 잭 햄플 (보누스, 2009년)
상세보기

이 책은 지은이인 " 레너드 코페트 " 가 1967년에 " The Thinking Man's Guide To Baseball " 이란 제목으로 초판을 낸 뒤 24년이 지난 1991년에 개정판으로 내용이 추가, 수정되어 나온 책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1999년에 처음으로 2권 분량으로 번역되었다가 2009년에 한권으로 묶여 새롭게 나왔다. 지은이나 번역자나 모두 야구에 조예가 있으신 분들이라 책이 상당히 수준높으면서도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이 책은 같은 해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 야구교과서 ( Watching Baseball Smarter ) " 와 비교해서 읽으면 재미있다. 마치 시리즈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오랜 야구기자 생활을 한 지은이가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면서 약간의 유머를 곁들였다. 이에 반해 " 야구교과서 " 의 저자인 " 잭 햄플 " 은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정말 야구를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답게 책을 썼다.

두 책은 목차를 보면 비슷한 소제목이 많이 보이지만 내용은 서로를 보충하고 있다. 두 권 모두 야구를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 야구란 무엇인가 " 를 읽기를 권한다. 시대적으로 앞서 있기도 하지만, 고민의 깊이가 " 야구교과서 " 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 야구교과서 " 가 순전히 재미를 위해 쓰여졌다는 건 아니다. 전자는 야구에 대한 고민과 소견이 많다면 후자는 지은이의 야구를 즐기는 뚜렷한 주관이 있을 뿐이다. 야구를 책으로도 이렇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야구에 한평생을 바친 기자답게 1부 야구의 현장, 2부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3부 위대한 야구 라는 광범위한 주제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게다가 일반인은 평소에 눈치채지도 못할 여러 가지 사안들을 객관적인 사실들과 주관적인 소신들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최근에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구단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 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에서 구단 증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으며 어떻게 진행되야 할 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야구를 즐겨보는 사람들 중에서, 특히나 메이저리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가 누구인가 하는 주제에 대해 들어 봤을 것이다. 이 질문은 사실 호사가의 입방아에 불과하며 저마다 의견이 분분해서 웬만한 야구서적의 지은이는 함부로 누구라고 단언하지 않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월터 존슨이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밖에도 메이저리그의 야구사 전반에 관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전해주는 데,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명타자 제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실제 야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야구 외적인 요소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알면 알수록 야구경기를 보면서 함부로 야구관계자를 비판할 수 없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짐작은 하지 말기 바란다. 아래와 같은 얘깃거리도 많이 등장한다.
레프티 고메즈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열린 1933년 올스타전에 아메리칸리그 팀 선발투수로 출전했던 것을 두고두고 자랑거리로 삼았다. 게임에 앞서 코니 맥 감독은 미팅을 갖고 상대 타자들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했다.
고메즈는그런미팅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 감독님, 저 선수들은 내셔널리그 올스타에요. 재들한테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자료가 전혀 없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단 10분 동안에 그걸 알 수가 있습니까? "
코니 맥 감독은 고메즈의 그런 말은 무시하고 상대 타자들의 강점을 일일이 분석해 나갔다.
" 페퍼 마틴은 빠른 공을 잘 치는 타자야. 프랭크 프리시는 빠른 공을 잘 잘 치는 타자야. 척 클라인, 빠른 공 타자야. 폴 웨이너, 빠른 공을 좋아하지. 빌 테리, 빠른 공 타자야. "
고메즈가 끼어들었다.
" 아니, 감독님,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선발로 내보내시죠. 내 무기라곤 오로지 빠른 공밖에 없잖아요. "
그렇지만 결과는 좋았다. 레프티 고메즈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던 것이다. 그는 그 뒤로도 2년 연속 올스타전 승리투수의 영광을 따냈다. 자신감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 105쪽
덧붙여 오래 전에 한 야구기자가 취재를 위해 메이저리그 감독에게 어떤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주기를 요청했단다. 공의 위력을 직접 보기 위해 자신이 직접 타석에 들어서겠다고 하자 감독이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는 그 투수가 홈런을 맞아 좌절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한다.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