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서'에 해당하는 글 2건

중국 역사물을 읽어보면 참 비슷한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말을 반증한다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EBS 드라마 와신상담에는 오자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춘추전국시대에 매우 뛰어난 장수였고, 많은 공로를 세워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었던 인물입니다. 월왕 구천을 경계하여 오왕 부차에게 계속해서 죽여야 한다고 간언을 하다가 부차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부차는 후에 구천에게 복수를 당하고 나라를 빼앗깁니다.

오랜 후에 중국은 진나라에 의해 통일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끝냅니다. 이때 "시황제" 와 "짐" 이라는 칭호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진나라 역시 조고라는 간신에 의해 나라가 어지러워져 새로운 세력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이 때 유방과 항우라는 인물이 격돌합니다. 결국 유방이 오랜 역경 끝에 중국을 통일하여 한나라를 세우게 됩니다. 이 때의 이야기가 초한지입니다. 이때도 초반에는 항우가 우세하여 유방을 가볍게 보자 항우의 참모였던 범증이 유방을 죽여야 한다고 간언하다 유방 측의 이간계에 의해 축출됩니다. 범증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병으로 죽게 됩니다. 지병으로 죽었다지만 울화병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오자서나 범증이나 보다 뛰어난 역사적 사건을 남길 수 있었음에도(물론 지금도 꽤 역사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합니다. 조금 더 화려하게 마감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난관을 극복하지 못한 데는 그들에게도 한계가 있었다고 봅니다.


뛰어난 자질과 자긍심을 뒤따르는 강직함

오자서는 손자병법을 창안한 손무(후에 손빈이라는 인물에 의해 손자병법은 완성됩니다.)와 함께 뛰어난 전략을 몸소 실천한 인물입니다. 변방의 나라였던 오나라를 단숨에 중원을 놀래킬 정도의 강국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손무가 은퇴한 뒤로도 그 효과는 남아 월나라에게 피해를 입기 전까지도 강국이었습니다. 그후 오자서는 오나라에서 왕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오릅니다. 이 당시의 오나라 왕은 합려였습니다. 오왕 합려와 오자서는 손무없이도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유지할 만큼 잘 꾸려왔습니다만 오왕 합려가 월나라의 전쟁에서 죽고 부차가 왕위에 오르자 오자서와 오왕 부차의 관계는 껄끄러워집니다. 오자서는 부차가 그리 미덥지 못하고, 부차는 강대한 권력을 손에 쥔 뒤로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오자서가 너무 강직하다는 데 있습니다. 오자서 역시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 했으므로 경험을 통해 부드럽게 넘어갈 만한 유연성을 갖췄다면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자서의 젊은 시절 고초는 불같은 복수심을 강화시키고, 의지를 굳건히 하는 데만 도움이 됐습니다.

범증 역시 항우가 찾아가 모셔온 작전참모여서 초반에는 극진히 대우합니다. 범증은 무력을 전담하는 항우가 할 수 없는 전반적인 일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항우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꾀를 부려 설득하지도 못합니다. 물론 유방을 대면한 적이 있을 때 계책으로 유방을 죽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둘 다 자신의 주군들에게 가장 예리한 분석과 필요한 일을 알려주지만, 주군들에게 버림받습니다. 가끔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을 때 직진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현실에 맞게 누그러뜨리거나 돌아가거나 다른 사람의 판단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하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강직하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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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BS 세계 명작 드라마 시간(매주 월, 화 저녁 8시 50 ~ 9시 40분)에는 중국 드라마 와신상담을 방영하고 있다.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오나라 왕 부차가 아비(오왕 합려)의 복수를 위해 섶에서 잠을 자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ㅋㅋ

전체 41부작 예정 중 20부정도를 방영했고, 극의 긴장감도 아직 살아있다. 시대적인 모습도 꽤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눈이 즐겁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뿐 여자 등장인물들로 인해 더 열심히 보고 있다. ^^;;

열국지와 정비석님의 손자병법을 읽어서인지 드라마에 몰입하는 데 약간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듣던 내용과 영 딴판인 점도 있고, 드라마에서 주제를 삼은 것이 춘추전국시대가 아닌 구천이라는 개인에 치중된 것이 아쉽기도 해서다.

-주제
본 드라마 ‘와신상담’ 은 ‘어떤 환경에 처해있다 해도 굳은 의지로 일어섬’을 주제로 하며 특별한 의지력을 가진 인물인 월왕 구천에 중점을 두었다.
월왕 구천은 약소국임에도 젊은 범려를 기용해 굳은 의지로 국가의 힘을 키우고, 결국은 큰 나라인 오나라를 굴복시키는, 작품의 주제를 잘 반영해 주고 있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긴 인내심으로 제왕의 자리에 오른 월왕 구천의 모습은 긴 잠에서 깨어나 승천을 하고 있는 중국의 자긍심과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 http://www.ebs.co.kr/Homepage/index.asp?progcd=Z000021

이러니 저러니 해도 와신상담과 관련된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역시 여자와 간신의 무서움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싸움에 주된 관련자들 중 대부분이 초나라 사람이다. 오왕 합려를 도와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오자서, 백비와 월나라를 도와 오나라를 멸명시킨 범려와 문종 역시 초나라 사람이다. 그럼에도 초나라는 당시에 그다지 위력있는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초평왕이라는 무능한 군주와 간신 비무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초평왕은 향락을 좋아했던 군주로 며느리로 들어올 여자에게 반해 자식과 혼인시키는 대신 자신의 첩으로 삼았고, 이 일을 주동적으로 처리했던 신하가 비무극이다. 당시 초나라에는 오상이라는 충신이 있어 이를 반대하다가 목숨을 잃는데, 그 아들 중 하나가 오자서다. 오자서는 이에 분개해 오나라로 도망간 후 오나라의 한 공자를 도와 왕위에 올린 후(이 사람이 오왕 합려다) 그 힘을 빌어 초나라에 처절하게 복수한다. (이때 백비란 인물도 덩달아 오나라의 신하로 합류한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가서 벼슬을 하던 이들을 가리켜 객경이라고 불렀다.) 초나라는 그 후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다고 하는데, 다시 강대국의 면모를 살렸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초나라를 정벌할 때 주요인물이 훗날 손자병법을 저술하게 되는 손무라는 책략가이고, 손무의 책략을 현실적으로 진행한 인물이 오자서다. 왕이 여색에 눈이 멀고, 간신의 아첨에 취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극악한 결과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불행히도 역사적 교훈은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오왕 합려도 여색을 참지 못해 오, 월 전쟁의 빌미를 만든다. 이때는 여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고, 오왕이 주변국을 복속시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다가 냅따 들이쳤다. 당시에는 손무라는 책략가는 이미 은거한 상태고, 오왕 합려는 자만심에 차 있어 오자서를 대동하지 않은채 전쟁을 벌이다 큰 변을 당한 것이다. 그 후 오만가지 정치적 책략 끝에 오나라에는 부차가 등극하게 되고, 열심히 준비하여 월나라에게 복수한다. 여기까지가 드라마 " 와신상담 " 의 중간부까지 이야기다.

그 후 월나라는 중국 4대 미녀 중 한명인 서시를 동원해 오왕 부차에게 미인계를 벌이고, 간신 백비를 뇌물로 녹여내 오나라를 내부적으로 철저히 부실하게 만든다. 월나라는 오랜 만반의 준비 끝에 오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버린다.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미녀와 간신!! 의지가 없는 지도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역사를 상상해 보는 것은 부질없다지만, 열국지에서 오자서, 범려, 문종 등의 인재들이 초나라에서 자신의 역할만 충실히 했더라도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주인공은 초나라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기집 자식들이 남의 집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ㅋㅋㅋㅋ

와신상담이란 드라마가 앞으로 얘기를 어떻게 보여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갖은 책략과 전술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위력적인 전술이 미인계와 간신의 활용이 아닐까 싶다. 춘추전국시대에 날고 긴 책략들에 놀라다가도 이런 초간단 전략이 역사적 흐름을 바꾸는 경우를 보게 되면 허허롭다.  

추신 : 왜 드라마에 나온 왕후(좌소청)가 서시보다 이뻐 보이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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