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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한 해의 절반이 가버렸다.
거창한 목표는 없었어도 돌아봤을 때 뭔가 떠올릴만한 것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일단 나이에 따른 기억력 감퇴의 자연스런 현상이려니 하며 위안음 삼고자 한다. --;;

어떤 상황에서도 기억력을 잃지 않고 찾아와주는 여름을 올 해도 서늘하게 맞을 준비를 할 때가 왔다.
주변 사람이 어디로 놀러가냐며 휴가계획을 물어봤을 때 깜짝 놀라기도 했다. ...벌써?

생각해 보니 요 몇 해동안은 여름이라고 딱히 뭔가를 해 본 기억이 없다.
올해부터는 생활리듬도 안정되서 때가 오면 계획을 세워 뭔가를 해보겠다고 메모들을 끄적였는데, 어느새 이것들이 방치된 채 쌓여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 이 종이쪼가리들을 보고 있자니 이번 여름과 휴가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음을 직감했다. 저걸 언제 정리하는가 하는 문제와 과연 뭔소리를 적어놨는지 떠올리고 있을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

고민해 봐야 답도 없고, 결국 여름은 올 것이다. 우선 평소 자주 생각해 뒀던 것들부터 정리해 본다.


1.
나는 여름에 태양을 피하기보다 사람을 피하는 스타일이다. 휴가를 핑계삼아 모두 서울을 떠나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20 대에는 나도 그들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1박 2일도 엄청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는 수준이다. ^^;;
여름이 오면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로 인해 시달려 내 스타일의 여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올해는 기필코 에어콘이 빵빵한 도서관에서 보내고, 갑갑함을 느끼면 평소 북마크 해뒀던 가까운 곳으로 하루코스 바람을 쐬줄테다. 물론 메모지, 포스트잇 그리고 북마크를 정리해야겠지만.. --;; 정리해야 한다.. 반드시..


2.
4호선 미아삼거리 역에는 " 꿈꾸는 타자기 " 라는 까페(?)가 있다.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조그만 찻집인데, 이층 문앞에는 중고책 몇권을 놓고 가격을 표시해 놨다. 밖에서 보면 창문에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는데, 일층 입구 위에는 타자기가 박힌 제법 괜찮은 인테리어가 보인다. 이 까페가 생긴지는 일년 정도 됐는데 평소 벼르면서 한번도 가지 못했다. 우중충한 아저씨 혼자 커피마시러 왔다고 하면 누가 반기겠는가? --;;

몇 주 전에 아는 사촌동생가 갈 기회가 생겨 이층 입구까지 올라갔는데, 유리문에 " 금연 " 이라고 떡하니 써 있어 손잡이만 잡고 그냥 내려왔다. 마침 점심을 먹은 터라 도저히 담배를 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촌동생은 그곳에서 고양이도 봤단다. 뭔놈의 까페가 이러냐?

이 까페가 관심을 끄는 건 -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 바로 블로거가 운영하는 찻집이기 때문이다. 일년 전에 이 까페를 보고 입구 인테리어와 까페이름이 마음에 들어 검색해 보니 몇몇 블로거가 축하메시지를 올려둔 걸 발견했고, 포스팅들을 통해 그 블로그를 찾아갔다. 특별히 유명블로거도 아니고, 광고가 덕지덕지 달리지도 않았지만, 소박해 보이는 포스팅이 좋아 보였다. ' 가봐야겠다 ' 싶은 건 이때부터였지만, 홀낏홀낏 눈동냥을 한 결과 여자들이 가끔 찾을만한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북까페였다. 아저씨는 좌절했다. 이 블로거는 글쓸때 느끼는 어휘력의 한계와 소재의 빈약함 속에 허덕여 담배로 위로하는 저질 블로거를 배려하지 않는다. --;;

최근에는 미드를 주로 다루는 아톰비트님도 찻집을 창업하신 듯 보인다. 블로그에서 미드이야기만 쏙쏙 빼먹는 처지라 잘은 모르겠지만, 가까이 있으면 여기도 몰래 찾아가 보고 싶다.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블로그를 기반으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두고 싶다. 이번에는 식사와 담배를 모두 채워두고 방문해주마.. ㅋㅋㅋ


3.
지난 몇 년간은 정말 체력이 바닥이었다. 일이 힘들었다기보다 생활리듬이 뒤죽박죽이어서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일할 때 멍때리기와 이불 속에서 뒤척이기를 반복하다보니 크게 다친데는 없지만 신체상태가 영 이상하다. 올해는 반드시 정상인(?)의 체력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인생(?)도 버텨낼 수 있다는 각오가 있다.

몇년 전에 수영을 하고 싶어서 몇달간 새벽에 수영을 배운 적이 있다. 접영에서 발차기가 안되 스트레스를 받은 뒤 중단했다. 자유형과 배영을 익혔으니 더 나가지 말고 반복적으로 체력만 키울 예정이다. ㅋㅋㅋ 그렇다고 수강권을 끊을 생각은 조금도 없고, 1시간 이용권으로 체력(?)에 맞게 시작해서 원하는 체력(?)까지만 갈 예정이다.


4.
그밖에도 몇 편에 걸친 기획포스팅을 해본다든가, 즐겨찾기 해둔 책과 영화들을 모두 본다든가, 조카와 멋진 추억을 만든다든가 하는 등등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올해만 여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 무리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만 적어봤다. 그리고 주변의 웬수들이 가만히 있을 녀석들도 아니라 날라올 돌멩이와 태클들에 대한 준비도 해둬야 한다. 남자 솔로 팔자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다. --;; 최근에는 가정으로부터 도망쳐 오는 녀석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솔로한테 오냐고~~


2011년의 퍼스트 하프는 끝났다. 세컨드 하프라도 반전의 기회를 찾기 위해 준비할 때다.
여름은 에브리바디 아웃 서울, 나만 인 서울이면 된다.  

덧붙이기 : 나한테 컴퓨터 수리를 맡긴 순진한 친구가 있다. 인커밍 폴더부터 뒤져주마.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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