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우리나라도 야구열풍이 불어 야구관련 서적이나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고교야구에 대한 인식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보입니다. 가끔 케이블TV를 통해 리틀 야구나 고교 야구를 보게 되곤 하지만, 프로야구에 비해 그 열기는 미미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관중석에는 대부분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외에는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저도 직접 리틀 야구나 고교야구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일본 고교야구의 진수라고 불리는 고시엔 얘기를 접하게 되면 참 재밌고 부럽습니다. 

열구_표지

출처 : DAUM 책

 


" 열구 " 는 주인공이 고교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지만, 당시 벌어진 사고로 인해 계속 야구를 하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했다가 실직 후 고향에 돌아와 과거를 회상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의 박진감은 없는 반면에 한때 야구를 열망했던 이의 회한과 야구가 가르쳐 준 삶의 자세를 복습하는 모습이 밀도있게 비춰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고향을 몹시 싫어하는 데, 고교시절 야구부의 아픈 기억이 큰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이 속한 팀은 만화에서처럼 강팀은 아니었습니다. 항상 노력했지만 언제나 부족한 실력이었고, 열망만 가득했던 주인공의 고교팀에 엄청난 행운들이 찾아오며 고시엔 본선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 불미스런 사고로 인해 기권(?)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주인공과 친구들을 제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 고향에서 주요 인물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일본 소설에서 묻어나는 심리적인 묘사가 볼만하지만, 특유의 답답함도 풍깁니다만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게 되는 인생에 대한 막막함 같은 거라 공감할 만 합니다. 실직하고, 부인은 멀리 떨어져 있고, 앞길은 보이지 않아 돌아온 고향에서는 아픈 상처만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주인공은 고교시절 열성팬이었던 " 자와옹 " 이라는 노인을 다시 보게 됩니다. 

고교야구부에서 훈련할 때도, 시합에서 이겼을 때도, 어이없는 사건으로 좌절을 했을 때도 항상 그분이 있었다는 걸 새삼 떠올리는 주인공은 철부지 시절 스스로 수습할 수 없었던 느낌들을 하나씩 정리해 갑니다. 그리곤 당시에 열정을 다해 뛰었지만 비참한 모습으로 끝나버린 줄 알았던 야구가 사실 더 많은 걸 가르쳐줬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은 항상 자신들을 응원해주던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렇게 달릴 수 있었고, 그라운드 안에서 미친듯이 공을 쫓아다닐 수 있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 열구 " 는 참 가족적인 소설입니다.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고, 손에 땀을 쥐는 사건도 없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 긍정, 희망을 새삼 되새겨 줍니다. 차분한 느낌의 휴먼 야구 소설 한편이었습니다. 


열구그때우릴미치게했던야구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시게마츠 기요시 (잇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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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에 관한 유명한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읽게 됐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우리나라 인기소설들에 대해서는 별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 칼의 노래 " 를 통해 많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게 됐다.

김훈 이라는 분의 글은 처음 읽었는데, 힘이 넘치는 젊은 소설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 이 분은 48년생이시고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한다. ) 참 묘한 게 이순신 장군의 시점에서 소설을 전개하면서 끝없는 " 절망 " 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문장에서는 힘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과 느낌을 확신시키며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이 우울할 때 징징대는 것과 우울함을 명료하면서도 단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떨쳐내는 것은 아주 다른 것이다. 우울함, 절망이 그 표현을 통해 어떤 감정의 무게를 실어 힘으로 듣는이에게 전달된다.


이 책은 " 난중일기 ", 이은상의 " 이충무공전서 ", " 연려실기술 " 등등의 자료를 토대로 쓴 소설이며, 지은이는 이 글이 오직 소설로서 읽혀지기를 바란다고 한다. 실제 이순신 장군의 생각을 맞춰 보려한 것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을 빌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순우리말에 대한 무지와 우리나라 땅이름, 관직이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지은이의 문장을 즐기는 데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분이 지은 문장들을 계속 읽어갈 때마다 점점 더 아쉬워졌다.

2권 끝에 첨부된 김인환 씨의 리뷰도 아주 좋다. 공감가는 리뷰다.

2001년 5월 11일에 초판이 나오고, 2003년 12월 8일에 재개정판이 나오고, 2005년 1월 8일에 24쇄까지 발행됐으니 아주 인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검색해 보면 여러 종류로 판매되고 있는데, " 칼의 노래 " 에 표현된 순우리말에 대한 설명, 난중일기 등의 역사기록들과 비교, 지리적인 정보를 추가한 책이 있었으면 한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참고자료를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소설들은 지나치게 감성적인 데가 있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본다.


칼의노래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지은이 김훈 (생각의나무,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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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 " 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찾아보니 원작소설이 있었고, 오래 전(?)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해 두었던 책이란 걸 알았다. 그간 어려운 책(?)들을 너무 많이 읽어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머리나 식힐 겸 잡았는데, 틈나는대로 계속 읽게 되는 크라임 픽션이었다.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답게 재밌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 꽤 재밌다는 평가가 조금 우세해 보인다. - 소설에서는 여러 암시와 복선들이 깔리고 뒷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좋았던 건 그런 복선이나 암시를 비교적 쉽게 눈여겨 보게 되고 드러나는 순간,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거다. 뭔가 있겠구나 싶었던 건 거의 다 뒷부분에서 드러난다.

미국 법체계에 대해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이런 내용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게임의 법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고, 그 속에서 권력과 과시욕을 한껏 드러난다. 주인공의 과시욕은 언뜻 이런 분위기의 일면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아버지에 대한 열등의식일 것으로 추측한다. ( 미국 영화에서 흔히 있는 설정 아닌가? ) 주인공이 링컨 컨티넨탈이라는 고급 차종을 여러 대 가지면서 과시하는 모습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훌륭한 변호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과 돈벌이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쉽게 엿볼 수 있다.


소설의 가장 메인 테마는 " 변호사가 두려워 하는 건 진짜 무고한 의뢰인을 만나는 것 " 이라는 설정이다.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변호사라는 건 법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변호사가 무고한 사람을 의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미 닳고 달은 주인공은 그렇다치더라도 소신껏 성실하게 살았던 그의 아버지까지도 그런 두려움을 가졌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 테마는 미국 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 무고한 사람을 만났음에도 그들은 미국 법체계 내에서는 이들도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너무 알고 있기에 잠재적인 보호의식이 작용한 한마디다.

결국, 주인공은 돈벌이때문에 대박을 물었다가 진실을 알게 되고, 다가오는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힘껏 맞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의리나 변호사로써의 소명의식 같은 것들을 깨닫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원작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소설로 보아 몇 개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꽤 웰메이드한 작가로 보인다.
번역을 맡으신 조영학님은 여러 소설에서 봤는데, 주로 미국 인기 소설들에서 본 듯 하다. 이제는 이분의 번역이라면 신뢰하고 본다.

링컨차를타는변호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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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감독 브래드 퍼만 (2011 / 미국)
출연 매튜 매커너히,라이언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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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 소설 속에서 서로 다른 사건을 맡은 형사들 간에 정보가 공유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복선으로 주인공은 자학적이고 뼈있는 농담을 남긴다. 설명하자면 한 형사에게 변호사를 놀리는 재미있는 농담을 자조적으로 들려주고 다른 형사를 통해 그 농담을 다시 듣게 되어 두 형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과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들어가있고 관객들은 눈치챌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던 장치였다.

덧붙이기 :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캐스팅이 꽤 잘 된 것 같았다. 주인공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법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라이언 필립은 착한 외모를 가진 건 악당 의뢰인과 맞는데, 180 센티의 큰 키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각자의 역할에 어울려 보인다. 주인공의 첫번째 전처는 소설 속에서도 매력적인데, 마리사 토메이가 어울려 보인다.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덧붙이기 : 주인공은 중간에 자신의 수사관이 죽었을 때, 갑자기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소설 앞부분에 " 브루노 " 라고 한번 언급됐지만, 주인공은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그가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억해 내려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수사관을 꽤 소중하게 여겼다고 추측했다. 뒷부분에서는 그의 복수가 가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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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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