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중력 삐에로 " 의 원작소설이다. " 사신 치바 ",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의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썼다. 영화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지루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5월 30일에 초판이 나온뒤로 15쇄가 넘도록 계속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볼 때는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

성문화가 우리나라에 비해 자유롭다고 알려진 일본에서 " 강간 " 을 소재로 쓴 소설이 인기있었다는 것이 조금 특이했지만, 책 곳곳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본식 가치관이 드러나는 문장들이 접하고 많이 아쉬었다. 초반에 주인공 중 한 명인 " 하루 " 에게 너무나 비상식적인 악담을 퍼붓는 미술업계 관계자(?) 뿐 아니라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 이즈미조차 감정의 기복이 극단적인 것으로 보였다.

또한 " 강간 " 을 사회적인 문제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개인 혹은 가족적인 차원에서 아름답게 극복할 수 있다는 건 별로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지 못한다. " 강간 " 은 이제 " 성폭력 " 이라 불리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고, " 성폭력 " 이 분명 완전 박멸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할 지라도 예방을 위해 최선의 조치와 단호한 태도가 필요함에도 그냥 당한 사람들끼리 개인적으로 극복하자는 식은 좀 곤란하다.

더 황당한 건 하루가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을 마치 극복의 한 과정처럼 묘사하는 점인데, 심정적으로는 이런 행동에 공감하는 면이 많지만,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많은 고민을 곁들였어야 한다고 본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가족들 그리고 피해자측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말만으로 다독거리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로는 부족해 보인다.

중력삐에로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작가정신,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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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보자면 하루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여전히 죄의식없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방관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지적일 수도 있겠지만, 소설 전체적으로는 그런 모습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 가족으로써의 형제가 사적인 처벌을 위해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모습은 읽는 이들이 많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이 그동안 읽어왔던 일본 소설들의 아쉬움인데, 특이한 설정이나 소재는 괜찮지만 재미를 위해 그냥 뭉게버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개인의 자유나 인생에 대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과 사회적인 소재를 선택하는 것에는 꽤 많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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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는데, " 레미제라블 " 의 지은이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가장 잘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는 " 웃는 남자 " 를 읽기 시작했다. 1800년대 사람이고, 프랑스 작가니 읽는 이에게는 생소하지만, 배트맨의 명악당(?) 조커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챕터 한 개를 읽는 게 어려운 명작고전이라 몇 주에 걸쳐 드문드문 읽을 것 같기에 틈틈이 흔적을 적어두기로 한다.

" 웃는 남자 " 는 고전답게 첫 챕터에서부터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 앙가스트리미트 " 는 옮긴이의 주석에 의하면 빅토르 위고가 고유명사처럼 사용한 단어라고 하는데, ' 입 대신 배로 말하는 사람 ' 을 뜻한다고 한다. 즉, 복화술사다.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라고 하는데, 확인해 보고 싶다. " 아르도 " 는 그 뜻을 전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후미진 지방의 방언이거나 보헤이안 혹은 바스크인의 용어로 보인다고 각주를 했는데, 왠지 있으나마나한 설명이다. ㅋㅋㅋ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가장 잘 쓴 작품이라고 하고, 나름 명작이라고 칭송되는 듯이 보이는 이 작품은 첫 챕터에서부터 오류를 대놓고 인정한다. 오래 전 프랑스의 뷔퐁이라는 자연 연구가(?)는 식물원 관장이었다는데, 소설에서는 그가 동물 사육장 관리원으로 등장한다고 옮긴이는 밝히고 있다. 사실관계가 다소 틀려도 명작이 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공감하는데, 머리가 아파도 재밌게 잃히긴 하고 있다. 469장 분량의 상권에서 겨우 50 장을 넘긴 상태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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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 타계한 " 로저 에버트 " 가 스스로 선정한 위대한 영화들에 대한 리뷰모음이다. 영문판으로는 3권까지 나왔지만, 지금 번역된 것은 2권까지다. 한권당 대략 100 편 정도로 보이는데, 2003년에 나왔던 " 위대한 영화 " 1권은 90편이었다. 10편이 빠진 이유는 이 영화들이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보거나 구하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2권이 번역된 2006년에 때를 같이해서 10편이 마저 추가된 " 위대한 영화 " 1권이 재출간됐다. 아쉽게도 이 리뷰는 2003년판에 관한 것이다.

귀동냥으로 들은 영화 제목들이 3분의 2 정도 되고, 실제로 본 영화들은 20 ~ 30 편 정도에 불과하지만, 퓰리쳐상을 받았다는 로저 에버트의 글솜씨라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저널리즘 분야에서 1975년에 수상했다고 한다.

출처 : YES24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모두 봤다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 보지 못했더라도 리뷰들을 읽고 나면 몹시 보고싶은 갈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본 영화인데도 로저 에버트의 말에 혹해서 다시 살펴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 이게 그런 영화였나 싶은 생각도 곧잘 든다. ) 그의 문장에는 확실히 힘이 느껴진다.

이런 설득력은 로저 에버트가 영화를 볼 때 쇼트 바이 쇼트 ( short by short ) 방식으로 분석하고, 반복해서 살펴보는 그의 노력, 열정 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랑에 기반한다. 리뷰 곳곳에서도 밝혀두지만, 머리 속에 담아둔 영화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꺼내보면서 곱씹은 뒤에 정리되고, 평가된 것이 이 리뷰들이다.

책소개에는 로저 애버트가 비교적 쉬운 문장들로 핵심을 찌르는 서술을 했다고 하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문장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그의 의도나 표현을 머리 속으로 짚어가며 읽으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게다가 아는 영화라면 로저 애버트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 이것저것 잠시 따져 보기도 하지만, 곧바로 덮어두는 게 상책이었다. ^^;; 번역상의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뉘앙스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이었다면 번역가라는 직업은 아주 하찮아졌을 것이다.

어줍잖게나마 영화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로저 애버트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야 수십번 다시 보고, 끊어보고 비교해가며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한번 듣고 싶었다. 압력이나 돈때문이라면 당연히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속때문이라면 상당히 난감할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써는 상상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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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쇼가쿠칸 사와 독점계약한 (주)북이십일에서 펴낸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의 후속작이다. 소개가 거의 가자마스리 경부의 추리수준이다. ㅋㅋㅋ 1편이나 2편이나 똑같은 패턴인데도 똑같이 웃긴다. 다른 점은 마지막에 로맨스가 아주 조금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고나 할까?

광고에는 더 치밀해진 트릭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허술해졌다. " 완벽한 알리바이를 원하십니까? " 편을 제외하고는  트릭에 대한 가게야마의 추리가 거의 점쟁이 수준이다. 추리소설이기에 당연히 맞는 얘기이긴 한데, 왠지 본격 추리소설에서 " 본격 " 이 빠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신 " 유머 " 내지는 " 코믹 " 이 충분히 들어가 있기에 읽을만 하지만.. ^^;;


출처 : 21세기북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편을 읽은 독자라면 믿고 읽어도 될만한 작품이다. 유머나 트릭이 여전히 봐줄만 한데다 전편에 이어 달팽이 고속도로 기어가는 수준의 속도로 진행되는 로맨스도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 만화적인 로맨스가 후속편을 더 나오게 할 주요 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 독자라면 호쇼 레이코, 가자마스리, 가게야마 ( 남자캐릭터들은 여태 이름조차 공개해 주지 않았다!! ) 의 삼각관계가 여형사의 마음 속에서 꽤 엎치락 뒤치락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전편에서는 일방적인 가게야마의 승리였기에 뻔해 보였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의 표지와 아~~주 비슷한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에서 뭔가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 사실상 숫자 2 가 붙은 것과 색감이 조금 달라진 것 외에는 변한게 없다. ㅡㅡ;; ) 표지를 찬찬히 흝어보니 전편의 6 개 에피소드에 대한 암시가 담긴 게 바로 책표지였던 것이다.

장미꽃밭에서 죽은 시체나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악당이 사용했던 경기병의 칼, 와인 독주에 의해 죽은 시신 등을 암시하는 아이템들이 책표지에 등장하는데 모두 첫번째 작품의 것들이다. 그렇게 보자면 후속편의 표지에서도 6 개의 에피소드를 암시하는 아이템들을 넣어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스케이트라든가 술병, 화분내지는 벽화라도 깔아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2히가시가와도쿠야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21세기북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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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 사정이 어려운 건 알지만, 그럴수록 독자들의 흥미가 더 집중될 수 있도록 머리를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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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제목이 참 유쾌하다싶어서 골랐는데, 제목처럼 따뜻하고 가벼운 유머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장르는 서스펜스 추리물 내지는 은행강도 범죄물이다.


가볍긴 하지만, 짜임새있으면서도 재밌는 일본소설들 중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작품들이 몇 있는데,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도 그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초반에 비상식적인 설정을 배치한다. 소설 중반이후부터 등장했으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당할 법할 설정을 읽는 이의 머리 속이 아직 어수선한 초반에 배치해 두고, 그 뒤로는 자연스러운 요소 중에 하나로 인식하게 한다.

명랑한갱이지구를돌린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은행나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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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거짓말을 100 퍼센트 밝혀 내는 능력이나 완벽하게 들어맞는 생체시계를 가진 싱글맘이 그런 요소다. 특히 생체시계는 거의 몇 분 뒤까지의 교통상황을 예측해내는 수준인데, 소설 안에 있어서 그냥 받아들일 뿐이지 이 부분만 들여다 본다면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는 코믹 범죄물이 아니라 분명 초능력자 스릴러물이어야 한다. ^^;;

그 뒤에는 그런 설정에 밉지 않으면서도 아주 별종인 성격을 캐릭터에게 부여해 줌으로써 앞으로의 전개가 매우 복잡다단해질 수 있게 하고, 유쾌하면서도 낯선 유머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주인공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거짓말을 판별해내며 팀을 이끌고 있는 나루세는 자폐증 아들 ( 다다시 ) 이 있고, 그의 친구이자 말빨과 권투에 강한 교노는 부인 ( 쇼코 ) 과 함께 까페를 운영하면서도 커피를 정말 못 만든다. 천재적인 소매치기인 구온은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생체시계를 가진 유키코는 신이치라는 아들을 가진 싱글맘이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온정을 살만한 요소들을 가지면서도 대개 굳세게(?) 명랑하다.

소설의 재미는 짜임새에 있는데, 초, 중반에 등장했던 사물이나 사건, 인물들이 후반부에 연결이나 반전의 역할로 드러난다. 복선이 치밀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치밀한 복선은 읽는 이가 잘 눈치채지 못하도록 끼워두는 것과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냥 짜임새 있는 정도라고 보여진다. 이 소설에서는 초반에 등장하는 복선들이 어째 대부분 눈에 밟힌다. ^^;;

간간이 사회나 인간에 대한 불만을 집적거리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따뜻하고 명랑한 인간미와 서로에 대한 신뢰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지극히 받아들이기 편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들어찬 유머는 신선한 편이다.

기억할 만한 대사를 둘 정도 발견했는데, 하나는 " 서두르는 건 악마나 할 짓이지 " 이고, 다른 하나는 " 친구여, 나는 일생을 거짓말하며 살아왔다. 진실을 말하던 그 순간에도. " (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이라는 책에 나온다는 문장. 332쪽 ) 이다. 전자는 이사카 코타로가 쓴 말이니 책 분위기에 어울리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너무 무겁다. 그럼에도 두 문장은 기억에 남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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