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해저 2만리 - 8점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작가정신
보통 사람들에게 고전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어렵다.
책이 아무리 재미있게 씌였다 할지라도 읽을 때와의 시간차이가 보여주는 괴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 해저 2 만리 " 완역판을 읽는 데 어지간한 수고가 들었다는 걸 말해야겠다. 출퇴근 길에 읽으면서도 거의 3 주가량이 걸렸다. A4 용지와 비슷한 크기의 228*185mm 사이즈에 568 쪽의 만만치않은 분량이었다.

순전히 " 해저 2 만리 " 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욕심 하나에 버텼다. 그래도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은 좋았다.

느낌도 새로웠다.
노란 잠수함
노란 잠수함 by booung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 해저 2 만리 " 를 시대를 앞서간 인기소설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난 다른 의미로 시대를 관통한다고 여겨진다. 바로 책이 인기를 끈 이유다. 이 책은 아동,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계목적인 모험소설로 간주되는 " 해저 2 만리 " 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인기작가, 인기소설의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 바로 신나는 모험과 과학적 지식의 절묘한 배합이다. 그러면서도 통속적이지 않고, 탐구적이면서도 품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시선, 대사를 통해 보여지는 인간에 대한 냉철한 시선은 일반 인기소설과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과학적인 묘사들이 요즘 소설들과 달라 재미있어 보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판에 박힌 지식적 반복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김석희 님의 번역본이라 맛깔스런 표현들로 채워져 있어 즐길만 하다는 점이다. 김석희 님의 번역이라는 점이 이 책에 손을 쉽게 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정말 제대로 " 해저 2 만리 " 를 읽고,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모르겠다. 나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 해저 2 만리 " 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몰랐던 사실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런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추가로 기록해 둔다.

먼저 잠수함의 선장의 이름인 " 네모 " 는 라틴어로 " 아무도 아니다 " 라는 뜻이라고 한다. 잠수함의 이름인 " 노틸러스 " 도 뜻이 있다. 책의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 " 두족강, 앵무조개과, 앵무조개속 에 딸린 조개 이름이다. 지상과 인연을 끊고 잠수함이라는 조가비 속에 틀어박힌 네모 선장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하지만, " 네모 " 선장은 그냥 바다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의지를 가지고 바다를 떠돌며 사랑한다. 마침내 의지가 관철되는 순간 소설이 끝나며 네모 선장은 바다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 노틸러스 " 호는 세계 곳곳을 떠도는데 심지어 아틀란티스도 방문한다. 수에즈 운하 밑에 수중통로를 통해 지중해로 들어가고, 남극에도 도달한다.
 
사실 하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내가 기억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의 노틸러스 호는 최신예 잠수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정체모를 사람 하나가 바다를 탐험하고, 그의 묘한 매력에 빠진 사람하나가 따라다니면서 기록한 얘기로만 기억됐다.
호핑투어
호핑투어 by JaeYong, BA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놀란 것들 중에 하나는 모세의 홍해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서도 홍해를 물이 가득한 강이라기 보다 발목까지만 물이 차는 옅은 개천 쯤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설 " 람세스 " 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데, 내 예상에도 물이 갈라졌다기보다 얕은 개천에서 꾀를 내서 이집트 군을 물리친게 아닐까 싶다.
http://www.mmd2.co.kr2010-01-23T12:04:010.3810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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