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보아왔던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에서 " 로마 " 는 악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대표적으로 안소니만과 스탠리큐브릭의 1960년작 " 스팔타커스 " ( 분명 이렇게 읽는다. 요즘은 스파르타쿠스가 대세지만.. ) 였다. 당시부터 궁금했던 건 어떻게 저런 악당들이 그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던가 하는데 있었다. 장비가 조금 삐까 뻔쩍해 보이는 것 외에는 신체적으로, 전술적으로 전혀 강해보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무지의 상태를 제일 먼저 깨준 건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였다. 15 권에 달하는 대작을 읽은 후에는 어릴 때와는 반대로 로마에 대한 환상에 시달렸다. 이런 훌륭한 민족과 사회체계를 구축했던 국가가 왜 멸망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 로마인 이야기 " 를 썼다고 했고, 나름의 소견이 생기긴 했지만 아무래도 소견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조용히 더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보며 로마시대를 상상으로 그려본 사람들이라면 수많은 궁금증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서적을 찾아읽기도 했는데, 시오노 나나미가 극찬한 카이사르의 " 갈리아 전기 " 도 그중 하나다. 군더더기없이 말끔하고 담백한 문체가 백미라고 하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다면 아마 밋밋하다고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읽었을 때는 도대체 뭐하자는 소린진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보면 유럽 지리 안내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읽게 되고 다른 로마 관련 자료(?)들을 접하고 다시 보게 되면서 글의 속도, 날렵함, 직설적인 전개가 주는 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카이사르다운 문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자꾸 떠올려보는 잡생각이 종종 든다.


HBO 에서 제작한 " Rome " 이라는 시리즈 드라마는 전성기의 로마제국을 정말 충실히 묘사해 주는 명작 중 하나라고 본다. 로마를 다룬 모든 다큐, 드라마,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접해본 것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로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은 이 시리즈의 빠른 전개가 무척이나 더디게 느껴지거나 사람들 사이의 행동양식이 황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로마가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모든 권력의 역학관계, 인간에 대한 욕망, 영웅의 에피소드가 거의 담겨 있다. 드라마 시리즈의 두 주인공인 인물들은 카이사르의 " 갈리아 전기 " 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에서 따 왔다.


플루타르코스의 " 영웅전 " 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 ( 우리가 요즘 접하는 히어로즈들이 아니다. ) 을 대비형식으로 기록해 놓은 고전 명작인데, 당시 영웅으로 인정받던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평가, 그리고 저자인 플루타르코스의 개인적인 평가가 들어있다. 이 에피소들 속에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끝으로 1권의 고대로마 시대의 사생활을 그린 부분만 읽은 " 사생활의 역사 " 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사생활을 1차 사료로써의 증거물들을 통해 정말 어렵고(?) 재밌게 서술해 놓은 책이다. 불과 350 쪽 남짓을 읽는데 그렇게 많은 정신노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을 정도다. 신앙, 철학, 재산, 가부장 등 일상생활 속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인간적인 가치들을 저자의 인문학적인 자신감으로 바탕으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는 로마를 다소 미화해 놓았다고 보여지고, 드라마 " Rome " 은 눈과 귀로 재밌게 재현해 주고 있다. 카이사르의 " 갈리아 전기 " 와 플루타르코스의 " 영웅전 " ( 대비열전 ) 은 실제 1차 사료이기에 직접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 사생활의 역사 " 는 이런 앞의 자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마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걸 느끼는 사람으로써 " 로마 " 는 정말 분석해 볼 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는 국가이며, 시대이기 때문에 자꾸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기 : 로마는 그리스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그리스 문화나 철학, 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접근하게 된다. 단지 매력이 조금 떨어지는 데 아마 성취해 놓은 업적에 비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쇠망했기 때문인 것 같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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