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산울림 " 이 탄생한 지 벌써 35년이나 됐단다. 우리나라 음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기에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고 또다시 헌정앨범을 만들었단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레콛 가게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사서 들었던 " 산울림 " 의 노래들이 문득 듣고 싶어졌다. 





산울림을 처음 봤을 때.. 

" 아니벌써 " 와 " 개구쟁이 " 라는 노래는 라디오에서 듣고 알았지만, 가수의 모습은 모르고 지내었다. 그러던 중 어떤 어린이 날 TV 프로그램에서 왠 착하게 생긴 아저씨 한 분이 아이들과 함께 " 개구쟁이 " 라는 노래는 얌전하게 부르고 계셨다. 양복차림(?)이었던 것 같은데, 테니스 라켓같은 것을 기타처럼 잡고 흔들던 댄서(?)들이 웃겼었다. 그리고 자막에 " 산울림 " 의 " 개구쟁이 " 라고 떴다. 

평범한 일상인데, 왠지 기억에 오래 남아있던 건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가수의 모습, 목소리가 착 감기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는 기억, 폭소를 자아냈던 유치찬란했던 퍼포먼스 외에도 왠지 정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천국이었던 아주 화창하고 한가한 아침에 봤기에 더 따스한 기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언더그라운드를 찾아다닐만큼 열혈 매니아는 아니었지만, 어디선가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들리면 하나둘씩 찾아보는 습관덕에 " 산울림 " 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됐는데, 그냥 신선한 그룹이 아니라 음악적 깊이와 파릇파릇한 정감이 듬뿍 묻어나는 훌륭한 그룹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산울림의 진가는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그룹이었는가 하는 미사여구섞인 얘기들보다 언제 들어도, 누가 들어도 이분들의 노래는 어린 시절과 청춘에 관한 영원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이번 앨범의 추천사에도 들어있지만, 지금 고교시절을 보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들어도 공감하리라 짐작된다. 




REBORN 산울림을 들으며.. 

김창완 밴드를 포함해 14팀이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 장기하와 얼굴들 ", " 10cm " 가 " 산울림 " 의 분위기를 많이 닮아있었다. 참여한 그룹의 절반이상은 전혀 모르는 분들이어서 몇 노래들은 아주 생경한 느낌이지만, 몇 곡은 김창완님이 부른 것보다 훨씬 강한 필(?)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김창완님이 지금 다시 그 노래들을 만드신다면 확연히 다르겠지만.. 

아쉬운 건 김창완님의 노래에서 그 옛날의 청량했던 목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때문이다. 일부러 그렇게 부르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 나이 " 를 " 연세 " 로 불러드려야 할 때인가 싶어 서글프기까지 하다. 찾아보니 아직 환갑은 아니신데, 코앞에 계신다. ^^;; 하지만, 김창완밴드가 새로 부른 "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를 들으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듯 싶다. ㅋㅋㅋ



01. 조금만 기다려요 - 
장기하와 얼굴들


산울림을 진심으로 존경하는가 보다. 산울림이 없었다면 지금의 장기하와 얼굴들도 없었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불렀다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어릴 적 들었던 산울림의 노래랑 정말 비슷하다. 게다가 제법 신나기까지 하다. 시작은 좋다!



02. 독백 -  NY물고기

처음 보는 이름인데, " 독백 " 이 이렇게 좋은 노래인지 깜짝 놀랬다. 이 분 역시 산울림 분위기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언제 기회되면 한번 노래방에서 따라 불러봐야겠다. ㅋㅋㅋ

03. 나 어떡해 -  이진욱

센드페블즈와 산울림의 " 나 어떡해 " 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다가올 피아노곡일 듯 싶다. 그냥 다른 피아노곡이었다면 차분하고 서정적이어서 자기 전에 듣기 좋을 듯 싶은데, 질러대는 " 나 어떡해 " 를 기억하며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편곡의도 역시 왈츠의 리듬에 실어낸 재해석이라고 한다. 분해와 재구성 어쩌구 포스트 모더니즘 어쩌구 하는 소리가 나올까봐 내심 걱정했다. 어쨌거나 진짜 REBORN 한 " 나 어떡해 " 다. 

04.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 아이투아이

원곡보다 경쾌해졌다. 노래방에서 " 청춘 ", " 회상 " 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세상 다 산 기분이었는데, 여자 목소리와 어우러진 기타소리로 들으니 왠지 흥겹다. 

05. 가지마오 - 킹스턴 루디스카

발음도 어려운 그룹인듯 싶은데, 왠지 기억해 두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인데다 ( 전문용어로 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 ) 후반으로 갈수록 몸에 힘이 들어간다. 편곡 의도에 따르면 박력있고, 드라이브감이 느껴지도록 했단다. 즉흑적인 요소가 들어간 듯 해서 좋다. 그래도 " 브라스섹션 " 이나 " 락킹한 기타 " 라는 게 어떤 건지는 감이 오질 않는다. ㅎ

06. 안녕 - 메이트리

이 노래는 원래 영화 배경음악에 처음 쓰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는 영화 ( 박중훈씨가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 후반부에서 느닷없이 좋은 음악이 나와 오히려 영화음악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원래 다른 앨범으로 나왔었는데, 그 영화가 가져다 쓴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는 오히려 영화음악 분위기가 난다. 당시보다 음악적 완성도는 높아진 것 같은데, 서정적인 느낌은 다소 사라졌다. 어려서 그랬나? ^^;; 

송창식님의 " 참새의 하루 " 와 함께 걸으면서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다. 그렇다고 소리내서 부르면 걷는 건 아니고, 머리 속에서 허밍처럼 떠올리기 좋다. 기분나쁘지 않게 마음이 좌악 가라앉는다. ㅋㅋㅋ

07.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김창완밴드

들어보면 안다. 거장의 솜씨란 이런 것이다. 웅장하고 흘러간 세월을 눈치낼 수 없다. ( 목소리만 빼고.. ㅎ ) 편곡 의도에 어려운 말들이 좀 나오지만, " 선명한 사운드 ". " 기타 솔로의 멜로디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 " 의도적으로 사운드를 충돌시키고 조합시키고 있다 " 는 말들은 짐작이 간다. 설명은 쉬운데, 문장력은 다소 좋지 않다. ㅋㅋㅋ

CD 앨범의 내용을 이렇게 열심히 읽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읽다 보니 내 음악취향에 주단이 깔릴지도 모르겠다는 허황된 망상까지 들 정도다. ^^;; 

 


08. 무지개 - 갤럭시 익스프레스

TV 에서 한두번,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여러 번 본 적있는 " 갤럭시 익스프레스 " 도 참여했다. 실력파 밴드로 알고 있고, 다큐멘타리 영화에도 나왔었고, " 개구쟁이 " 를 정말 멋드러지게 부를 줄 아는 그룹인데, 기대보다 다소 밋밋한 곡으로 녹음했다. 왜그랬습니까? ㅋㅋㅋ ( " 개구쟁이 " 때문에 기대가 너무 높았다. ^^;; ) 

09. 찻잔 - 웅산

재즈 분위기를 냈다는데, 노고지리의 " 찻잔 " 이 더 남성적이라 아무래도 비교된다. 개인적으로 남성지향적, 원곡지향적인 취향인 모양이다. 너무 고급스럽다. 산울림을 편한 느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 ^^;; 

CD 속지에 무지개와 찻잔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처음에 듣다가 당황했다. 

10.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 - 알리

" 알리 " 라는 가수가 정말 노래 잘부르는구나 하는 탄성이 나왔다. 요즘은 거의 TV 를 보지 않아 이 가수는 지나가다 흘끗 본 정도고 기사 제목에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고 뜬 것만 본 정도였는데, 완전 깜짝 놀랬다. 

사실 "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 " 와 "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 를 처음 들었을 때 이분들이 장난끼가 발동하셨나 싶었다. 뭐 리듬도 안 느껴지고, 막 부르시는 게 아닌가 싶어 별로 듣질 않았는데, 이 앨범에서 이렇게 레벨업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제법 자주 듣게 될 노래. 

11. 내게 사랑은 너무 써 - 꽃별

연주곡인데, 해금과 기타가 어울렁더울렁 연주됐다. 연주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품격이 좋긴 한데, 원곡을 떠올리며 듣기에는 좀 당황스럽다. 

10번과 11번도 속지 위치가 바뀌어 있다. 

12.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 10cm

10cm 는 정말 기대됐던 그룹인데, 이번에도 한 건 했다. 노래가 업그레이드 됐고, 몇 번 들어도 참 만들었다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 내가 이 사람들보다 키는 작아도 나이는 많습니다. ㅡㅡ;; 말해놓고 후회하는.. ) 역시 자주 듣게 될 노래 한곡 추가.







13. 아마 늦은 여름이였을거야 - 김바다 with Art of parties

왠지 다섯손가락 등의 옛 그룹사운드 분위기가 나서 노래도 좋았고, 완성도나 분위기도 좋았는데, 속지 사진에서 머쓱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피나는 노력과 근성으로 중무장하신 분들인 듯 하다. 속지사진은 떠올리지 말고 그냥 들을 것!! 그러면 자주 듣게 될 곡!!



14. 아니 벌써 - 크라잉넛

크라잉넛이야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그룹인데, 어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너무 기대가 컸나 보다. 그나저나 노래방에서 부르는 " 아니 벌써 " 는 간주가 너무 길다. 분위기 끊긴다. ㅋㅋㅋ 불러본지도 오래됐는데.. ㅎ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회상 " 과 " 눈은 하얀 고양이 " ( 동요 ) 가 들어갔으면 더 좋아하게 됐을 것 같지만, " 회상 " 은 이미 임지훈님이나 델리스파이스가 워낙 잘 불러놔서 그곡들을 뛰어넘을만큼 만들기 힘들 것 같아 넣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 눈은 하얀 고양이 " 는 동요지만, 가만 들어보면 비틀즈의 " 엘로 서브마린 " 같은 분위기가 있어 이런 앨범에 한번 넣어봤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다. 산울림의 노래들은 잊은 듯 싶어도 추억이 있으면 계속 살아난다. 


" 77 99 22 " 라는 이전에 나온 헌정앨범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워낙 유명했던 가수들이 참여해서 존경의 표시는 높을지 모르겠지만, 산울림스런 맛은 이번 앨범이 더 나은 것 같다. 그 앨범의 노래는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 

덧붙이기 : 사진이 엉망이어 죄송합니다. ^^;; 주제넘은 소리들이니 가볍게 넘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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