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밥을 먹으며 케이TV를 보던 중에 스페인 국왕컵 엘 글라시코를 보게 됐는데, 명불허전급의 경기여서 밥 먹는 동안만 보던 TV 를 간식과 커피까지 먹으며 봐버렸다. 전후반 사이 휴식 시간이 짧았던 것으로 생중계는 아닌 듯 보였고 아마 녹화방송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결과를 모르고 보는 이에게는 생중계나 다름없었다. ^^;;

야구가 하지 않을 때나 아주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그것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축구를 보는 수준이지만, 축구가 재밌는 스포츠라는 데는 아주 공감한다.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프로축구의 최상위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전통의 두 강호이자, 여러 면에서 얽히고 섥힌 두 축구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맞붙는 경기를 말한다.

http://ko.wikipedia.org/wiki/%EC%97%98_%ED%81%B4%EB%9D%BC%EC%8B%9C%EC%BD%94

최근에는 FC 바르셀로나가 굉장히 우세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가 아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이 눈에 확연히 들어날 정도였다. 서로 공수 전환도 빨랐고, 정말 멋지고 공격적인 모습에 다른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철벽수비들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 뭐 매니아들에게는 다른 더 멋진 경기들도 많겠지만, 가끔 즐기는 수준에서는 이런 경기를 보기가 힘들다. ^^;; 나중에 읽어보니 그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주전 선수 여럿을 출전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그런데, 어제 오늘 스포츠 뉴스에서 당시 FC 바르셀로나의 주전 공격수였던 리오넬 메시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가 등장해 읽어봤더니 또다시 우리나라 기사 수준을 드러냈다. 리오넬 메시가 경기가 끝난 후 상대편 축구선수에게 매너없는 행동을 했다는 게 주요 골자였고, 오늘은 리오넬 메시가 경기장에서 상대편 관중을 향애 침을 뱉었다는 걸 번역해 왔다. 아주 멀리서 뱉었지만 타액의 궤적이 상대편 응원단을 향하고 있었단다. ㅡㅡ;; 아놔.. 진짜.. 읽는 이가 서쪽에다 침뱉으면 반미주의자로 찍힐 수준이다. 쓰는 이나 옮겨오는 이나 무슨 생각일까 싶다.

일단 녹화방송이라도 본 이로써 리오넬 메시가 경기 후에 상대방 선수에게 폭언을 했다해도 이해할만한 경기였다. 단지 운이 없게 가족이 차 안에 있었던 것인데, 기사에도 가족들은 직접 그 폭언을 듣지 못했고 창 밖으로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고 하니 사실 큰 문제로 다룰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게다가 그 폭언이라는 게 영어로 번역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리오넬 메시가 영어로 말한건지는 몰라도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F 가 들어가는 욕이 아니라 그냥 " 바보, 멍청이 " 수준이었다. 상대방 코치에게 한 말도 감독의 꼭두각시는 저리가라는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었다면 큰 실수였겠지만..

이 경기에서 메시는 정말 엄청나게 압박을 당했다. 일단 레알 마드리드의 홈경기였고, 홈팀 선수들은 대놓고 메시를 거칠게 대했다. 공과 상관없이 메시를 쓰러뜨리기도 하고, 서로 어슬렁거릴 때도 메시의 심기를 건드릴 행동은 주저없이 저질렀다. 당연히 메시는 어필을 몇 번 했지만, 주심과 부심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들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존심이나 축구선수가 지녀야할 매너들은 팀을 위해 포기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선수들 눈에 레이저의 녹색 불빛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일단 큰 부상이나 싸움이 없었으니 기사화되기는 힘든 수준의 영악한 괴롭힘이었지만, 선수들의 앙금은 오래 갈만한 수준이었는데, 경기가 끝난 후 서로 보게 됐으니 욕지기를 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전통의 라이벌들이나 아주 큰 경기에서 이런 일은 낯선 모습이 아님에도 마치 갑작스레 무슨 발견이라도 한 듯 기사를 퍼오는 모습이 안스럽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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