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후에 내 핸드폰 전화번호를 기입했다. 

연세도 지긋하신데다 말도 느리시고 곧잘 피곤해 하시는 터라 광고전화가 오면 내 선에서 짤라 버리기 위해서였다. 

딱 예상치만큼 걸려와 아낌없이 끊어주고 있는데, 불행히도 그놈의 설문조사 전화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요즘은 조용한 집에 느닷없이 어머니 전화벨이 울리면 태반이 설문조사다. 

아무래도 선거직전이라 이해는 하는데, 이제 어머니 좀 그만 괴롭혔으면 한다. 한번 받으러 가실 때마다 숨소리가 확연히 달라지신다.

그리고.. 어째 내 핸드폰으로는 설문조사가 한껀도 오지 않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이래봬도 가전제품, 컴퓨터 AS 받은 내역은 아주 성실하게 답변해 주고 있다고~~

제발 정치설문조사 좀 핸드폰으로 해줘봐.. ㅋㅋㅋ

덧붙이기 : 올 초인가 집으로 온 설문조사를 내가 받게 되어 팔뚝을 걷고 설문조사에 응하려 했다. 지지하는 정당이름을 댔더니 해당사항이 아니라며 끊는 매너는 뭔가? 뭘 조사한거야?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어제 첫눈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비도 아닌 것이 하늘에서 잠시 쏟아졌다. 

밖에서 걸을 때는 그리 귀찮더니 실내로 들어와 창문 밖으로 보니 알아보기조차 힘든 젖은 눈들은 그렇게 잠시 알차게 땅을 적셔놨다. 

잠시 상념에 젖고 나자 옷에는 물기조차 남아있지 않아 황망하기만 하다. 

첫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젖었고, 첫눈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하얗고 무거웠던 그 무엇인가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젊은 날의 기억처럼..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어제 때아닌 폭우로 인해 세상이 꾸리꾸리해 보였는데, 오늘 아침도 그 여파인지 을씨년스러운 창밖 풍경이었다. 

출근을 하러 아파트 입구로 나서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고양이 울음소리. 

동네 아주머니도 놀라신 듯 두리번 거리시는데, 아기 울음소리와 닮은 느낌에 아침에 들어도 소름이 돋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곳까지 걸어갔더니 이번엔 낯선 검은 까마귀 한마리가 떡 하니 길 한 가운데 있다. 

이 동네에 십년 넘게 살았지만 도로 한 가운데서 검은 까마귀를 본 건 처음이다.

이 괴생명체 역시 우중충한 날씨 탓에 약간 기괴한 느낌이 났는데, 나를 관찰하듯 몇 번 움직이며 갸우뚱 거리더니 날아가 버렸다. 

무시하고 가려는 순간, 까마귀가 있던 자리에 깔려 죽은 쥐새끼 한 마리가 보였다. 곧 외면했지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왠지 재수가 드럽게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재수만 없으면 다행이고, 집안이나 아는 사람에게 큰 사고나 나지 않을까 하는 기분나쁜 느낌이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행이 월요일이라 일이 바빠 열심히 땀흘리다 보니 어느 덧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어디서도 나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운 좋게 먹을 복만 약간 생겼을 뿐.. ^^;; 

그러나, 집에 오는 길에 몇년만에 " 도나 기에 관심있게 생긴 얼굴 " 탓에 냅따 종종걸음치는 일이 발생했다. 제발 " 드릴 말씀 " 은 스스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저녁 10 시 무렵.. 드디어 대뇌 전두엽을 가르는 찌릿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는 동생 녀석이 장가간단다. ㅡㅡ;;

축의금도 요새는 장난아닌 출혈인데.. 흠..

갑작스런 소식에 아침 나절 얘기를 들려준다는 걸 깜빡했다.

니 결혼소식 듣는 날 아침에 처절한 고양이 울음소리도 듣고, 무표정한 검은 까마귀도 봤고, 납작해진 쥐의 시체도 접했단다. 결혼축하해~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날씨가 추워 그런지 유난히 따뜻한 국물이 땡겨 2시간 전에 " 얼큰한 너구리 " 라면을 끓여 먹었다. 

조금 전에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단독] 농심 라면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 검출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165548_5780.html 

요즘 MBC 가 맛이 좀 간 것 같으니 편하게 눈가리고 아웅할까 아니면 대대적으로 나 이거 먹었다고 한풀이 포스팅이나 할까 고민중인 저녁.. 

어떻게 배가 고파서 끓여먹은 라면 한개가 이러 속을 썩일 수가 있을까.. ㅡㅡ;; 



'옮길것모음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거운 눈이 내리던 날..  (0) 2012.11.14
초조했던 하루..  (0) 2012.10.29
거기 오리가 살거든요..  (0) 2012.10.22
문득 떠오른 한마디..  (0) 2012.10.20
노량진 고시촌 '컵밥 전쟁(?)' 기사를 보며..  (0) 2012.10.17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오늘은 새벽부터 갑작스레 비가 많이 오고, 날씨도 어두컴컴해서 교통난이 심각했다. 아침 출근길에 마을버스의 늘어선 줄이 이렇게 긴 것은 처음 봤고, 줄 근처에서 서성이거나 요란을 떠는 아주머니들이 짜증스러웠던 것 역시 오래간만이었다.

무조건 앉아서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버스 한 대에 타는 사람들의 수가 제각각이라 기대는 일단 접었다. 단지 눈치껏 다음 차의 앞쪽에 탈 수 있을 것 같으면 이번 차는 그냥 보내마 하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평소보다 긴 시간에 걸쳐 마을 버스 한대가 도착했고, 천천히 사람들은 올라탔다. 내심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기우가 들 정도였지만, 다행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 신호를 무시하고 버스 정류소로 뛰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꼼수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고는 별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보자니 믿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올라탈 차례가 됐는데, 이미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았고, 옆으로 비켜서면 2번째 올라탈 사람이 되는 터라 비켜 섰더니 바로 뒤에 새로 마을 버스 한대가 도착하고 있었다. 앞에 서신 분을 따라 뒤의 버스로 냅따 이동했고 평소 타던 자리에 앉아 편하게 전철역으로 갈 수 있었다.




전철역은 예상대로 사람으로 붐볐다. 이정도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고, 타던 위치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다. 비에 젖고, 우산들고, 많은 사람들 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걸을 때는 그나마 꿉꿉한 걸 못 느꼈는데, 전철 안으로 들어오니 가슴부터 턱 막혀오는 게 월요일 출근길은 항상 신경써야 한다는 걸 새삼 각인시켰다.

이미 평소보다 훨씬 늦은 터이지만, 성북천 길로 방향을 잡았다. 평소 차도와 그 옆 인도는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도 많고 길도 좁아 물이 튀길 가능성이 높기에 한산한 뚝방길로 내려갔다.

성북천은 물살이 평소보다 빨랐기에 물소리도 전에 없이 시원했는데, 조금 걷자니 어디선가 못 듣던 방류소리가 들렸다. 중간에 방류하는 곳이 있다는 걸 평소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코를 급습해오는 비릿한 냄새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천 쪽을 살펴봤더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쓰레기 부유물들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누군가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는 틈을 타서 오수를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방류지점 아래쪽으로는 내내 냄새가 가시지 않았는데, 이곳에는 오리들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텐데 과연 그때까지 이런 냄새가 오물들이 사라질지 신경쓰인다.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덜 치사하게 살았으면 싶은데.. 하는 바램이 드는 아침이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