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저/마이클 매커디 판화/김경온 역
두레 | 200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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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걸까

1987년에 만들어진 프레데릭 바크의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1953년 발표됐고, 장 지오노라는 사람이 나무심기를 장려하기 위해 썼다는 데, 그럼에도 작위적인 느낌은 전혀 없이 편하게 다가온다. 담백한 문장들과 자연에 대한 풋풋한 묘사로 조용히 읽고 있다보면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엘제아르 부피에가 나무를 심은 곳은 단지 프랑스의 한 마을만은 아닌 것 같다.


오랜 세월 동안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긍지를 가지고 나무를 심어가는 한 사람(엘제아르 부피에)과 우연히 그와 만난 후 인생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숭고한 희생정신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고결한 가치에 대해 들려주고 있기에 자칫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과 세월을 스치는 듯한 만남들로 이루어져 자연스레 지은이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20여년간 고쳐 써가며 만든 작품이라는 데, 아주 짧은 단편소설인 이유는 아마도 한 마을과 산천에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준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의 고독하면서도 조용했던 삶에 대한 비유라고 보여진다. 그의 삶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때 화려한 묘사와 뛰어난 필력보다 잠시 도토리 냄새, 개울물 소리를 떠올릴 수 있는 편안한 문장들이면 족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장 지오노의 짧고 따뜻한 얘기에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편집자의 말은 옥의 티로 보여진다. 너무 직설적인데다 지은이의 품성과 달리 조급함과 당위적인 주장으로 많이 비교된다. 장 지오노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옮긴이의 말은 재밌는데, 지은이의 글보다 캠페인, 설명 그리고 약력이 더 많은 페이지수를 차지하는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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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크 엘리엇 저/윤철희 역
민음인 | 201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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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로써, 감독으로써 그리고 바람둥이로써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다시 본다. ㅋㅋㅋ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데, 아마도 인상깊었던 흥행작들은 우리나라에서 너무 오래 전에 개봉됐었고, 작품성이 숙성되는 시기에는 나이탓인지(? 우리나라 연예매체들은 나이든 배우들에 대해서는 별로 파헤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가쉽거리보다 엄청난 성과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사생활의 노출을 극도로 꺼린 그의 습성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영화배우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 감독으로써 그보다 더 뛰어난 업적을 이룬 경우들 중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보인다. 단순히 인기배우로만 평가해도 그보다 더 환호를 받았던 배우들이 드문데, 이제는 명감독으로 기억될만큼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이제 미국 영화사에서 그 진가를 충분히 드러낸 한 노감독의 생애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은이인 마크 엘리엇(http://www.marceliot.net/)은 작가이면서도 영화사(史)학자다. 감독의 개성은 그의 연출력과 스타일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던 그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충분히 연구하고 분석해 볼 만한 영화사적인 인물이다.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더티 해리 시리즈 그밖에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영화들이나 의도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여러 시도들 속에서 지은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구축해 온 일관성과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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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 목표 없는 청년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구름 위의 세계적인 스타를 사생활이 자유분방한 개인주의자로 끌어내렸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쫓는 미국배우가 오스카상을 거머쥘만한 감독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 인물평전의 특징은 지은이가 영화사(史)학자이다 보니 영화인으로써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주변 인물들, 당시 사건들과 상황들에 대한 온갖 얘기들을 들려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그런 자료들에 비해 미국 영화사(史)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이의 흐름을 한데 묶어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영화사(史)적인 존재감 때문에 선택한 인물이라면 이 부분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직 생존해 있음에도 평소 그의 생활관을 존중해 자주 만나지 않고 인물평전을 썼다고 밝힌 점도 그 솔직함에 호감이 가면서도 좀 덜 적극적인 것 같아 아쉽다. 살아있는 인물의 평전을 쓸 때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들 중 중요하거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들에 대해 본인에게 확인하거나 어느 정도 집요하게 파헤치는 노력을 내용에 드러내는 것이 훨씬 더 그 인물을 잘 드러낸다고 본다.


이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성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평전과 책들이 여럿 나왔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 거장의 숨결" 이라는 인터뷰집과 비교해 가며 읽어볼 예정이다. 아직 살아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지만 그의 한평생을 흝어봤으니, 그의 속내도 가능한한 엿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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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파워포인트+워드 2013

전미진,이화진,신면철 공저
한빛미디어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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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중급까지는 옆에 두고 볼만합니다.

문서업무가 고만고만하다 보니 평소 사용하는 기능과 스타일만 사용했는데, 그래도 은근히 양이 많아지고 산만해져 체계적으로 관리해보고 싶었습니다. MS오피스2003 이후로 오랫동안 기초서적을 보지 않았는데, ( 대강 찾아간 후 투덜거리며 사용했습니다. ^^;; ) MS오피스 2007에서 크게 바뀌고, MS오피스2013에서 더 바뀌고 나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봐야할 것 같아 골랐습니다. ^^;;


전체적인 내용들은 문서업무에서 흔히 찾게될 기능들을 충분히 나열해 놨다고 보여집니다. 기초과정을 지나 참조, 함수활용, 피벗테이블과 매크로까지 아주 전문적인 문서업무를 맡은 경우가 아니라면 버틸 수 있을만큼의 친절한 안내가 들어있었습니다.


각 페이지들도 간결한 문장과 알찬 배치로 사용자의 부담 ( 가격과 두께 ) 을 줄이고, 컬러지만 담백한 느낌의 색상으로 눈의 피로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S(마이크로소프트)가 너무 무리하게 오피스프로그램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보여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습니다. 일차적으로는 화면구성과 메뉴들의 위치가 여전히 낯설 뿐 아니라  평소 사용하던 기능들이 사라지거나 ( 사실, 찾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서도.. ^^;; ) 조작방식이 달라졌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어찌됐든 이제는 MS오피스2013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 환경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 어느 정도 " 라고 한 이유는 MS오피스이다 보니 은근히 스카이드라이브 같은 자사 프로그램이나 지원 사이트를 홍보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져 이걸 써야 하나 싶은 반항심(?)때문입니다. 대세에 맞게 온라인 협업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표방하지만 그래도 사용자들에게 가입절차까지 소개하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


이렇듯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들을 제외하면 MS오피스2013이 새로 보여주는 화려해진 기능들과 특화된 작업방식을 맛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엑셀은 문서의 엄격한 관리와 분석에, 파워포인트는 강렬한 프리젠테이션에, 워드는 매뉴얼 등에 적합한데, 이런 성격들을 염두에 두고 학습전략에 맞춰 진행하다 보면 그 진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



** 한빛리더스 6 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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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1

윤태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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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격자무늬 위에 그려지는 구슬프고 아름다운 생존기..

이미 웹툰으로 한창 완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만화다.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모두 성공한 전작 "이끼"에 연이어 "미생" 역시 열렬한 환호와 높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이제 " 윤태호 " 라는 만화가는 "흥행성있는 작가(!)"임이 분명해졌다.





웹툰은 연재하는 작품이다보니 못다한 얘기들이 있곤 한다. 만화책은 친절하게 그의 의도를 드러냈고, 그밖에 인터뷰들을 읽어 보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대개 예상했던 바일테지만, 그래도 작가분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그 맛이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미생 예고편


그런데 바둑은 매우 특별합니다. 세상 어느 일이 나를 이긴 사람과 마주 앉아 왜 그가 이기고 내가 졌는지를 나눈답니까? 그것도 빠르면 6, 7세의 어린이부터 말입니다. 그들에게 패배란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은 패배감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그 아이는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 졌을까요?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한 수 한 수 걸음을 옮기는 이야기가 바로 『미생』입니다. 이 아이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테마가 될 마땅함이란 작품이 끝나야 알 것 같습니다. - 미생 1 권, "작가의 말" 중에서. 005쪽.


[작가와의 인터뷰] 윤태호와 ‘미생’ 장그래, 두려움이 닮았다 (한겨레)



바둑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매 회 등장하는 바둑의 기보(바둑이나 장기를 두어 나간 내용을 기호로 기록한 것)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만화책은 이 기보에 대해서도 매 에피소드 도입부에 그 의미나 상황을 알려줘 완전히 새로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기보는 녜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  제 1 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인데, 엔딩에 대한 암시일지도 모르겠다. 설마 장그래(만화의 주인공)가 정직원되면서 끝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


1998년 중국 본토 출신의 대만 재벌 잉창치는 녜웨이핑이란 천재와 더불어 중국 바둑이 크게 융성하자 전 세계의 고수 16명을 초대해 실력 대결을 벌여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총 규모 115만 달러의 응씨배다.

- 008쪽.



바둑을 아는 사람이기에 좋은 점도 있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도 있다. 장그래가 첫 출근일에 외국인 바이어를 만나 바둑의 룰 중 하나인 " 환격 " 을 퀴즈로 내는 장면이다. 


환격 ( 먹여치기 ) : 바둑에서 상대편이 자신의 돌 하나를 잡게 놓아둔 뒤에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놓아서 상대 돌을 잡는 일.


장그래가 외국인 바이어에게 낸 바둑퀴즈는 바둑을 거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기초적인 룰을 아는 사람에게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다. 외국인 바이어가 이 그림을 두고 고심했다는 건 바둑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그래는 이 문제를 푸는 규칙을 외국인 바이어에게 영어로 설명했었다는 뜻인데, 좀 무리가 있다. 장그래는 7년간 바둑에만 몰두했던 청년이고, 군대를 갖다오고, 짧은 회사 생활을 경험했고,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영어로 바둑의 룰을 설명할 수 있었다는 건 선뜩 납득하기 어렵다.(외국인 바이어는 통역이 필요한 인물이다.)


설정상 장그래가 원래부터 유능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결국, 환격퀴즈를 ( 만화의 칸을 더 늘려서라도 ) 좀 더 어려운 것으로 냈어야 한다고 본다. 둘 다 바둑을 아는 인물들이라면 언어의 의사소통이 필요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어쨌거나 장그래는 이 무리한 전개로 인해 곤마(困馬,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돌)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생" 의 매력은 그의 전작인 "이끼"때처럼 정신적인 압박감과 위력적인 스릴러지만, 그때보다 현실성과 문장의 표현력이 훨씬 발전했다.


그런 7년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입단에 실패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주름진 아버지가 보였고

총기 잃은 눈빛의 어머니가 보였다.

바둑돌을 떨구는 그 순간,

세상은 허물을 벗었다.

나에게만 감춰졌던 세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 착수 편 중에서



웹툰이니 만화의 컷이 주는 재미에 간과하기 쉽지만, 주인공들의 대사나 묘사들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참 잘썼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끼"때도 이런 느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기재: 바둑 두는 재능)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 착수 편 중에서



한국적인 애절함을 새삼 일깨우는 "착수"편은 70~80년대 가난한 시절의 서민 정서가 첨단의 기술이 팽배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저런 표현은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에 익숙한 것이다. 요즘은 개천에서 나는 용들은 씨가 말랐다고들 한다.



출근 첫날이 저물어간다

언제나 그랬지.

오늘의 대국을 다시 복기하며...

수많은 패배를 마주해야 했다.

언제나 그랬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나는 나의 행복과 슬픔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 6수 중에서



세상에 태어나 첫 출근했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가장 많은 것을 기억하고 싶었던 날이지만, 의외로 별 일 없었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장그래의 미래사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혹시 과거사를 떠올렸던 마무리로 가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





바둑두는 사람들에게는 기풍(바둑 두는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작풍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윤태호 작가는 요즘 시작부터 중어뢰를 쏴대는 통에 피해갈 길이 없다. ㅡㅡ;;



** 해고예고수당 :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해고수당 또는 예고수당)을 지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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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저/고정아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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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슈뢰딩거의 고양이..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 하드보일드 " 스타일의 소설을 접했다. " 하드보일드 " 의 정확하게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설정과 전개들을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소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 몰타의 매 " 는 1928년을 배경으로 유능한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 ( 샘 스페이드 ) 가 겪은 복잡미묘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하드보일드 소설 장르는 대개 탐정소설이며 범죄, 폭력, 섹스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 몰타의 매 " 에서도 그 장르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시작부터 불쑥불쑥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어 캐릭터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자 최대의 재미다.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과 비교해 보자면,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모습을 표현할 때 감정적인 묘사를 넣어 독자가 눈치챌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드보일드의 특성상 이 소설에서는 담백한 정밀묘사일 때가 많다. 가끔 손이 떨리거나 인상을 쓰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는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 확정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 이게 " 몰타의 매 " 가 보여주는 매력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샘 스페이드가 정말 브리지드 오쇼네시를 정말 사랑했을까 의심될 정도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대사를 보면 사랑했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진실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스페이드가 오쇼네시도 다른 캐릭터들처럼 다루고 있다는 가정하에 소설들의 주요 내용을 떠올려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단지 둘이 더 오래 같이 있었기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건 당연하지만, 스페이드는 각 캐릭터들과 따로 있었을 때는 언제나 자연스레 그들을 위하는 척 하는 일관성을 보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스페이드는 과연 누굴 위해 의뢰를 수행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몰타의 매 " 는 험프리 보가트가 등장한 영화로 먼저 알게 됐다. 오래 전에 재밌게 본 명작영화였는데, 그 재미를 다시 떠올려 보고픈 마음에 읽었다가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느낀 경우다. 영화에서보다 여주인공의 팜므파탈적인 강렬함과 혼돈이 짙게 다가왔다. 그런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다룬 탐정의 냉철함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라는 말이 있다. 상자 안의 고양이가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알 수 없으니 확정할 수 없고, 어떤 상태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게 하드보일드 소설,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재미를 귀뜸해주는 것 같다. 캐릭터의 속내를 끊임없이 추측해야할 뿐 전혀 확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는 대실 해밋의 연보와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이 충분히 곁들여져 있어 오래 전의 명작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 


참고로, 1920년대에 " 핑커턴 " 이라는 미국 최대의 탐정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 3:10 투 유마 " ( 2007 ) 라는 웰메이드 서부극에서 악당 밴 웨이드 ( 러셀 크로우 분 ) 가 지긋지긋해하는 단체로 언급했는데, 그때부터 궁금해했었는데 마침내 여기서 지은이인 대밋 해실이 20대 때 입사한 탐정회사란 걸 알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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