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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거의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흐름을 굳이 기사제목으로 삼을 것까지는 없지 않냐고 한소리 하고 싶지만 차마 뭐라 하기가 힘들다. 어쩌겠는가 스스로도 살짝 빈정대거나 잔인하게 놀려먹고 싶은 것을.. ㅡㅡ;;

오늘 SK 와 경기를 보던 중에도 선수들과 코칭 스탭의 모습으로 충분히 패배가 예상됐다. 이만수 감독의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작전지시에 혹시나 LG가 줏어먹지는 않을까 하고 조금 기대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SK 선수들은 만만치 않았다.

LG 는 올 해 정말 오래간만에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안겨준 만큼, 딱 그만큼 원성을 사야 했다.

10 승 투수를 4명이나 배출하고, 선수들 성적도 괜찮았음에도 4강은 커녕 5 ~ 7 위권 싸움을 해야 하는 보기 힘든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는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만큼 다 지적했음에도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정하는 건 역시 구단의 몫이다. 올 해 특단의 조치로 내놓은 것이 신연봉제였지만, 이놈의 조치는 시작부터 결과까지 하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LG 구단도 답답하겠지만, 팬들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구단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팬들의 의견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팬들의 압박은 분명 권리이고, 도를 넘어서지 않는 차원에서는 토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가 되는 만큼 아직 관심받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가야할 부분이다.

오늘 경기의 해설위원 - 아마 마해형씨 같았는데 - 은 아직도 내년에도 기대해 볼 만한 LG 전력이라고 얘기했다. 언제나 기대해 볼 만한 전력에 언제나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LG 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삼미 슈퍼스타즈 만큼이나 확 깨는 기록들을 양산해갈 것 같다.

오늘 임찬규 선수의 투구를 보면서 LG 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다. 좋은 직구를 가졌고, 더 성장할 것 같지만, 포수의 리드나 제스쳐를 보니 또 말아먹게 생겼다는 느낌이다.

임찬규 투수가 선수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진 상황이 벌어졌다. 포수는 대놓고 양 속으로 엑스자(X)를 그리면서 주의를 줬는데, 무슨 생각에서 그런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머리 쪽으로 폭투나 빈볼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히 해서는 안될 짓이다. 포수조차 빈볼이 의심되면 조용히 올라와서 다독이거나 주의를 줘야 할 것이고, 폭투라면 포수가 조용히 타자에게 암시적으로 미안해 하는 제스쳐 정도면 될 일이다. 대놓고 남들 다 보는 곳에서 자기 팀의 투수를 애처럼 주의를 주는 모습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건 이미 같이 생활하면서 가르쳐야 할 부분이고, 실제 경기에서는 투수로써 존중해 줘야 한다. 갓 신인인 임찬규 투수에게 경험을 쌓게 하려면 먼저 투수로써 자신감, 자긍심, 자존심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건 뭐 너 유망주니까 오늘 우리 선수들은 너에게 교육시켜주겠다는 뉘앙스를 모두 알게 해 버리면 신인선수의 패기를 그 누가 인정하겠는가? 미안하지만 이런 모습에서 강남도련님 야구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싶다.

임찬규 투수는 관록있는 SK 타자들 앞에서 참 열심히 던졌다. 볼카운트를 가져갈 때는 인정받을 만한 구위였지만 아웃카운트를 잡는데는 아주 조~금 부족했다. 구위가 수준이하가 아니라 타자들이 좋은 구위의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치거나 적절히 대처가면서 무너졌다. 이럴 때는 좋은 경험은 신인 투수의 예측 불가능한 패기를 시험해 보는 게 가장 좋은게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하는 LG 의 좋은 유망주들은 대부분 예측가능한 상황에서 예측가능하게 무너지고 사라져갔다. 많이 맞으면서 관록이 쌓이는 게 아니라 많이 맞으면서 대처법과 마무리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가는 것에서 관록이 쌓인다고 본다. 임찬규 선수도 내려가는 게 습관이 된 LG 의 모습처럼 맞는 게 습관이 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물론 LG 에 있을 때 심수창 선수처럼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건 더욱 좋지 않다.

덧붙이기 : 오늘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이대수 선수에게 확연히 오심으로 인정될 만한 커브가 들어왔다. 완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서 들어온 것 같은데,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대수 선수는 억울해 하는데, 마스크를 쓴 강민호 포수가 이대수 선수와 눈이 마주치면 스스로도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TV 로 야구중계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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