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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박준범 감독님의 2007년작 독립장편영화 - 도다리(FLOUNDER) 를 보고 왔습니다. 그간 봐온 독립영화 중 가장 소박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판 " 세친구 " (임순례 감독) 라고도 하는 이 영화는 부산에 사는 26세 가량의 3명의 친구들의 성장통을 담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어릴 적부터 동네친구인 상연, 청국, 우석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이제 막 사회로 접어드는 과도기 속에 놓여 있다. 상연은 좋아하는 여자 후배가 있는 동아리방에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갑자기 선배로부터 룸살롱 일을 소개받게 된다. 힙합뮤지션을 꿈꾸는 청국은 사채와 현실적 압박 속에 시달리게 되고, 우석은 새벽 선착장과 항만부두에서 힘겹게 일하며 경창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매진하는데..
아등바등하는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은 더욱 더 그들을 암담하게 만든다.
연출의도

가늠한 것보다 가혹한 현실을 극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피부로 느끼며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삶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그들의 믿음과 순수성은 상처받고 퇴색되어 간다.
그러나 그 성장통 후에, 삶에 대한 의지와, 관계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자에게 긍정적으로 환원될 수 있길 바라며,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 또한 한큼 성숙하길 바란다.

부산사투리와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청춘이 사회를 직접 체험하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를 보여주는 데, 제 느낌에는 현실의 가혹함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의 일면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비교적 쉽고 차분해서 독립영화가 덮어쓰고 있는 어렵다거나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이렇게 되면 TV 드라마보다 약간 더 표현이 센 것 뿐인데 굳이 돈내고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소박한 관람자들의 잣대에 걸릴 것 같습니다. 웬만한 영화광이 아니면 그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냥 적당히 잘 만든 드라마 한편을 극장에서 본 기분입니다. 제작비가 6천 4백 3십만원 선이라고 하는데, 요즘 TV 단막극 한편 만드는 비용과 대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작된건지 궁금하네요. 물론 독립영화는 효율보다 작가주의 정신이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가와 관객에게 먹혀들었는가가 중요하지요. ^^;;

전 이런 류의 영화를 몇 편 봐서 그런지 그닥 새롭다거나 예리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단지 어디나 있는 철부지 한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느낌정도였습니다. 약간 오버한 느낌이 나는 건 룸살롱에서 일하게 된 상연이 우석이 동생의 병원비 문제로 매춘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좀 스토리가 비약적이라고나 할까요? 친구 동생 죽는 것도 아닌데, 즐기기 위한 것도 아닌 ( 설정상 여자랑 하룻밤 즐기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매춘을 생각한다는 것도 좀 억지스러운데, 약간의 의심이 생겨 주저없이 추적해서 친구가 그런 식으로 돈버는 걸 알아내는 부두노동자라니.. 흠.. 부산의 청춘들은 그게 가능한 건지.. ^^;;

경상도 쪽이 고향이신 분들은 재미있게 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역색도 강합니다.

줏어들은 말에 영화에는 열린 구조와 닫힌 구조가 있다고 합니다. 열린 구조는 감독은 문제의식을 충분히 반영만 하고 그 느낌,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고, 닫힌 구조란 문제의식과 함께 자신의 의견도 피력해서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도다리는 열린 구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청춘을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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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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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섣부름, 재미, 고민을 보여주는 영화.

극장에서 개봉한 흔한 삼류 상업영화보다는 훨씬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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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서 김병우 감독이 밝혔듯이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A를 연기하는 배우A, 등장인물A를 창조한 작가, 작가의 대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간에 가상의 세계에서 실존하는 등장인물A를 중심으로 대립하는 것이 기본스토리인데, 영화 오프닝이 매우 현란하고 혼돈스러운 이유가 아마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등장인물A에 촛점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반복되는 화면, 어지러운 화면, 알 수 없는 공간은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불안정함을 나타낸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도입부분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시놉시스를 읽고 영화를 관람하는 상황에서도 이야기 속에 빠지는 게 쉽지 않았다. 화려한 색감이 관객의 눈에 빠른 긴장을 주어 집중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재빨리 이야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설정

김병우 감독은 어떤 특정영화에 영향을 받아서 이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여러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 - 인랜드 엠파이어, 스트레인저 댄 픽션 등등 - 이 개봉했는데, 김병우 감독은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나 역시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아주 오래 전 " 명화극장 " 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 그림자 사나이 " 라는 영화(?) - 알고보니 프랑스에서 1982년에 제작된 TV용 영화라고 한다 - 를 떠올렸다.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새롭다거나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참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판단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설정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기반이 되는 개개의 부품들과 같다고 본다. 같은 부품을 어떻게 짜맞추느냐를 영화의 독창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면 <WRITTEN>은 꽤 독창적이다. 물론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연극들에서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주제가 비슷하다면 개인의 무지를 양해해 줬으면 한다. "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 라는 어느 경구에 많이 동의하지만, 조금씩 바꿔가며 다르게 확대, 표현, 재생산하는 것도 창의력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WRITTEN> 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등장인물A 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배우A 와 대립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매우 추상적이고 진지해 보이기만 할 것 같은 설정은 스릴러적인 요소, 잘 짜여진 구성으로 중반부터 재미를 더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창조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각본으로 인해 등장인물A 에게 넘어온 정체성 확립의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 각본의 엔딩에 집착하는 배우A, 감독에 의해 잠식당하려는 위기에 처해진다.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주변인물들에 의해 강요되고, 강제로 끝마쳐지려는 억압으로부터 등장인물A는 몸부림친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기에 현실세계로 도피할 수 없는 등장인물A 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구성이 무난하긴 하지만, 허술한 부분을 잘 감추진 못한 점도 있긴 하다. 제작여건의 어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보여 더욱 아쉽다.

그밖에..

영화 중반까지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도 의도된 부분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연극으로 해도 될만한 각본을 영화로 표현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 것 처럼 보였다. 영화 제작기간이 이미 많이 흘러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얘기를 더 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은 것이 몇몇 있다.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질문을 해서 나는 포스팅으로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있었다.

영화 후반 시계보는 장면에 관해 질문해 준 관객이 단연 기억에 남았다. 약간 우스개처럼 마무리 됐지만, 참 세세하게 집중해서 열심히 봤구나 싶어 웃음이 머금어졌다. 시계얘기가 나왔을 때 혹시 중요한 의미인데 내가 간과한게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ㅎㅎ



질문 : 영화 초반 등장인물A 가 링거의 깨진 유리조각을 구두발로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암시로 봐도 되는건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작가, 배우A 등은 전문배우 같고, 다른 분들은 비전문배우 같으신데 맞는지요?

질문 : 영화 속에서 반복과 중첩의 의미를 가지는 구성이 있어 보였는데, 의도된 부분인지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반복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억압적인 요소로 비춰지고, 중첩은 갇혀진다는 의미와 함께 안과 밖으로 동시에 관객에게 보여주는 의미로도 이해됩니다만.. ^^;;

질문 : 영화 후반 TV화면 조정시간에 나오는 이미지가 셋트에 그려지는 데 이야기가 종착점에 도착했다는 의미인지요? 아니면 이제부터 등장인물A가 진짜 자기얘기를 만들어가려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인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와 배우A 가 만나는 장소들에 지하도, 셋트장, 가상의 공간이 나오는 데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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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배포된 자료를 전부 스캔해서 올렸습니다. 독립영화 제작현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천만원에 이정도 영화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주최측에서 술자리를 제안하셨는데, 몇분이나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술을 못해서.. 흠.. --;;

아직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독립영화 쇼케이스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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