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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호의모험
카테고리 역사/문화 > 신화 > 그리스로마신화
지은이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바다출판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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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인 제우스의 분노를 테마로 여러 영웅들이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양피를 찾아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 아르고호의 모험 " 이라는 서사시를 김원익이라는 분이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사실상의 내용 정리는 앞부분에 다 되어있고, 원전을 해석, 혹은 번역한 부분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삽화와 발췌 사진들이 볼만하다.

그리스 신화는 여러 판본이 있어서 옮긴이는 " 아르고호의 모험 " 에서 나오는 부분과 다른 판본 사이에 차이점도 꼼꼼이 넣어 오해를 최소화하려고 한 듯 보인다.

글의 수준은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쉽고, 편안하게 씌여있지만, 아무래도 원전의 소재가 미성년자들이 그냥 듣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으므로 절은 층들은 매우 볼만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고전들은 대부분 그 바탕에 깔린 테마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원전의 테마는 나에게 좀 흥미로웠다. 올림푸스의 지배자인 제우스가 나라 전체의 관습이나 도덕도 담당하는 신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들이 여러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우스에게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다. 곳곳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바람기는 도덕과 상관없는 신의 영역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나라 전체의 도덕과 관습의 신인 제우스가 황금양피를 가져갔던 프릭소스란 인물이 죽자 그리스의 관습대로 땅에 묻히지 못하고, 그 나라 ( 콜키스 ) 의 관습대로 시체가 썩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건에 분노해서 영웅들을 보낸다는 것이 주요 테마다. 좀 생소한 상황인데, 이 책이 씌여진 때가 헬레니즘 시대라는 것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잘은 몰라도 헬레니즘 시대는 그리스 문화가 오리엔트 지방으로 퍼지면서 융합되는 등의 성격을 띠던 시대로 알고 있다.

헬레니즘(문화) - 다음 사전

헬레니즘 - 다음 사전

이런 시대에는 문화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의견이 너무나도 다양한 그리스인들이라면 당연히 글로 남기려 했을 것이다. 그나마 공평하다고 느껴지는 건 책 후반에 그 나라 ( 콜키스 ) 의 왕자가 죽자, 그리스 영웅들이 그리스 방식대로 땅에 묻자 이것에 대해서도 제우스는 화를 내어 영웅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콜키스 사람들은 콜키스 방식대로 나무에 매달아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데, 우선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책같다는 점이다. 본래 가치보다 낮게 평가됐다기 보다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는 것이다. 그리스 문학을 애기하면 제일 먼저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 " 일리아스 " 와 " 오딧세이 " 다. 호메로스(?)라는 인물에 의해 기원전 8세기 경에 씌여졌고, 방대한 분량의 서사시다. " 아르고나우티카 " 혹은 " 아르고나우타이 " 는 B.C. 250 년경이다. ( 기원전 3세기? ) 게다가 지은이인 아폴로니우스는 호메로스와 많이 닮은 서사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작품자체의 독창성이나 완성도보다 헬레니즘 시대를 반영한 부분으로만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또한 스토리 중에 지은이가 개입한 흔적도 발견된 게 흠이면 흠이랄까?

주요 테마로는 제우스의 분노 외에도 메데이아라는 여인에 관한 것을 들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오빠 혹은 남동생을 죽인 여인으로 나오는데, 나중에는 자신의 자식들까지 죽였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고 따로 이 여인을 다룬 책이 있다고 한다. 이 메데이아라는 여인에 대한 평가는 최근(?)에 다시 연구되어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는 데 거기까지 읽을 만한 여력은 없다. 다만, 이런 논쟁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끝내고 싶다. 참고할 만한 건 최근의 노력으로 메데이아라는 여인의 이름에서 메딕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캐릭터다.

끝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말하는 배 아르고, 청동인간 탈로스, 키르케 등등의 만화적인 캐릭터에 대한 것이 재미있다. 요즘 상상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문학적인 측면에서 별 가치는 없어보이고, 이것때문에 원전의 가치가 좀 저평가 받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오래 전 사람들도 그런 상상력을 가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처럼 재미있게 묘사된 건 아니지만, 모험물이라는 장르를 생각해 보면 손색이 없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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