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INDIE SPACE)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전수일 감독님의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Time Between Dog and Wolf) " 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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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를 전혀 모르고 갑작스레 관람하게 되어 참신하기 그지없었다.(? ^^;;) 영화시작 직전 남여가 등을 보이고 함께 앉아있는 포스터만 잠시 볼 수 있었다. 개봉관 안으로 들어가니 80석 규모(?) 정도 되는 공간에 드문드문 10며명 남짓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중간쯤 위치에 자리를 잡았으나,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독립영화 초보 관람자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 (영화가 끝난 후,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코앞에서 진행하실 줄이야.. 뭔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중압감이.. --;; 그래도 대화의 시간은 재미있었다..)

영화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관람을 하게되니 영화가 끝나도록 중구남방의 생각만 가득했다. 머리가 아파올 때 쯤 허망하게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작스레 엔딩크레딧이 올라왔다. 뭘 봤지?


영화제목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제목만 보고는 길들여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관한 로드무비일까 싶었다. 영화포스터를 보면서는 아닌 듯 했고, 사랑얘기를 바탕으로한 길들여진 사람과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간의 갈등이 나올까? 싶었다.

영화초반에 힘든 현실에 시달리는 남자 영화감독(김, 안길강 분)과 무엇인가를 찾아헤매는 듯한 " 영화 " 라는 이름의 여자(김선재 분)이 나온 후, 실향민, 철책 등이 자주 등장하길래 혹시 오늘날의 분단현실을 잊고 사는 남한사람과 분단현실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얘기를 개와 늑대에 비유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왜 이리 허망하고, 뭔가 텅빈 느낌인지..

영화가 끝난 후,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이 되서야 영화제목의 의미를 알았다. 프랑스에서는 해가지고, 저녁이 되기 직전의 어슴프레한 시간을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불분명한 시간이라고 한댄다. 그래서 하루 중 그런 시간들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답니다. 아.. 역시 독립영화는 어느 정도는 알고 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상실감 - 겨울, 실향민, 동생, 고향

이 영화는 제목처럼 자신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상실감에 젖어 있는 한 남자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북쪽에 제사를 드리는실향민 가족, 동생을 잃어버린 여자, 자신이 살던 집의 위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감독,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는 고향, 심지어는 잠깐 등장했다가 산속에서 실종된 등산객들까지 일어버림, 상실, 망각과 연관된 요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여자주인공도 정말 동생을 찾고 싶긴 한건지 이리저리 방황하듯 동생을 찾는 모습이라니..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에 영화제목을 듣고, 주제가 상실에 대한 것이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 저녁무렵 날이 어둑해지는 시간이라면 왜 굳이 겨울에 작업을 했나 싶었다. 그런 시간이 가장 짧은 겨울을 선택하면 촬영이 무척 힘들 것 같았는데, 굳이 겨울에 촬영을 했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다 싶어 질문했더니 감독님은 겨울이 상실감을 표현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또한 흑백의 색채(색감?)를 좋아하고, 녹다만 눈이 있는 상태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영화 중간중간 그런 장면이 보였나 싶다. 심지어 차의 앞유리에까지..

음.. 역시 독립영화는 극단적인 취향이 곳곳에 배여있는 영화다. 나같은 무한솔로는 겨울보다 여름에 더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는.. 겨울에는 그나마 돌아다니는 커플이 적거나 어딘가에 파묻혀 있어 살 만 하답니다. ㅋㅋ(여담이었습니다. --;;)

전수일 감독님은 흑백의 화면 등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혹시 영화에 초반에는 하얀 똥개 한마리가 나오고, 후반에는 까만 똥개가 한마리 나오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지요? (두번째 여담이었습니다. ^^;;)

잃어버린 것들

주인공은 처음에는 현실에 도피나 혹은 마지못한 여행으로 고향을 찾았다가 여주인공을 만나서 자신의 고향을 돌아보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결국,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다시 찾으려 하나, 만났던 여자(여주인공)도 자신의 고향집도 찾지 못한 채 일터로 돌아간다. 그후, 친척분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을 방문했을 때, 여주인공이 눈밭에서 원을 그리며 마구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엔딩장면을 마무리한다. 여전히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쳇바퀴돌 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장면인지, 아니면 무한히 원을 그리며 돌다보면 희망을 찾을 수 잇다는 것인지 잘 모르겟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전자에 가깝다고 본다. 상실상태의 무한한 반복.. 요즘 서민들 인생이 다 그렇지 않나 싶다. 난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  나는 그런 상실감을 느끼는데 그리 강하지 않다. 세상에는 견딜 수 없는 감정들도 참 많다고 보는 편이다. 여기서 견딘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혹은 성향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런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나름대로는 견뎌냈다고는 하지만 바깥쪽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잃어버린 것을 찾으면 복원될른지도 모르겄고..

기억나는 장면

영화 중간에 술에 취한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집을 찾지 못해 괴로와하는데, 술집 주인아주머니가 지나가자 손을 붙잡고, 자신의 고향집이 어디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너 취했구나 하며 혀를 차며 돌아선다. 이 장면이 왜 그리 웃기던지..

오늘날의 독립영화의 현실과 비슷한 싶어서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온갖 고생해 가며 다양한 영화, 소중한 영화, 좋은 영화들을 만들다가 술에 쩔어 관객을 붙잡고 우리가 설 곳은 어디요? 라고 묻는다면 관객들이 이렇게 말할 듯 싶다. 너 취했구나? ㅋㅋ

모든 관객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독립영화가 보여주는 너무나 다양한 취향들로 인해 일반 관객들도 독립영화라면 일단 머리써서 봐야할 영화라고 인식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나도 그래서 독립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그나마 같은 회사에서 영화관련잡지를 발행하니 얻어보게 되고, 읽게 되어 대충 이런 건 보면 내 취향이겠구나 싶은 것들만 우연히 찾게되면 보는 상황이다. 김기덕 감독님의 " 악어 " 라는 데뷔작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게 독립영화라는 거구나 싶었다. 지금도 김기덕 감독님을 독립영화인인 듯 싶다.

뭐 영화인도 아니고, 영화관련자도 아니니 독립영화가 제자리를 잡아야 하네 마네, 어때야 하네 마네 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간혹 만나게 되는 참신한 독립영화들이 좋았으니 립서비스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포스팅해 본다.

독립영화관 잘 될까?

옛날 중앙극장 자리가 중앙시네마로 이름을 바꾸고, 이번에 인디스페이스 라는 독립영화관이 생긴 듯 하다. 3층만인지 전체가 독립영화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처럼 자주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물론 감독님들은 바쁘시기도 하겠거니와 모든 분들이 다 얘기꾼들은 아니시라 퍽퍽한 면도 있으리라 본다. 유쾌한 전문 진행자들도 양성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진행하신 분이 못했다는 건 결코 아니다. 대화시간에 보니 너무들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 아직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듯 하다. 나도 그랬고..

독립영화관의 수익구조로 인해 문 닫은 곳이 있다는 걸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오픈하는 곳은 좀 현실적인 운영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블로그마케팅의 귀재라도 있지 않는 이상 저가형 마케팅으로는 유지가 어려울 듯 싶은데.. 어쨌거나 잘 되길 빈다. 뭐 나도 월급나오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한두달에 한번꼴로 이런 데 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익히 들었거나, 관심있는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있다면.. 이런 영화는 한번 보면 한두달은 머리가 아프고, 포스팅하는데 손가락도 아프다.

스포일러 : 전수일 감독님은 가수 윤수일, 홍콩영화배우 황추생 을 닮은 듯 하다. 첩보는 사람이 이런 소리 한다고 화내시지는 않으시리라 굳~게 믿는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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