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가치에 억눌렸던 사랑이라는 욕망의 끔찍한 회상..

애절한 사랑이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뒤집어 써야했던 이유..

평소 공포영화장르를 기피했으나, 잘 만든 영화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와서 마지못해 본 영화.. 결과는 기대이상..

영화는 1979년 한 대학강의실에서 노교수(정남, 전무송 분)가 오래 전 의료시술 자료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남이 오래 전에 근무했던 안생병원이 헐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정남은 그곳을 다시 찾아가 자신의 젊은 시절에 있었던 4일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1942년 경성에서 있었던 이해할 수 없었던 체험들을 영화는 보여준다.

1. 사회적인 가치관과 개인의 애절함.

영화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1980년대는 학생운동이 그 끝을 향해가던 치열했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민주화 등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만이 사람들이 가져야 할 당연한 가치관이고, 다수의 민중이 요구하는 정의롭고 불의에 대한 투쟁심만이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양 비춰지던 시절이었다.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순수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사랑들은 드러내지 못할 치부쯤으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2. 시간의 이동 - 1979년과 1942년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애절한 감정을 액자구조, 옴니버스 형식안에 구겨넣고, 1942년이라는 일제강점시기로 뛰어넘어 보여주고 있다. 이는 1979년과 1942년의 억압적인 사회분위는 통일시키되, 1942년으로 이동시킴으로써 1980년대의 사회적인 흐름에 대한 시선은 배제시키려는 듯 보였다.

그런 사회의 변화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개인의 순수한 감정을 삐뚤어지게 분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가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형식과 만났던 이유로 보인다.

3. 공포가 말하는 것은?

기담의 공포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대비되고, 적절한 음향효과의 사용, 곳곳에 배치된 암시와 짜임새있게 편집됨으로써 항상 그 흉폭함을 드러내고 있다. 공포는 사회적인 억압이 얼마나 잔인한지, 혹은 파괴된 개인의 정서로 얼마나 삐뚤어질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려는 듯 보였다. 적어도 단지 계절흥행용으로 공포의 형식을 입힌 것은 분명 아니다.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딸에 대한 애절함으로 자신의 부하직원을 속여 강제로 영혼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던 병원장, 새아빠에 대한 사랑과 엄마에 대한 질투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어린 소녀의 죄책감,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감당하지 못해 다중인격으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버린 여의사까지 현실적으로는 그들의 억울한 속내를 풀어낼 수 없기에 스스로 파괴되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애절함을 공포형식을 통해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재미적인 요소와 함께 애절함을 떠올려주길 바랬던 것 같다.

문제는 너무 무서워서 애절함이라고 나발이고 한참 지나서야 떠올려보게 됐다는.. --;;

4. Whatever~~ 재미있다.

적어도 보는 내내 재미있기는 하다. 공포영화들치고는 앞뒤맥락이 짜임새있고, 서스펜스영화처럼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어 적극적으로 뇌를 움직여야 하는 재미도 있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머리가 텅 비기도 하고(특히 소리에 집중하면 짜증이 날 정도다.) 어린 연기자의 발군의 노력에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

아름다운 영상은 많은 의미를 암시하려는 듯 보이지만 몰라도 뭐 어떤가?
우리는 관람자일 뿐..

그래도 하얀 눈은 많은 것을 덮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갑지만 세상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주고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따뜻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게 순수했고 억울했고 애절했던 떠나버린 옛사람들의 마음을 덮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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