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떤 영화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취향이야 너무 다양하니까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지만, 정말 괜찮다 싶은 영화에 대해 좀 더 알리고, 얘기하고, 비슷한 느낌을 갖는 사람을 찾는 행위야말로 블로그의 재미 중 하나다.

여기 1998년에 나왔다는 "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 " 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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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화나온지 꽤 오랜 후에야 보게 됐는데, 어떻게 이런 영화가 소리소문도 없이 들어와서 대여점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로만 홍보하고 입소문만 탔다면 블럭버스터급은 아닐지라도 한 200 만 정도는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성을 울리는 외로운 음악예술인의 삶에 대한 드라마다. " 저수지의 개들 " 에 나왔던 팀로스와 " 아이덴티티 " 에 나왔던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가 주인공들로 나오고, 엔리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다. 엔리오 모리꼬네 라는 이름이 등장하면 일단 음악은 들을만 하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난 음악은 잘 모르지만, 내 귀에도 꽤 좋게 들렸다.

N 포탈의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배 안에서 살았던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데, 1900년대라는 시대상과 접목시켜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 둔 듯 싶다.

사실 우리에게 1900년대라는 시대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게 흠이다. 미국이라면 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 쯤 되는 것 같은데, 아마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겠고, 여러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우루루 몰려오던 시기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게 묘사되고 있다.

그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을 예술인들 특유의 기질과 대비시켜 묘한 감동을 준다.

과연 버지니아호(배이름)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의 이름을 나인틴 헌드레드(1900) 로 지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밖에도 감상에 젖을 만한 얘기거리가 좀 있지만 가뜩이나 잔잔한 영화에 스토리마저 다 까발리면 밋밋해질까봐 말을 줄인다.

다만, 눈을 부릅뜨고 보면 재미있을 곳이 연주대결을 벌이는 부분이다. 그 장면에 등장하는 두 배우는 피아노를 접해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보고 있노라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웬만한 피아노치는 장면들보다 훨씬 열정적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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