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2010 / 미국,캐나다)
출연 브루스 윌리스,모건 프리먼,존 말코비치,헬렌 밀렌,메리-루이스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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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서 은퇴하고 나이가 지긋한 킬러가 한 명 있다. 어느 날, 의문의 습격이 발생하고, 주인공 킬러는 옛 동료들을 모아 원인을 밝혀내고 악당들에게 복수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이런 류의 영화는 흔히 있어왔다. 자주 만들거나 막대한 투자의 대작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꾸준히 나온다. 왜? 배우들 때문에.. ㅋㅋ

RED 는 이런 습관적으로 만들어지는 웰메이드 영화 중 하나다. 명작일리도 없거니와 블럭버스터급 흥행대작도 아니다. 다만, 좋았던 배우들을 기억하고, 뻔하지만 웬지 가슴이 훈훈해지는 어릴 적 얘기들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감독의 미덕은 뛰어난 재미나 효과에 집중하기 보다 보는 내내 지루하지만 않게 해주고 배우들의 아직 죽지 않은 연기력을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주면 족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연출력이 결코 쉽지 않다. RED 는 그런 면에서 매우 볼만한 영화라고 추천한다. 뻔한 얘기인데, 그리 지루하지 않고, 등장한 배우들의 훈훈함이 그대로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킬링타임용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눈을 현란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을 선물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뭐하나 싶은 배우들로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등이 나오는데 등장인물들을 모두 살펴보니 평소 내가 좋게 보던 배우들인 바람에 무조건 보게 됐다. 

제목인 RED 는 영화 중에 설명이 나오는데, Retired Extremely Dangerous 의 약자다. 은퇴했는데 겁나게 위험한 놈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는 빨강은 뜻하는 레드(RED) 라고 읽는다. 늙었지만 아직 붉은 피가 흐른다거나 팔팔 날뛸 수 있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듯 싶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영화를 좀 많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테지만, 존 말코비치도 왕년에 연기력을 한 세월을 풍미했던 분이시다. 블럭버스터 대작들에서는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급으로 인정받지는 못할 지라도 연기력만으로 놓고 본다면 절대 밀리지 않을 분이셨다. 무표정으로도 화면을 장악하시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연로하셨음에도 표정이 귀여워지셨다. RED 를 보면 존 말코비치가 제일 눈에 들어왔다. 어찌 그리 귀여워지셨는지.. ㅎ
존 말코비치 님은 아직 죽지 않으셨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와 파워오브원,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 님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서도 그럭저럭 본전치기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주셨다. 그래도 좋다는..

헬렌 미렌의 영화는 별로 본 적이 없는데, " 퀸 " 이라는 영화가 입소문을 탈 때, 웬지 어디선가 본 인물이다 싶어 찾아봤더니 개인적으로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1981년작 " 엑스칼리버 " 에 아더왕의 누나로 등장했었다.

중딩시절의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단체관람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기네비어가 알몸으로 엑스칼리버 뒤로 주저않는 모습이 갑자기 등장해서 침만 꼴딱 삼기며 보던 기억이 난다. 물론 중딩들이 보는 거라 주요 부위는 다 가렸다. 아마 몇 장면을 잘려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ㅋㅋ ( 내 수준은 아직 여기를 못 넘고 있다 ^^;; ) 

당연히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고, 특정 장면들만 반복해서 기억에 남겼는데, 헬렌 미렌 덕분에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감상할 수 있었다. 올디스벗구디스 류의 영화를 괜찮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한다.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 등 뒤늦게 빛을 본 배우들이 꽤 나온다. 어떤 분들은 아더왕 관련 영화 중에 이 " 엑스칼리버 " 를 최고 훌륭한 작품으로 꼽기도 한다.

이 할머니 젊었을 적 모습은 참 새초롬하면서도 사악해 보였는데, 지금 모습은 웬지 귀엽게 느껴진다.

비교적 젊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메리 루이스 파커도 꽤 좋아한다. ( 64년생이시다. ) 사실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이뿌다. ㅎㅎ

미국드라마인 웨스트 윙 시리즈에서 참 예쁘게 봤는데, " 위즈 " (?) 라는 드라마로 더 유명한 듯 싶다. 나이를 먹어 잔주름이나 뭐 그런 나이든 티가 나도 웬지 이쁘게 느껴진다. 사실 성격도 톡톡 튀어 보이고, 까칠할 것 같긴 하지만, 여배우니까 그런 생각 따위는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보면서 눈이 즐겁기만 하면 된다고 봄.

남자 CIA 요원으로 등장하는 남자 배우는 이름은 모르고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본 슈프리머시에서 좋은 느낌을 줬던 배우다. 연기력은 잘 모르겠고, ( 기본 이상은 하는 듯 싶다. ) 이 사람 역시 외모가 반듯해 보인다는..

RED 에서 생각지도 않게 기쁨을 주면서도 깜짝 놀랐던 건 역시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등장이었다. 아.. 이 분이 아직 살아계셨구나.. T T

이번 기회에 알아보니 어네스트 보그나인 님은 1917년생이셨다. 대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에어울프라는 오래된 미국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EBS 를 통해 고전 미국영화도 종종 접했는데, 거기도 이 분이 나타나실 때가 있으시다. *.*
아직 정정하신 듯 보인다.

브라이언 콕스라는 배우는 조연으로 자주 접했는데, 주로 악당이었다. 여기서는 감칠맛있는 정의의 편으로 나온다. 헬렌 미렌과 왠지 잘 어울려 보였다는.. ^^;;

오랜 만에 리차드 드레이퓨스(? 어케 발음하는 건지.. 원..) 도 볼 수 있었다. 죠스에도 나왔었고, 홀랜드 오퍼스인가로 상도 타셨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어쨌거나 좋게 기억되는 배우 중 하나다. " 스탠바이미 " 라는 고전 영화에서 아역주인공의 성장 후 모습으로 아주 잠깐 나왔는데, 왠지 그 모습으로 자주 기억된다.

RED 는 이런 식으로 즐기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정말 좋았던 배우들이 아직 사그러질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이다. 감독은 단지 관객이 무료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옛모습과 지금을 같이 떠올리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달라진 모습에 즐거워할 수 있는 것으로 족한 영화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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