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1991 / 미국)
출연 엘렌 바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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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 스위치 " 라는 제목으로 나온 영화를 보고, 같은 제목의 수작인 " 스위치(switch) " 가 생각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는데, 그 영화의 스토리나 소재가 당시로서는 참 독특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다.

지금이야 패미니스트나 동성애가 많이 익숙해진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참 급진적인 단어였다. 따라서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는 저예산의 독립영화나 작가주의 정신이 올올이 박혀있는 어려운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 스위치 " 라는 영화는 난감한 소재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좋았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쌈빡한 화면이나 난해한 카메라워킹이니 하는 건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인공도 당시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은 연기를 꽤 맛깔스럽게 잘 해낸 것으로 기억된다.

돈도 조금 들어갔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고, 아무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배우들이 나오고, 평범한 화면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3류영화나 단순한 코메디로 단정지어서는 안될 영화라고 본다.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건 소재와 스토리텔링이었다고 본다.

수많은 여자를 울리는 광고회사의 중역이 있다. 외모도 완벽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 남자는 어느날, 과거 3명의 여자로부터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했다가 살해당한다. 이때 신이 목소리로만 등장해서 남자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남자를 천국으로 데려가자니 너무 많은 여자를 울린 죄값이 큰데, 갑작스런 죽음을 당해 회개할 기회가 부족했으니 한가지 조건을 전제로 다시 부활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다름 아닌 이 바람둥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여자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이때 악마도 등장한다. 여지없이 훼방을 놓는데, 이 바람둥이 남자를 여자로 부활시켜 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남자의 성격을 가진 여자인 채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악마를 만나고 난 뒤 무슨 일이 있어도 천국으로 가고 싶은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거나 사랑해줄 여자를 떠올릴 수가 없다. 죽기 전 남자였던 자신의 여동생을 사칭하며 대장정을 시작한다. 심지어 자기를 죽인 여자들에게도 찾아간 것으로 기억한다.

세세한 스토리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여자로 환생했을 때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여자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들에서부터 영화의 재미가 시작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완전 패미니스트 영화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보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를 찾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땠었는지를 알게 된다. 안되면 플랜 B. 새롭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여자를 찾으려 하지만, 동성애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렇듯 실패가 쌓여가며 주인공은 미래를 암울해져 가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떻게 주인공은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연속되는 좌절 속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살해되기 전에 자신의 친구였던 남자.
여자로 변신한 주인공은 천국에 가려는 절박함과 갑자기 들이대기 시작하는 매력있는 남자친구(?) 사이에서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될까?

여기까지 스토리에 흥미가 있었다면 영화보기를 추천한다. 이 아래부터는 영화의 결정적인 스포일러 내용이 있으므로 영화를 볼 생각이 든다면 읽지 말기를 권한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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