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를 보면 드는 생각 두가지.
정작 봐야 할 사람은 안본다는 것과 보고 난 후에는 기분이 꿀꿀해진다는 거다. 

" 인권 " 이라는 개념을 세뇌시켜서라도 집어넣어야 할 사람들은 도망쳐 버리고, 인권영화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볼 기회가 마땅치 않다. 그나마 보는 사람들 마저도 "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건가 " 하는 막연한 미안함만 느끼기 일쑤다.

" 인권 " 이라는 말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 인간이 삶을 영유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 " 라는 간단하고 분명한 정의가 있음에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가 항상 분분하기만 한 말이다. 그 논란의 대부분은 우리가 잠시 외면하거나 못본척 하거나 실제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습관들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새 " 시선 시리즈 " 가 다섯번째 영화까지 만들어냈다. " 여섯 개의 시선 " 을 마지 못해 본 뒤로 처음인 것 같다. " 시선 시리즈 " 를 모두 챙겨볼 만큼 투철하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별로 달가와하지는 않는다. 딱 그정도 수준이지만 살다보면 나도 겪게될 수 있는 일이고, 헛소리는 하고 싶지 않아 기회가 되면 봐두는 편이다. ( 사실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년남자 솔로가 칙칙한 옷 입고 혼자 헤매고 있다고 다 변태는 아닙니다. --;; )

시선너머_포스터_2011.04.26_01

출처 : 시선너머 블로그


인권영화들에서 중요한 건 역시 메시지를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했는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 못지 않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흥행영화와 비교해 맞먹을 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없는 듯 보인다. " 방가방가 " 를 인권영화로 간주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흥행을 위해서인지 인권얘기는 아예 털끝하나 드러내려고 하지않는다. ( 사실 외모로 인해 불평등한 고용기회만 주어지는 것이나,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로 간의 경계는 인권사안 아닌가? ^^;; )

정직이 최고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기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시선 너머 " 가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재밌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 하지만 그지같은 영화들보다는 훨씬 낫다. ) 144 분의 긴 상영시간도 부담이 크다. 허리 아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나서 후련해지는 영화와 보고 나서 눈썹이 모아지는 영화 중 어떤 걸 고르겠는가? 나같아도 전자다.
여기서 잠시 더 생각해 봤으면 하는 건 뭔가를 보고 나야 후련해질만큼 뭔가 쌓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한번 눈썹이 모아진 후 그 뭔가가 훨씬 덜 쌓여서 후련해질 필요성 자체가 더 작아지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 중 어떤 것을 고를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수도 있지 않겠는가? ( 내가 딱 이정도다. 뭔가 강력한 게 부족하다는.. --;; )

그나마 이번 " 시선 너머 " 라는 영화에서는 재밌게 즐길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 바나나쉐이크 " !!
3 편의 힘든 에피소드를 거친 후에야 볼 수 있는 왕거니다. ( 건데기라는 뜻인 줄 알았더니 " 살코기 " 를 뜻하는 은어랍니다. )
혹시 이 에피소드를 더 재밌게 만들려고 준비한 3단 배치 ( 3단 고음 아님 ) 일지도 모르겠지만, " 바나나쉐이크 " 는 그 짧은 시간에도 긴장감, 유머, 익살(?)이 넘친다. 고난이도의 화면빨 없이도 몰입도를 이렇게 높일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보면 안다.




전체적으로 보면 5 개의 에피소드가 다양하면서도 보내주는 시선이 분명하고 다르다.
날 재미있게 해주려니 하고 이 영화를 보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가졌으면 한다. 
UCC 동영상을 만들어 보고픈 사람들에게도 좋다. 흥행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제작여건이 어려우면 원형 그대로를 드러내거나 한계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독립영화나 인권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제작여건 되면 영화가 정말 복잡해진다. 이 경우 둘 중 하나다. 그냥 재미로 보던가 아니면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보던가.

이런 인권영화에 대해 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권영화는 시선을 모두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늘어놓고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것 뿐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도 공감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 난시라서 시선이 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 --;; )

4월 28일에 10 개 정도의 개봉관을 잡아 상영을 시작한다고 한다. 꾸준하게 상영해야 할 영화이긴 하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sisun2011/

이빨 두 개 : 애들이 귀엽다. 되도록이면 요즘 애들 말투를 쓴 느낌?

니마 : 어디엔가는 있을 듯한 탱크스타일 아줌마. 난 우리나라 아줌마삘이 나던데..

백문백답 : 공감 안가는 스토리. 돈은 제일 많이 사용한 듯.

바나나 쉐이크 : 제일 괜찮다. 아마추어 외국인 배우가 꽤 호감가게 연기해 준다.

진실을 위하여 : 고 최진실씨를 추모하는 의미도 있다는 제목.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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