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우이천 옆 도로에서 조그맣고 하얀 개 한마리가 목줄도 없이 왕복 6차선 도로 한중간에 멈춰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아지는 처음에 그냥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자 놀란 듯 보였고, 주변의 여자 두 분이 걱정스레 쳐다보더군요. ( 처음에는 그 여자 분들이 주인인 줄 알았습니다. )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아도 이 개는 노란색 중앙선에서 멈춰 서서 여자들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인도 쪽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편 신호등 쪽에 있던 저도 잠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웬 남자 분이 위쪽 뚝방 길에서 뛰어오시더니 당황해서 개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시더군요.

아저씨와 개가 서로 당황한 듯 주춤거리는 사이 다시 많은 차들이 도로를 지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개가 아저씨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들은 당황해서 이리저리 비켜가거나 멈춰섰는데, 결국, 아저씨는 도로로 뛰어들어 2차선 부근에서 개를 안고 다시 인도로 들어가셨습니다. 물론 연신 차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시면서요. 아마 운전자 분들도 어지간히 당황하셨을 겁니다.  

아찔한 상황이 지나고 나자, 작년 여름에 우이천에서 있었던 우울한 사건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그때도 조그맣고 하얀 강아지였는데, 큰 개 두 마리한테 물려죽은 일이 바로 제 앞에서 벌어져서 씁쓸했습니다. 조금 전과 똑같이 목줄을 풀어놓은 상태였습니다.

당시의 그 강아지는 나이드신 주인아저씨의 조금 앞에서 걸으며 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발앞에서 알짱거리는 데 참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후 갑자기 앞쪽으로 달려가더군요.

반대편에서 오던 커다랗고 까만 개 두 마리 쪽으로 달려가 제 앞에서 하듯이 알짱거렸는데, 그만 그 중 한마리가 이 조그만 개를 덮석 물어버렸습니다. 으드득 소리나 났고, 양 쪽 개 주인들은 앞다퉈 달려가 사태를 막아보고자 했습니다. 큰 개들은 철없이 장난감인 듯 작은 개를 서로 물려고 뛰어다녔고, 주인들은 큰 개들을 때리면서 결국 작고 하얀 개를 떼어냈지만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죽어버린 개의 주인분은 너무 서러운 듯 우셨고, 검은 개의 주인 분은 억울한 듯, 미안한 듯 옆에서 뭐라 중얼거리고 계셨습니다. 사실 검은 개 두 마리는 목줄에 메어 주인이 천천히 걷게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작년에는 그 후로 그쪽 길로는 산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긴 장마가 끝나 오래간만에 산책을 다시 하려고 갔는데, 오늘 같은 상황을 보자 다시 씁쓸해집니다.

요즘은 대부분 강아지를 기르시는 분들이 기본상식을 갖추고 계시지만 가끔 깜빡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계신 듯 합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아니면 장마가 끝나서 그런지 개들이 산책길이나 뚝방길에서 달리는 일이 많은데, 제발 목줄을 풀어놓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사실 이리저리 신나게 달리는 개들을 보면 즐거워서 좋습니다만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는 이는 즐겁게 보다가 느닷없이 못볼 꼴을 보게 되면 기분이 아주 쳐집니다.

당분간 더위가 계속된다고 하니 조금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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