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브리지스에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는 " 크레이지 하트 ( Crazy Heart ) " 는 한물간 미국 컨트리송 가수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소 지루하고, 전형적인 스토리를 제프 브리지스 혼자 고군분투하며 이끌어 가는데, 어느 정도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 가끔 찾아볼 만 하다. 일단 무난하게 영화를 완성했다고 본다. 

http://www.imdb.com/title/tt1263670/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여파 덕분인지 700만 달러 가량을 투자에 3천만 달라 가량의 수익을 올렸단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볼 때는 딱 본전치기를 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잔잔한 맛이 좀 통했는가 보다. 


크레이지 하트
감독 스콧 쿠퍼 (2009 / 미국)
출연 제프 브리지스,매기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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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에서 궁금했던 건 영화 중반 주인공이 고속도로를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부분이다. 57 살 퇴물 가수의 평범한 일상에 막 변화가 시작되려는 찰라 이 느닷없는 사고는 뭔가 암시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얼마간 생활하게 된다.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이미 술에 쩔어 스스로의 인생을 다스리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굳이 차사고까지 곁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이게 뭔가를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모르겠다이지만, 주인공이 얼마나 삶을 대충 살아가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새로 생긴 여자친구의 아들을 잃어버릴 때 애타가 찾으며 불쌍해 보일 때 더 동정이 가도록 하는 설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늙은이가 다리를 절며 4살짜리 꼬마를 찾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또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부터 더 이상 다리를 절지 않는다. 즉 전체 스토리에 대한 작은 반영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건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였다. 엔딩 크레딧에서조차 단독 이름이 아닌 캐스트 중 하나로 나오는데, 언제부터 콜린 파웰이 이렇게 추락(?)했는지 모르겠다. 영국 출신에 한때 얼굴로 영화계를 주름잡을 듯 했던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를 " 킬러들의 도시 " 라는 영화에서 새롭게 보게 됐는데, 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출연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등장이나 크레딧을 보면 그게 아닌 듯 싶다.

영국 출신 배우여서 별로 흥행적이지 않았던 " 킬러들의 도시 " 에 출연한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건 왠 컨트리 가수 이야기에 나오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인다. 연기변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좀 더 비중이 있었어야 된다고 보여지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 노래는 잘 부르더라..^^;; ) 

그래도 콜린 파웰이 얼굴로만 먹고 사는 배우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있는 듯 보여 괜찮았다.



길 위에 살면서 미친 심장이 뛰는대로 행동하다가 말년에 정신차려 그 모든 인생을 있는 그대로 관조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제법 여운이 있다. 마지막 엔딩씬은 그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넓고 광활하고 눈부시게 선명한 자연을 한 화면에 잡고, 자신이 살아온 컨트리 가수의 공연장 뒷켠에서 늦게 만난 연인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다. 

덧붙이기 :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를 잘 하는지는 거의 못 느꼈는데, 아카데미 후보에 꽤 올랐던 모양이다. 이번이 첫 수상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연기의 임펙트나 무시무시함같은 건 잘 모르겠다. 담백한 얼굴이나 먼지가 잔뜩 묻어날 듯한 목소리, 그리고 마초같은 스타일에서 진득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게 허투루 연기생활을 한 사람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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