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KOFA 상영관 1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1시 30분에 상영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영화표가 모두 매진되어 있었다. 로비에는 미리 예매하지 못했지만 그날 상황에 따라 생길 빈자리를 기대하는 대기자들 수십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 전에 받아갔던 티켓을 내고 자리에 앉으니 상영시간 15분 전인데도 빈자리가 수십개나 보였다.
상영시간이 됐음에도 여전히 빈 자리는 20개 이상으로 보였는데, 뒤쪽에서 직원이 안내를 시작했다. 상영시간이 되었고, 지금까지 오지 못한 사람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 에상되니 로비에서 기다리는 대기자분들을 들여보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착석한 모든 관람객들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그런데..
그 안내멘트가 끝나자마자 앞쪽 절반에서 거의 수십명이 갑자스레 좋은 자리를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50 ~ 60 대의 어르신들이셨지만, 젊은 층도 몇몇 눈에 띄었다. 하나의 빈자리를 놓고 먼저 앉으려다 조금 늦은 커플들이 뻘쭘하게 돌아서는 모습까지 발견하는 순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ㅡㅡ;;
시민의식이 금방 실종되는 게 한 순간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 비율이 높은 게 씁쓸하기만 하다.
게다가 더 충격이었던 건 제일 앞줄에 계시다가 내 옆자리로 이동해 오신 어른신들의 속삭임이었다. 영화가 왜 제시간에 상영하지 않느냐는 작은 투덜거림에 신경이 확 곤두서버렸다.
상영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대기한 사람들이 들어와 빈자리에 앉았으면 별 무리없이 영화가 곧 시작됐을 것이다. 자리에 가만히 계시라는 직원의 안내 멘트가 끝나자마자 서로 좋은 자리에 앉겠다며 민족대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영화를 왜 늦게 시작하냐는 건 어떤 정신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분석해 보고 싶다.
대기자들은 들어오자마자 곧곧에서 우왕좌왕 움직이는 사람들 때문에 덩달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표를 들고 자기자리라며 확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텅 빈 영화관에서 영화시작 전에 자리를 옮겨 앉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요령이라고 본다. 그러나, 직원 분의 친절한 안내를 대놓고 무시하며 작은 아수라장을 만들어놓고 남을 탓하는 건 나이에 상관없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디 문화의 혜택이나마 제대로 누리셨길 바란다.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놓고 영화 재미없다고 자버리기까지 한다면 정말 초등학교부터 다시 교육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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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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