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빠, 엄마와 다른 가족들을 구분못해 마냥 뛰놀기만 하더니 어느 사이엔가 아빠, 엄마를 찾기 시작했었다. 자기 아빠와 엄마만 만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엄청 울어대서 달래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제법 괜찮아졌다.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 큰 아빠도 구분되는 모양이다. ㅎ
일주일에 한두번이상은 꼬박꼬박 만나는데, 잘 놀던 날이면 헤어질 때 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도 동생 가게에서 맛낫 고로케를 먹고 물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놀다가 과자같은 간식을 좀 사와서 먹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어두워져 집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새로 산 장난감을 들고, 조카녀석을 억지로 안으니 또 얼굴이 어두워졌다.
몇 걸음 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조카 녀석이 서글픈 표정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동생 부부는 아들녀석을 달래느라 이것저것 제스쳐를 취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주느라 바빳다.
그 때 터진 조카 녀석의 조용하면서도 서글픈 한 마디에 완전 맛이 갔다.
" 까까~ "
그렇다. 이 녀석은 두고온 과자가 아쉬웠던 것이었다. ㅡㅡ;; 이제 먹을 것 앞에는 부모도 상관없는 나이가 됐나 보다.
평소 대학로가 유명한 공원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분들을 보며 이런 그림을 하나쯤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길거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게 좀 뻘쭘하기도 하고, 워낙 외모가 궁핍해 보이는 스타일이라 내 모습으로는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지 않겠다 싶어 포기하고 살았는데, 느닷없이 아트폴리에서 ( 진짜 느닷없이!! ) 초상화 의뢰권(2만원권)을 보내준 덕분에 갖고 싶은 그림을 한점 소장(?)하게 됐습니다. ^^;;
미술쪽은 잘 모르는데, 평소 웹디자인이나 미술학원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 가 보면 그림그리는 사람이 내심 부럽긴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
사실 2만원권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조카녀석에게는 추억삼아 한점 남겨줘 볼까 하고 의뢰한 것인데, 저의 기대대로 목탄의 담백하고 구수한 느낌이 묻어나서 좋았습니다. 조카녀석이 사실 욕심쟁이 스타일인데, 조명빨을 받은 사진들을 보면 정말 귀여운 장난꾸러기 스타일로 나와서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ㅎ
의뢰할 때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작가님의 손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빨리 작업해 주셨습니다.
택배로 붙였다길래 2만원권이니 아마 착불로 오겠거니 했고, 투명한 비닐 파일에 넣어 얇게 하나 오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조금 투툼한 배달물 하나가 오더군요.
플라스틱 포장물 안에 안내문(?)과 명함, 그리고 다시 클리어 파일 안에 목탄 그림과 목탄의 번짐을 막기 위해 빈용지 한장이 더 들어있었습니다. 좀 부담스런 정성이 느껴지더군요. ^^;;
친절한 설명도 들어있었습니다.
친절한 안내문들 읽고도 실수로 액자에 넣기 전에 조카녀석을 보여줬더니 자기인줄 바로 알고 신나서 손으로 더듬는 바람에 손가락 자국이 남아버렸습니다. ㅡㅡ;;
아.. 액자도 이상한데, 손가락까지.. --;;
어쨌거나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랫동안 흐뭇할 그림 한점을 가지게 됐습니다. ^^
액자에 넣어주니 조카녀석이 좋다고 들고 다니며 자기꺼라고 잘 주지도 않네요. ^^;;
평소 아트폴리는 담백하거나 구수한 그림을 보며 안구를 정화하거나 엽기적인(?) 스타일을 보며 발상을 전환해 볼까 하는 마음에 가끔 방문하던 곳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가지 느낀 점이 있어 몇 개 기록해 둡니다. ( 사실 나중에 필요할 듯 싶어서죠. ㅎ )
초상화 의뢰라고 해서 꽤 비쌀 줄 알았는데, 아주 저렴한 가격에서부터 출발하더군요. ( 이번 주문이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 ) 작가분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원작재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주문해야 좋을 것 같은데, 미술쪽에 문외한인 사람은 사실 좀 난해합니다. --;; 목탄이면 제일 편할 줄 알았다가 조카 녀석의 급흥분한 손놀림에 당했습니다. 목탄은 정말 많이 묻어나고, 손쉽게 훼손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디지털 프린트 라는 말도 당쵀 감이 안옵니다. 포토샵은 감이 옵니다만.. ^^;; 아크릴릭은 뭔지..? ^^;;
주문할 때 그냥 그려주기와 원본을 주는 게 가격이 다르던데, 좀 의외였습니다. 전 그리면 주는 건 줄로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이것도 자세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작가분과 대화 페이지가 있어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데, 사실 별 대화가 없었고, 작가분은 열심히 진행상황만 알려주셨습니다. ^^;; 생각해 보니 이것저것 좀 물어볼 껄 하는 후회도 들지만, 공짜 주제에 뭐라 하기가 어려워서.. ^^;; ( 대화가 중요하죠.. 대화가.. )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그냥 그림 커뮤니티 같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발전한 듯한 느낌이 들어 더 기대가 됩니다.
덧붙이기 : 생각해 보면 아직 홍보가 덜 된 편인듯 한데, 작가분들께 가급적 대화를 유도하시라고 조언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의뢰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미술 쪽에 모르는 내용이 많으실 것 같은데, 자신의 느낌을 적확히 표현하기 서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가분들께서 좀 풀어주시는 모습을 보이시면 얘깃거리가 많을 것 같습니다. ^^;; ( 저만 그런지도..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