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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책 속에 사람의 체온을 담을 수 있을까? 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면 이 책이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식ⓔ 시리즈를 읽으면서 정신적으로 암울해지는 느낌도 커지는 반면 눈시울이 찡해지는 것도 비례하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이 소중한 얘기들을 되도록이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지만, 복잡한 하루생각을 정리하고 잠이 들면 초기화되어 있다. 반면 참 감당하기 벅찬 느낌들을 조금씩만 소화해 보려고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떠도 뭔가 명치쯤에 걸려 있는 걸 느낀다. 굳이 심각한 얘기들만 늘어놓은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훈훈한 메시지들조차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 제길!! 이걸 노린건가? )

지식eSEASON4가슴으로읽는우리시대의지식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EBS 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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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너무 많은 책임감을 가지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느끼게 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지 고민해 본다. 그냥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한계가 많다는 걸 안다. 사람은 느껴지는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느끼는 것에 반응한다는 게 슬픈 표정을 짓는 것으로 전부라면? 알고 보니 내가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소심함이라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 ( 이것도 노린건가? )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서서히 얻어가는 것보다 잃어가는 것이 많아지는 시절이 되어 잊지 말고 살자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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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던 중에 지식ⓔ 시즌4의 27쪽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다가 뿜었다. 말그래도 커피먹다가 너무 웃겨서 가볍게 사래가 들렸다.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에 무협지 좀 읽었었는데, 무협지와 관련해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일단 원문을 잠시 발췌해 본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이색적인 필화사건은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에 일어난 무림파천황 사건이다. 연세대 신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영창은 아르바이트로 번역과 무협소설 창작을 하고 있었는데, 무협소설 [ 무림파천황 ] 에 사파와 정파의 투쟁을 " 변증법적으로 설명 " 하는 대목을 집어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작가가 학생운동과 관련되어 안기부에 끌려간 상황에서 하필 안기부가 무협소설에서 문제적인 대목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 강북무림 ' 이 ' 강남무림 ' 에 대해 ' 남진 ' 을 표현한 내용이 북한의 남진을 연상시킨 것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박영창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는데, 13가지 죄목 중 하나가 바로 ' 무림파천황 창작 유포 ' 였다. - 지식e 시즌4. 27쪽.
관련해서 찾아보니 실제로 그 책은 93년에도 출간되었다. ㅋㅋㅋ 그것도 상, 중, 하 3권으로..
무림파천황(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영창 (천마,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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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판매도 안되고 책 이미지조차 사라진 상황이라 궁금증만 증폭시켰는데, 광고문구가 또한 대박미끼다.

81년 여름에 출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출판이 금지 된 후 10여년만에 재출판된 무협소설.
아는 녀석 중에 하나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길래 물었더니 당시 대본소 무협의 일반적인 스타일이라고 답해줬다. 성적 묘사가 좀 많다는.. 안기부 직원이 좋아라 읽다가 잡아낸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이런 블랙코미디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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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대표소설
지은이 박민규 (문학동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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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한겨레신문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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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에 비해 단순하면서 상대적으로 어설퍼 보이는 작품이다. 이제 두 편 읽은 정도로 작가 박민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에서 보여줬던 그의 매력에 비해 " 지구영웅전설 " 은 정말 평범해 보인다.

뒷부분에 " 심사평 " 과 " 인터뷰 " 단락이 있는데, 놀랍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한 사실을 밝혀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은 글로 쓰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프로야구단 삼미에 대한 글을 썼지만 그는 인천 출신도 삼미의 골수팬도 아니다. 그가 소설을 쓰는 힘은 정보와 상상력의 결합에서 나온다.
- 인터뷰. 하성란(소설가). 그는 중심을 파고드는 인파이터다. 중에서. 186쪽

제길..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그가 실제로 삼미슈퍼스타즈의 팬이었을 것이라 착각할 것이다. 그정도로 그 작품은 재기넘치고 아쉬운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다. 그만큼 그의 정보와 상상력의 결합능력은 놀랍다. 게다가 문장들마다 묻어나는 독특한 개성도 만만치 않다.

아쉽게도 " 지구영웅전설 " 에서는 그 반푼어치도 드러나지 않는다. 박민규 작가의 첫 작품으로 이 책을 고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의 장점은 정말 짧고 가볍고 간결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일 뿐이다.

간결하다는 점에서 몇 가지 잡스런 생각들을 적어둔다. 책 내용이 나오니 읽을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빨리 브라우저를 닫기 바란다.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정책들을 미국식 영웅 캐릭터들에 빗대어 풍자하고 있다. A5 크기의 162쪽 분량이라 금방 읽고나서 다시 목차로 돌아가보면 참 단순하다 싶을 정도의 구성이다.

일인칭 시점의 나(바나나맨)는 우리나라를 빗댄 캐릭터로 보이고, 힘의 왕자 슈퍼맨, 정의의 용사 배트맨, 하늘을 날으는 원더우면, 수중의 왕자 아쿠아맨 등은 각기 포악한 권력, 왜곡된 정의, 타락한 문화, 굴종의 외교 등을 조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힘에 지배가 얼마나 흉폭한 것인지 끊임없이 비꼬고 있다. 그에 비해 " 바나나맨 " 의 정체성은 참 비극적이고 초라하게 비춰진다. 어쩌면 작가는 이 부분을 자극하려했는지 모르겠다. 거의 정리되지 않는 " 바나나맨 " 은 정말 우스꽝스럽다. 아주 간결하게 씁쓸하다.

68년생이라면 386세대이거나 그 끝물의 세대일 것이다. 여전히 문제의식은 있지만, 입맛만 버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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