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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저/로버트 E. 카프시스,캐시 코블렌츠 공편/김현우 역
마음산책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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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렇게 성장해 왔다.

1971년부터 2011년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터뷰한 내용들 중 24편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학 교수인 로버트 E. 카프시스와 도서관 사서인 캐시 코블렌츠가 선별했는데, 1998년에 시작된 '영화감독과의 대화'시리즈 중 한 편으로 보인다. 영화배우에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으로써 우뚝서기까지의 과정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 전체의 흐름은 '서문'에 잘 드러나 있는데, 그 중 이스트우드가 영화를 만드는 철학에 관한 요약이 재밌다. 이야기의 중요성, 저절로 나오는 것, 관객의 역할, 모호함, 조명 등 짧고 직설적으로 써 있어서 너무 단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불필요한 것들은 아예 꺼내지도 않으면서 편하고 신속하게 영화를 만들어내는 장인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클 린트 이스트우드에 관한 전기가 아닌 인터뷰 모음집이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주는 모습만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인으로써 가고자 하는 방향과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인터뷰집 초반에는 반복적인 내용들이 보이기도 하고, 비슷한 질문에 불분명했던 내용들이 나중에 보다 뚜렷하게 서술되기도 하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스로 보다 선명해지고 있는 걸 보자니 적어도 항상 배워간다는 평범하지만 무게있는 그의 철학이 지켜지고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를 만들 때, 드러나는 특징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고 한다.

묵혀있거나 돌아다니던 시나리오 중 직감적으로 와닿는 것이 있으면 일단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흥행에 크게 책임을 느끼지 않으니 최대한 저렴한 제작비를 마련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적은 제작비이긴 하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몇 천만달러 정도의 비용인데, 그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준 역량으로 인해 제작사 측에서는 기꺼이 돈을 내놓는다고 한다.)

돈이 준비되면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불필요하게 돈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배우들이 서로 참여하려고 달려든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는 도널드 서덜랜드의 에피소드를 읽으면 와닿는다)

그후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든든한 스탭들과 안락한 촬영환경을 준비하고, 짜여진 일정대로 차근차근 영화를 만들어간다.

이미 알려진 거장들과 달리 별다른 독특함이 보이진 않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참여한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면 그만의 스타일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예 전 영화들에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언급되지 않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감독으로써 인정하게 만든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로는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혹시 아직 보지 못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들의 영화들을 고르게 될 때 참고가 될만하다.


1930년 3월 31일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작품을 만들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습관처럼 자신의 소명처럼 영화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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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의본색폼안잡고색깔내는감독의모든것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자전적에세이
지은이 류승완 (마음산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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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 영화감독
출생 1973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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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진행형같은 느낌의 류승완 감독이 쓴 책이 있다길래 낼름 집어봤다.
별로 두꺼워 보이지도 않고 사진도 몇몇 있어 쉽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크게 프롤로그, 1부 영화 보는 류승완, 2부 영화 찍는 류승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쓴 글보다 기존에 있던 공개 혹은 비공개글들이 더 많다. 속으론 류승완 감독이 뭔가 관객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외칠 듯한 흐름을 기대했던 부분이 있어 아쉬감이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글이나 인터뷰들이 못 보던 것들이라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부분적으로는 짜증나는 곳도 있었다.

프롤로그가 책의 흐름을 잘 암시하고 있다.
산만하다. --;;

특히 1부 " 영화 보는 류승완 " 은 산만한데다 지루하기까지 했다. 류승완 감독이 결코 글을 잘 쓰는 감독은 아닌 듯 싶다. 그렇다고 수준 이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스타일이나 대사빨을 책에서는 영화에서만큼 잘 드러내지는 못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와 그에 관한 얘기들, 그리고 살아가는 얘기가 불쑥불쑥 배열되어 있다. 가지런하기라도 했더라면...

2부 " 영화 찍는 류승완 " 은 묘한 선물같았다. 1부에서 워낙 지쳐서 2부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끝날건지 감흥도 없이 막연히 읽고 있는데, 문득 앞 얘기와 뒷 얘기가 반복적인 부분들이 발견되었다. 다시 목차 등을 살펴보니 2부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과 인터뷰를 역순으로 배치하고 질문은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이었다. 이것을 눈치챈 후에는 갑자기 책의 재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책 속에서 이창동 감독님의 " 오아시스 " 와 " 박하사탕 " 이 종종 언급되는데, 박하사탕의 틀거리를 보는 듯 했다. 시간을 거꾸로 가면서 마지막에 가서야 류승완 감독의 시작을 알린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를 만나게 된다. 91 가지 질문 중에 크게 돋보이는 건 없었지만, 인터뷰들을 자세히 느끼면서 읽고 있으면 류승완 감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가 느껴진다. 영화 " 박하사탕 " 처럼 뒷부분으로 갈수록 류승완 감독이 얼마나 진솔하게 시작해 왔고, 어떻게 지쳐가고 있으며,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인터뷰에서도 순수하게 최선을 다했던 모습을 책의 뒷부분에 가서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속내를 알 수 없도록 적당히 세월을 먼지 속에 자신을 반쯤 묻어두면서도 여전히 눈빛은 반짝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 영화 찍는 류승완 " 이었다.

류승완_죽거나혹은나쁘거나

출처 : 네이버영화. 류승완의 본색. 353쪽. 내가 생각하는 류승완의 이미지


나에게도 류승완 감독의 작품은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가 시작이었다. 그 후 " 다찌마와 리 " (인터넷판), " 아라한 장풍대작전 " ( 원래 제목이 " 아라한 " 이고, " 장풍대작전 " 은 부제였단다. ) , " 짝패 "  그리고 " 부당거래 " 까지 봤다. 첫 단편이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에 삽입된 " 패싸움 " 인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 변질헤드 " 라는 단편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 이것때문에 다음까페에 있다는 류승완 까페에 가입하는데, 애를 먹었다. ^^;;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은 " 변질헤드 " 다!! )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에서 필을 받을 후에 " 다찌마와 리 " 를 보면서 제대로 된 장편 상업영화를 우리에게 보여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싶었다. 왠지 충무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영화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추측했었고, " 아라한 장풍대작전 " 까지도 그런 생각이었다. 흥행면에서 비교적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내 예상에는 이것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것 같았다.

" 짝패 " 를 보면서 왠지 여기까지가 류승완 감독의 저력이 아닐까 싶었다. 평소 들었던 류승완 감독에 대한 귀동냥으로는 딱 류승완 감독 스타일 그 자체였고,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재밌게 즐겼으면 " 죽거나~ " 이후 내려갔던 롤러코스터의 흐름이 정점에 오른 듯 했다. 물론 일개 관람자의 짧은 소견이었을 뿐이다. " 부당거래 " 에서부터는 그간의 류승완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뭔가가 엿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류승완에 대해 뭔가를 기대한다거나 측정하려는 무대뽀 영화소시민의 양아치적인 재미를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 괜시리 아는 척 하면서 감독에 대해 이래저래 잣대를 들이대는 재미는 3류 영화팬에게는 아직 버리지 못하는 계륵이다. )

그는 자신의 길이 정해졌다고 한다. 그 길을 디딜 첫걸음 속에 어떤 것들이 묻어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그걸로 족하다. 오랫동안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튼튼한 두 다리를 갖기를 원한다는 류승완 감독. 언젠가는 또 길가에 영화를 툭 떨어뜨려 놓으리라 본다. 줏어 보는 건 내 자유지만, 그 유혹을 떨쳐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먹었던 인터뷰를 기록해 둔다. 좀 길다. 다른 짧고 간결하고 좋은 얘기도 있지만, 이 단락은 나중에라도 가끔 다시 읽어보고 싶다.

황(황경신 기자)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이 있다면?
류(류승완 감독) : 저희 아버지가 저희 어머니 병간호할 때. 중1 때 어머니가 병원 계시다가 잠깐 퇴원하셨는데, 집안 다 망가지고 그 많던 재산 다 날리고 정말 깡촌으로 이사 갔어요. 그런데 아버지랑 어머니가 어깨동무하고 걸어가시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어머니 병간호 하실 때 병 얻으신 건데,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소화제로만 버티신 거예요. 그게 암이었는데...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그러셨어요. 어머니가 몸을 펴고 주무시질 못했는데, 소원이 있다면 아버지를 꼭 껴안고 자고 싶다고. 아버지가 저녁마다 어머니 발 씻겨주고... 불행한 순간에,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 겹치더라도 내가 정말 살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거든요. 고통스럽다가도 눈을 떴을 때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친다거나...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보인 것들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희 할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할머니가 멀미를 하셔서 차도 잘 못 타시고 저희 키우려고 집에만 계셨거든요. 어제 할머니의 작은 방에 누워 있는데 아파트 창문에 창살이 있잖아요. 밖의 빛을 받아서 그림자가 생기는데 그걸 보니까 감옥 같더라구요. 할머니가 이 방에 누워서 저걸 봤겠구나... 그런 걸 보면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이 뭉클뭉클하고 엄마들 마디 두꺼워진 손이나, 젊은 놈들에게 욕 먹으면서까지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나... 그런 게 감동적이에요.
- 류승완의 본색. 364쪽.

p.s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다. 뛰어난 인터뷰어도 많이 만났고, 뛰어난 기록도 많이 있지만 <PAPER> 황경신 기자와의 이 인터뷰는 정말 잊을 수 없다. 사람에 대한 관심, 현장의 기록, 기록된 순간 역사가 되는 글에 대한 책임.
기회가 된다면 정말 편하게 다시 한 번 만나 이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혹은 바뀌지 않았는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한 번쯤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 추억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 류승완의 본색. 367쪽. 류승완 감독의 코멘트.

뜬금없지만 좋은 가정, 훌륭한 부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풍족한 생활을 주기 보다 풍족한 기억을 남겨주는 게 더 훌륭한 게 아닌가 싶다. 부족함 없이 해주기 위해 돈과 이벤트에 부모가 집중하게 되면 자식은 무엇을 먼저 떠올릴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다고 가난이 자랑은 아니고.. 단지 부모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를 자식이 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소중한 것이다. 일단 결혼은 못 했지만, 결혼한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ㅋㅋㅋ ( 이눔의 생각의 오지랖이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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