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는 기원후 50년 이전부터 120년 이후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타르코스 ( PLOUTARCHOS ) 라는 인물이 남긴 비교열전 - 2명의 인물들을 서로 비교하는 형태로 서술했다는 의미 - 이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에서 천병희님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 BIOI PARALLELOI by PLOUTARCHOS, 2010년, 도서출판 숲 ) 과 이윤기, 이다희 부녀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 Plutarch's Lives, 현재 6권까지 출간, 모두 9권으로 기획됨 ) 을 읽었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어 정리해 둔다. 시오노나나미님의 " 로마인 이야기 " 도 같이 읽는다면 금상첨화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은 기원후 50년부터 씌여졌기 때문에 그 이전에 살았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물들을 다뤘고, 기원후 4세기경에 작성된 " 람프리아스 목록 " ( Lamprias ) 에 플루타르코스의 작품 227개의 제목이 나열되어 있다. 그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50 편의 " 비교열전 " 과 " 윤리론집 " 인데, 이 비교열전이 23쌍의 비교와 4명의 기타 인물에 대한 업적과 평가가 들어있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은 그리스, 라틴 문화권에서만 퍼져 있다가 1559년경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아직 완역판이 나왔다는 얘기는 못들었는데, 천병희님의 작품은 50 명 중 중요한 인물을 그리스, 로마 각 5명씩 뽑아 있는 그대로 번역하셨으며, 플루타르코스가 서술한 " 비교 " 부분이 없다. 천병희님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희랍어검정시험 ( 그리스어 ), 라틴어 검정시험 등을 거치셨기에 매우 세밀하게 번역하시고 각주에 자신의 견해도 달아두셨다.

예를 들자면, 카이사르의 유명한 대사인 " 브루투스! 너마저 " 는 셰익스피어의 " 줄리어스 시저 " 라는 책에 등장한 말이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그리스어 판에는 " 내 아들아! 너마저? " 라고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 플루타르코스 2010년판 551쪽 아래 각주 ) 이런 부분들은 시오노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의 내용들과 비교해 보면 아주 재밌다.


플루타르코스영웅전
카테고리 인문 > 인문고전문고
지은이 플루타르코스 (숲,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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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다희씨의 " 플루타르크 영웅전 " 은 이제는 돌아가신 이윤기님의 기획으로 9권에 걸쳐 발간할 예정이라는데 지금까지 6권이 나와있고, 꽤 많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삽화도 풍부하고, 쌍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의 경우, 플루타르코스가 남긴 " 비교 " 부분이 들어있어 재밌긴 하나, 플루타르코스가 남겼던 내용 중에 번역하는 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뺀 것이 아쉽다.


플루타르코스영웅전.6
카테고리 역사/문화 > 신화
지은이 플루타르코스 (휴먼앤북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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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희님이나 이다희씨 모두 권위있는 영역본인 " 페린 " 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을 주자료로 번역했는데, 이 영문판은 그리스어와 영어가 병행되어 들어있다. 천병희님은 그리스어 텍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다른 자료를 참고하셨다고 한다. 이다희씨의 경우에는 영어 텍스트를 참고로 한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시오노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와 천병희님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이다희씨의 번역본 순으로 읽는 게 재미있어 보인다. 천병희님의 번역본은 이미 2006년에 " 그리스 영웅들 ", " 로마의 영웅들 " 로 따로 번역된 책들이 있었는데, 2010년에 다시 합쳐져서 출간된 것이다.

이렇게 추천하는 이유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후 50년 이전까지의 인물들인데, 시간순서대로 비교한 것이 아니라 업적과 성격 등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서술해 놓은 터라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먼저 " 로마인 이야기 " 를 통해 주요 인물들이 살았던 순서와 큰 사건들을 머리 속에 배치한 후, 천병희님의 깊이있는 번역으로 재미를 만끽하고, 이다희님의 번역본으로 뒷맛을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몇몇 역사적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은 이다희님의 번역에서 만날 수 있다.


시오노나나미의 현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바라본 당시의 영웅들과 사건들을 플루타르코스의 시선에서 비교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는데, 이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에 대한 평가와 가치는 천병희님의 번역본 앞쪽에 일목요연하게 나와있다.





평소 이 50 명의 인물들에 대해 헷갈리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기에 천병희님의 책을 참고로 모두 적어둔다. 가장 멋있었을지도 모를 스키피오전 ( 한니발을 자마대전에서 이긴 로마의 명장 ) 이 사라진 게 못내 아쉽다. ^^;;


1. 테세우스 (  Theseus ) - 로물루스 ( Romulus )

2. 뤼쿠르고스 ( Lykourgos ) - 누마 ( Numa )

스파르테의 입법자 뤼쿠르고스는 대체로 기원전 800년경에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존 인물인지 혹은 동명이인의 활동이 한 사람에게 몰린 것인지 의심되기도 한다.

3. 솔론 ( Solon ) - 푸블리콜라 ( Publicola )

솔론은 기원전 640년경부터 560년경까지 활동한 아테나이의 귀족이다.

4. 테미스토클레스 ( Themistokles ) - 카밀루스 ( Camillus )

테미스토클레스는 기원전 524년경부터 459년경까지 활동한 아테나이의 정치가인데, 살라미스 해협에서 페르시아의 함대를 무찌른 것과 이 전쟁 후 누명으로 쓰고 페르시아 왕에게 넘어간 것으로 유명하다.

5. 페리클레스 ( Perikles ) - 파비우스 막시무스 ( Fabius Maximus )

페리클레스는 기원전 495년경부터 429년경까지 활동했으며 아테나이를 그리스의 정치,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어 20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기간을 페리클레스의 황금시대라고도 한다.

6. 알키비아데스 ( Alkibiades ) - 코리올라누스 ( Coriolanus )

7. 티몰레온 ( Timoleon ) -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 ( Aemilius Paulus )

8. 펠로피다스 ( Pelopidas ) - 마르켈루스 ( Marcellus )

9. 아리스테이데스 ( Aristeides )  - 대(大) 카토 ( Cato Maior )

최초의 라틴어 산문작가인 마르쿠스 카토는 기원전 234년부터 기원전 149년까지 살았으며 한니발을 이긴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10. 필로포이멘 ( Philopoimen ) - 플라미니우스 ( Flaminius )

11. 퓌르로스 ( Pyrrhos ) - 마리우스 ( Gaius Marius )

12. 뤼산드로스 ( Lysandros ) - 술라 ( Sulla )

13. 키몬 ( Kimon ) - 루쿨루스 ( Lucullus )

14. 니키아스 ( Nikias ) - 크랏수스 ( Crassus )

15. 에우메네스 ( Eumenes ) - 세르토리우스 ( Sertorius )

16. 아게실라오스 ( Agesilaos ) - 폼페이우스 ( Pompeius )

17. 알렉산드로스 ( Alexandros ) - 카이사르 ( Iulius Caesar )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기원전 356년부터 323년까지 활동했으며,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쳐들어간 바로 그 알렉산더 대왕이다. 아드리아해에서부터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으며, 기원전 323년 6월 10일에 3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18. 포키온 ( Phokion ) - 소(小) 카토 ( Marcus Minor )

19. 아기스 ( Agis ) / 클레오메네스 ( Kleomenes ) - 티베리우스 ( Tiberius ) / 가이우스 ( Gaius ) 그락쿠스 ( Gracchus ) 형제

20. 데모스테네스 ( Demosthenes ) - 키케로 ( Cicero )

21. 데메트리오스 ( Demetrios ) - 안토니우스 ( Antonius )

22. 디온 ( Dion ) - 브루투스 ( Brutus )

23. 아라토스

24.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5. 갈바

26.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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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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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을 읽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이윤기 기획, 이다희 옮김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대해 잠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기원후 105년에서 115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는데, 영웅전 이라기보다는 비교열전 혹은 대비열전에 가깝다. 그리스 지역 출신 영웅들과 로마의 영웅들을 일대일로 묶어 서술한 후, 지은이의 검토내용이 중간중간 들어간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 씌여진 것이 라틴어로 번역되었다가 1559년에 자크 아미요에 의해 프랑스판으로 번역된 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영미권에도 번역된다. 이 영미권 번역 중 1914년에 출간된 페린의 영역본 " PLUTARCH LIVES " 를 우리말로 번역해 작업중인 것이 이윤기, 이다희씨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이다. 영역본은 그리스어와 영어가 원전 대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번역되고 있는 작품에서는 책의 가독성을 위해 스토리와 별 상관없는 내용들 - 언어의 기원, 관습의 유래 등 - 은 생략했다고 한다. 파란색 별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들이다.

신통기, 역사 등을 번역하신 천병희님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도 있는데, 주요 영웅들만 추려서 깊이있게 번역해 놓았으니 서로 비교해 가며 읽어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두 작품은 서로 보완해 주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는데, 천병희님의 번역은 심호흡을 해가며 읽어야 하는 느낌이라면 이윤기님의 기획은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본다. ^^;;

플루타르코스영웅전.5
카테고리 역사/문화 > 신화
지은이 플루타르코스 (휴먼앤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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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님의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5권은 스파르타의 아게실라오스, 로마의 폼페이우스와 마르켈루스 그리고 테바이의 펠로피다스를 다룬 플루타르코스 5 권을 읽었다. 아게실라오스와 폼페이우스는 생전에 화려한 명성을 누렸던 것을 공통점으로 삼은 것 같고, 마르켈루스와 펠로피다스는 용감하고 훌륭한 자질에 어울리지 않는 실수로 죽은 것을 연관지었다.

아게실라오스가 스파르테 ( 스파르타 ) 의 전성기와 쇠락을 경험한 영웅이라면 폼페이우스는 로마 원로원의 몰락에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다.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그의 귀족들을 무찌른 순간, 사실상 로마는 제정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모든 권력이 한 명에 집중되는 정치형태가 로마를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게실라오스나 폼페이우스나 역사의 흐름을 주도했다기보다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겼기에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했으면서도 마지막에는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그에 비해 마르켈루스나 펠로피다스는 열혈캐릭터로써 스스로의 가치관에 충실하게 살다가 필멸의 인간으로써 죽어갔다. 펠로피다스는 스파르테 ( 스파르타 ) 로부터 조국 테바이를 지켜냈고, 마르켈루스는 무적의 한니발로부터 로마를 지켜냈다. 단지 모든 일을 스스로 조율하고 마무리하려는 열정으로 인해 죽음이 찾아왔다고 보여진다. 로마이름 마르켈루스는 " 마르스를 닮았다 " 는 뜻이라고 하는 걸 처음 알았다. ^^;; 마르스는 로마신화에서 전쟁의 신을 뜻하며, 그리스신화와 비교하자면 아레스와 비슷하다.

마르켈루스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 재밌는 얘기들이 있는데, 으뜸은 역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와 관련된 일이다. 로마가 한니발과 전쟁 중에 마르켈루스를 시켈리아 ( 시칠리아 섬 ) 로 파견했었다. 이때 바다쪽에서 시켈리아를 점령하려고 온 마르켈루스를 참담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공성기와 그밖의 장치였고, 결국 마르켈루스는 크게 우회해서 섬 안쪽으로부터 공략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성을 점령했을 때 마르켈루스는 시민들을 죽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으나 한 로마병사에 의해 아르키메데스는 살해당하고 만다. 마르켈루스는 크게 애석해 했다고 전해진다.

5권에서 흥미로운 건 마르켈루스를 대하는 로마 원로원의 모습인데, 예나지금이나 답답한 소리하는 윗사람들은 바퀴벌레처럼 존재하는 모양이다. 물론 대개의 사람들이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천년이 넘도록 발전하지 않는 듯한 인류의 모습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ㅋㅋㅋ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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