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갱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흔한 아저씨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갱스터 필름들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무게나 질감은 아직 옛날의 그것만 못한 것 같다. 가끔 빠르고 현란한 액션에 질린 듯한 기분이 들때면 오래 전 멋졌던 갱영화를 다시 보려고 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 

칼리토는 명작 갱스터 영화들의 대열에 합류해도 될만하다고 판단되지만, 아쉽게도 명작들이 너무 많아 잘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인지 흔한 케이블TV에서도 잘 접하지 못해 직접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요즘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영상물을 잠시 빌려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자료센터나 영상자료원 같은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칼리토는 기억하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십수년 전에 몇 번이나 봤음에도 감독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고, 스릴러 못지 않게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묵직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장기인 스릴러, 서스펜스가 잘 작동하는 바람에 너무 가슴만 졸였던 탓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 대사의 의미들을 이해할 만큼 나이만 쳐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ㅡㅡ;;

알 파치노는 갱스터 영화를 정말 많이 찍었는데, "대부"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를, "스카페이스"에서는 쿠바에서 밀항한 성격파탄자 깡패역을, "칼리토"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성실한(?) 깡패를 연기했다. 예전에는 알 파치노가 갱역할만 주로 해서 로버트 드 니로에게 약간 밀린다고 생각했지만, 헐리웃 영화를 많이 보게 되니 발음이나 연기 스타일을 눈동냥해 다시금 감탄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여러 곳에서 잘 살펴보라고 안내하는 얘기들을 주워들은 덕분이기도 하다. ^^;; 

갱스터는 프랑스 갱영화 이후로 오랜만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충분히 배어있는 영화다. 감옥에서 썩을 뻔 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은 한 간부급 갱이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거의 그림자들로부터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엔딩 부분을 예전에는 불운한 영웅의 최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조적으로 인정하는 담담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갱스퍼 무비에서 주인공 갱이 어차피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나지만 최후를 맞게 되는 설정은 이제 흔해 빠졌지만, 그 노력에 스스로 만족해 하는 뉘앙스를 비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 전 프랑스 영화에서나 가끔 봤던 것 같기는 하다. ^^;; 개인적으로는 헐리웃 영화에서 그렇게 안간 힘을 쓰던 갱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초라하게 죽어가는 게 무지하게 씁쓸했다. 심지어 주인공의 독백조차 스스로를 버리는 듯한 느낌일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ㅡㅡ;;

주인공 칼리토만은 끝내 자신의 스타일인 우정과 신뢰를 지켰을 뿐 주변의 인물들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배신한다는 게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한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많은 배신이 난무하는 영화도 정말 흔치 않다. 그 와중에도 꿋꿋한 주인공이 안쓰럽기만 하다. 

영화 초반 칼리토의 독백에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 결말을 잊게 할 정도의 연출력을 선보이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수작 중 하나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이미 "칼리토" 이전에 남미 계열의 갱스터가 주인공인 "스카페이스"를 연출했기에 이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나중에 각본을 보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사빨이 있다고 추측해도 좋다. ^^;; 

"지 아이 제인"(G.I. Jane), "반지의 제왕"에서 엄격한 군인, 품위있는 용사로 열연한 비고 모텐슨의 비굴한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숀 펜은 자신의 영화에 투자할 돈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주 열연을 펼쳤다. 정말 인간쓰레기 복사판이었다. 

재미있는 건 칼리토(알 파치노)가 자신을 배신한 클라인펠트(숀 펜)에게 응징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장면인데, 원작에 없는 부분이었고, 알 파치노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는 납득하고 멋진 장면이 됐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나중에 나온 명작 갱스터 중 하나인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도시를 떠나기 전에 배신자를 처리하는 부분과 아주 비슷하다는 점이다. "히트"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등장하는 명작 갱스터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장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는데, 영화 초반 칼리토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화장실에서 빈 총으로 허세를 떨며 도망치는 장면과 여자친구인 게일(페넬로네 앤 밀러)가 일하는 곳에 갑작스레 찾아가 서로 당황해하며 만나게 되는 장면, 그리고 게일의 아파트에서 문 틈으로 칼리토가 게일을 바라보며 갈구하는 장면이다. 문고리가 걸린 상태에서 영화음악 "You are so beautiful"이 흐르자마자 박차고 들어가는 칼리토의 모습에서 격하게 공감이 간다. 나이 40줄이 되면 알게 된다. ㅋㅋㅋ 뭐 이성적으로는 한심하게 보지만,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뭔가 겉과 속이 다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정신적인 트위스터라고나 할까? ^^;; (뭔소린지는 스스로도 모름을 양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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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대부 ( The Godfather ) " 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사에서도 뛰어난 가치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갱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나 역시 " 대부 " 를 볼 기회가 되면 항상 반복해서 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알고 싶고, 더 재밌게 즐기고 싶어 원작소설도 보게 됐다. 소설 " 대부 " 는 영화 " 대부 " 못지 않게 재밌게 색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에서 잘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더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멋진 대사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변주되었던 부분을 비교해 보는 재미 역시 놓칠 수 없다. 

이렇게 " 대부 " 를 두 번 즐기고 난 후에도 또다르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바로 " 대부 시나리오 & 제작노트 " 다. 영어 원제는 " THE GODFATHER : THE COMPLETE ANNOTATED SCREENPLAY " 보인다. 


대부시나리오제작노트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영화
지은이 마리오 푸조 (늘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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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내용은 영화 시나리오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관련 에피소드들과 요점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마리오 푸조가 함께 작업한 최종 원고, 즉 프리-프러덕션 드래프트 혹은 슈팅 스크립트인데, 공식적으로는 1971년 3월 29일에 탈고된 '제3고'Third Draft다. 여기에 시나리오의 발전 과정, 다양한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1972년에 개봉된 영화에서 보이는 재편집 과정들을 덧붙였다. - 7쪽 발췌.


제작과정을 간단하게 보자면, 영화제작을 목적으로 마리오 푸조가 " 대부 " 라는 소설을 쓰게 됐는데,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파라마운트사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설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자 영화제작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단다. 그럼에도 당시 제작진이나 감독인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다소 회의적이었는데, 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특유의 고집과 열정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는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가 직접 기록한 " 대부 노트북 " 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 대부 노트북 " 중 몇 장이 사진으로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소설, 제작노트가 모두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 특히 제작노트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의도와 고민도 여러 곳에서 그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영화를 만들면서 겪게 되는 난관들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만 즐길 수 있었지만, 제작노트에서는 배우들의 익살과 황당함, 그리고 미덕도 엿볼 수 있다.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가 팬티를 벗고 엉덩이를 까는 장난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까? ( 정말 놀라기도 했지만, 어이없이 한참을 웃어댔다. ^^;; ) 


그밖에도 아주 많은 재미난 사실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 ( Godfather ) 라는 단어가 원래부터 마피아의 두목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고 한다. 

내가 [대부]를 발표하기 전에는 그 어떤 마피아 멤버들도 '대부'라는 호칭을 그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런 뜻으로 부르지 않았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친구들 모두를 '대부' Godfather 혹은 '대모'Godmother 라고 부르지요. 그건 마치 미국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친구들을 '이모'Aunt 혹은 '삼촌'Uncle 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들이 실제로 이모나 삼은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 그런데 이제는 마피아들이 '대부'라는 단어를 씁니다. 모든 사람들이 '대부'라는 말을 쓰지요. 
- 마리오 푸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에서 방송도니 테리 그로스와의 인터뷰에서, 1996년. 




당시 상황설명들을 보면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엿볼 수 있는데,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자체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촬영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면 ( 감독이 만드는 것보다 )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든, 어떤 세트장이든 그렇다. 심지어 전기 담당 노동자들까지. - 코폴라 2007년




" 대부 " 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려면 이 시나리오 노트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칼라사진들만 봐도 영화장면의 대부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책의 품질과 구성이 좋다. 게다가 그간 접하지 못했던 정말 다양하게 특이한 사실들이 "대부"의 재미를 한층더 풍성하게 해준다. 예를 들자면, 프랜시스 코폴라는 영화제작을 너무 가족끼리 해먹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는 데, 읽어보면 아주 많이 해먹긴 했다. ^^;; 심지어 대부 1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례받는 아기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였다. 커서 대부3에 출연했고, 괜찮은 영화감독이 됐다. (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를 재밌게 봤다. ) 

음.. 솔직히 너무너무 재밌게 본 영화관련 서적인데 뭐라 표현력이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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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도박업계의 폐해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인간성 회복을 그리는 영화. ( 영화내용 있음 )


영화 중반까지 서스펜스가 넘치지만 그후부터는 임펙트가 떨어져버린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자면 크게 이상한 건 없지만 후반부 전개가 좀 산만하다.

정리해 보면 결국 스포츠 도박 컨설팅업체의 사장인 알 파치노 ( 월터 ) 가 잘 버텨오다가 결국 아내를 걸고 도박을 하게 되고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은 매튜 매커너히 ( 브랜든 ) 이 멋지게 속이면서 교훈을 주고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는 결론이다.

그 과정에서 알 파치노의 이미지가 혼란스럽게 그려지는데, 처음에는 돈을 위해 매튜 매커너히를 이용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는건지 아리송하게 그려지다 막판에 알 파치노가 짜놓은 판을 매튜 매커너히가 뒤짚으면서 둘 다 안식을 찾게 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워졌다.

투 포 더 머니
감독 D.J. 카루소 (2005 / 미국)
출연 알 파치노,매튜 매커너히,르네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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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브랜든을 " 존 안소니 " 로 키우는 과정에서 매튜 매커너히의 연기력이 돋보이지만 명연기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고, 마지막에 알 파치노가 브랜든의 반격을 알게된 후 눈물을 흘리며 안식을 찾게되는 모습은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알 파치노가 항상 가지는 음험함이 영화에서 힘을 주기도 하지만 그 바람에 관객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중반 이후 월터가 짜는 판을 쉽게 잡아내기가 어렵다. 아예 모르는 게 아니라 어떤 쪽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사실 중반 이후 브랜든이 실패하기 시작했을 때, 월터가 브랜든의 확실한 결론을 토대로 승부를 조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뜬금없이 돈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중요한 듯 등장해서 알 파치노가 이번에도 배후음모자로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바람에 월터의 아내와 브랜든의 관계가 부차적인 듯 보여지고, 가끔 월터가 브랜든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모습이 도박에 중독된 승부사의 기질로 비쳐진다.

아마 편집의 문제로 추측되는데, 이런 부분만 잘 정리해서 묘사했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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