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 외전인 "세븐 킹덤의 기사"이 나왔다. 본전(본편)만한 스케일은 없지만, 재미와 흥미진진함은 떨어지지 않았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시대보다 100여년전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굳이 드라마나 본편 소설을 찾아보지 않아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세븐 킹덤의 기사"는 덩크라는 덩치가 엄청 좋은 기사와 그의 종자 에그가 겪는 모험들이 들어있다. 지은이인 조지 R.R. 마틴은 이번에 책으로 묶여져 나온 3개의 중편 외에도 6 ~ 12편 가량을 더 집필해 그들의 일생을 끝까지 그리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고 한다. (원래 조지 R.R. 마틴은 중단편 소설이 주종목인 작가였다고 한다. 그런데, 말년에는 대하 판타지 소설을 큰 명성을 얻게되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

옮긴이 김영하님의 한 마디를 같이 읆조리고 싶다. '마틴 옹, 꼭 만수무강하셔야 합니다! 꼭!' ㅡㅡ;;

본전(본편)인 "얼음과 불의 노래"는 현재 5부까지 진행됐고, 1부 왕좌의 게임(이 1부 제목이 드라마 제목으로 굳어졌다.), 2부 왕들의 전쟁, 3부 성검의 폭풍, 4부 까마귀들의 향연, 5부 드래곤과의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븐 킹덤의 기사"는 1부에서 회자됐던 "아에곤5세"와 3부에서 잠깐 언급됐던 전설적인 킹스카드 "키 큰 던칸 경"의 이야기다. 아에곤5세가 어린 시절에 기사의 종자로써 나중에 왕을 수호하는 킹스가드로 우두머리인 로드커맨더가 되는 "덩크"라는 떠돌이기사를 수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중편 모음집은 떠돌이기사(The Hedge Knight), 맹약기사(The Sworn Sword), 신비기사(The Mystery Knight)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자연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대신 중세 기사도 문학을 판타지 소설로 다시 묘사한 듯한 느낌이 강하다. 혈연도 알 수 없는 초라한 떠돌이 기사가 담대함과 용기로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전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왕좌의 게임"이라고 보면 적당하지만, 이 중편들은 유난히 영어식 단어유희(?)가 많아 약간 난감할 때가 있다. 간단한 예를 보여주자면, 기절했던 떠돌이 기사 "덩크"가 눈을 뜨면서 자신의 종자인 "에그"(egg)를 찾기 위해 "난 에그(egg)가 필요해요"라고 하자, 주변에 있던 인물이 "그래, 달걀(egg)를 찾는 건 좋은 징조야"라고 하는 식이다. 

"덩크"는 본편에 등장하는 "양파의 기사"와 품성이 많이 닮은 듯 하지만, 뛰어난 신체조건 덕분에 킹스가드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왕족인 에그를 데리고 다니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에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우직한 모습은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들 못지 않은 매력이 넘쳐난다. 뭐 잘생긴 것 같지는 않지만서도.. ^^;; 

본전(본편)과 달리 주의깊게 읽다보면 대강의 엔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왕좌의 게임"팬들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티리온이 지하의 " 와일드파이어 " ( 일종의 폭탄같은 암녹색 액체 ) 들을 둘러보고 올라오자 심복인 브론이 두 가지 소식을 전한다. 시티워치 (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같은 집단 ) 의 로드 커맨더 세르 제이슬린과 누이이자 왕대비인 세르세이가 각기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티리온은 주저없이 세르 제이슬린을 먼저 만나고 왕대비는 돌아가는 길에 보겠다고 하자.. 

"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텐데요. " 
브론이 걱정스런 투로 말했다. 
" 괜찮아. 오래 기다리게 할수록 화가 치솟을 테고, 왕대비는 화가 나면 멍청해지거든. 냉정하고 교활한 것보다 멍청한 게 상대하기가 더 낫지 않겠어? "

말 몇 마디로 복잡한 심경을 한번에 드러내기와 같은 현상을 새롭게 해석해서 이용하기가 티리온의 특징인데, 이 문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는 낯선 소식과 익숙한 소식이 같이 들어왔을 때, 낯선 소식은 내용을 전혀 모르니 미리 듣나 나중에 듣나 별 상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혹시라도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면 바로 처리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왕대비는 이미 시작된 신경전에 내용을 되도록이면 많이 알아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고, 어설프게 처리했다가는 골치아픈 문제가 산더미처럼 늘어날 수 있으니 상당히 조심해야 하므로 당연히 나중에 만나야했다. 그럼에도 말을 저렇게 에둘러하면서도 진담이 반쯤 섞여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을 되도록이면 감출 수 있었다.

브론과 티리온은 참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데, 브론은 셀소드이면서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돈과 생존문제 이외에는 번거로운 문제를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대개의 일에 무관심하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글을 읽을 줄 아는 등 시대상에 비해 똑똑한 인재다. ( 그래서 더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

티리온은 사회적 지위와 머리를 제외하고는 많은 면에서 괴로운 인생임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인생사에 대처해 나간다. 실제로 정의를 꿈꾸는지도 믿을 수 없고, 라니스터 가문을 위해 일하는 것 같기도 한 이상한 행적을 보인다.


이 둘이 진짜 마법의 생물들을 만나게 될 때를 기대하고 있다.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