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영웅들의전장에서싹튼운명의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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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강대진 (그린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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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감독 볼프강 페터슨 (2004 / 미국,영국,몰타)
출연 브래드 피트,올랜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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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 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지은이는 서사시 " 일리아스 " 와 영화 " 트로이 " 를 간간이 비교해 주는데, 여기서도 약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나도영화를 봤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볼 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서 좋았다.

영화를 본 지 좀 오래되서 내용이 흐릿하긴 하지만, 영화 " 트로이 " 에서 아킬레우스에게 중요해 보이는 여자가 한 명 등장했던 건 기억난다. 이 책을 보니 그 여자는 아킬레우스와 매우 친밀한 관계였던 게 아니라 전리품이었음을 알게 됐다. 사실 이런 여자의 존재를 이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된 터라 감독이 추가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 

영화 " 트로이 " 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의 방패가 화려하고 원형 방패에 바깥쪽으로 두 개의 구멍 비슷한 게 나 있어서 블록버스터 대작에서 그냥 멋있게 디자인한 것인 줄 알았더니 고대 그림에 그런 모양의 방패가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428 쪽 [ 아킬레우스의 새 무장 ] ( 기원전 5세기 적색상 도기 ) 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반복적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 일리아스 " 의 기본 정보와 머리 속에 남게 된 스토리들을 적어둔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주제와 구조, 등장인물 등등이 있으므로 정리한다고 해 봐야 새발의 피 수준임을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 


들어가기 전에

[ 일리아스 ] 의 시인

우선 우리가 다룰 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다. 제목은 [ 일리아스 ]. 만든 사람은 호메로스(라고 전해진다.).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기원전 8세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문자로 기록된 시(구송시oral peotry). 반복적인 운율에 맞춰 이야기를 전해 주는 시(서사시). 분량은 약 1만 5천 행, 현대식으로는 보통 두께의 책 한 권 분량이다. 전체는 스물네 부분[권券]으로 나뉜다. 내용은, 기원전 13세기(또는 12세기)에 있었다는 트로이아 전쟁 중에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분노한 사건의 전말이다.
- 본문 발췌. 33쪽

** 분량이 약 1만 5천행이라고 부정확하게 표현한 이유는 책 후반부에 나온다. 
** 기원전 13세기 혹은 12세기 사건을 기원전 8세기에 작성하면서 혼돈스런 부분도 다수 있다고 한다. 방퍠 얘기가 기억에 남는데, 13세기 무렵에는 몸 전체를 막을 수 있는 커다란 몸통 방패가 주류였으나, 8세기 무렵에는 영화 " 트로이 " 에서처럼 상대적으로 들고 다니기 편한 방패가 주류였다고 한다. " 일리아스 " 에서는 이 두 방패가 동시에 등장한다고 지은이는 알려준다.

" 일리아스 " 는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을 시간적으로 정확하게 재배치할 수 없을 정도로 혼돈스럽다. 하지만, 대강 정리해 보니 이런 내용인 듯 싶다.

" 테티스 " 라는 여신이 있었는데, 이 여신이 다른 신과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 경우, 최고신인 " 제우스 " 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이를 두려워한 " 제우스 " 가 이 여신을 평범한 인간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게 되고, 이 결혼식에서부터 사건은 예고된다.

많은 신들을 초청했지만, 그 와중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이 불쑥 찾아와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는 것이라며 " 황금 사과 " 를 던져놓고 가 버린다. 여신들 중 최고 레벨인 " 헤라 ", " 아테네 ", " 아프로디테 " 가 서로 자기 것이라며 주장하다가 남자 인간 중 가장 아름답다는 " 파리스 " 에게 판정을 요청하면서 각자 최고의 선물을 약속한다. ( 이것을 " 파리스의 판정 " 이라고 부른다. )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는 " 아프로디테 " 를 가장 아름답다고 선택한 파리스는 결국, 당시에 " 아가멤논 " 의 부인이었던 " 헬레네 " 를 얻게 되고, " 아가멤논 " 은 " 헬레네 " 를 되찾기 위해 그리스의 영웅들을 모아 " 트로이아 " 를 공격한 것이다.

** 10년간 계속된 전쟁을 나흘 간의 전투로 압축해서 보여주느라 이전의 전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고, 사건의 전개를 시간순이 아닌 필요에 따라 끼워넣은 부분도 많아 혼란스럽다.

이야기는 " 아가멤논 " 과 " 아킬레우스 " 의 불화로부터 시작하는데, " 아가멤논 " 이 " 아킬레우스 " 의 전리품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 트로이아 " 로 오는 도중 어려움이 닥쳐 신에게 제물을 어쩔 수 없이 " 아가멤논 " 이 자신의 전리품을 희생해야 했는데, 이것에 대해 불평하다가 " 아킬레우스 " 와 충돌이 생겼다. " 아가멤논 " 은 자신의 손해를 " 아킬레우스 " 의 전리품으로 보상받는데, 이 때문에 " 아킬레우스 " 는 전쟁에서 한발 물러서게 된다.

" 아킬레우스 " 없이 " 트로이아 " 와 대결하면서 난전을 거듭 하던 중, " 아킬레우스 " 가 가장 아끼던 친구인 " 파트로클로스 " 가 죽자 " 아킬레우스 " 가 분노하며 " 파트로클로스 " 를 죽인 " 트로이아 " 의 " 헥토르 " 에게 복수한다.

" 헥토르 " 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인 " 프리아모스 " 가 " 아킬레우스 " 를 찾아오고, 많은 선물을 아들의 시신과 교환한 늙은 왕은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

여기까지 " 일리아스 " 의 내용이란다.

" 트로이의 목마 " 나 " 아킬레우스 " 가 죽는 과정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지은이가 이 책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 중에 어떤 것들이 그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암시인지 알려줄 뿐이다.

그리스 신화를 접하면서 이상하게도 " 아킬레우스 " 에 관한 얘기를 잘 볼 수 없었는데, 이 책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웅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면서도 신에게 맞먹는 위력을 자랑하기도 하고, 운명에 대해 고민하면서 고뇌에 찬 선택을 하며, 분노에 휘둘려 짐승에 가까운 상태로 전락하기도 한다. 스스로 인간의 한계와 필명성에 대해서 느끼고 보여주니 영화 소재나 서사시의 소재로 정말 당연하게 선택될 만 하다. 영화 " 트로이 " 에서 왜 이런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는 " 헥토르 " 만 정말 잘 묘사했다고 본다. 브래드 피트가 감독한테 밉보였나? ㅋㅋ

지금까지는 스토리만 반복해서 정리했는데,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사건도 앞뒤 얘기와 의미, 다른쪽 의견 등이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감상을 한 곳에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일리아스 " 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에서도 적고 싶은 부분이 많고, 영웅(?)들의 수훈기나 행동양식 등도 새로 알게 됐다. 다른 책들에서는 마치 이곳에 있는 것처럼 알려진 얘기들이 없는 것도 의외였다. ( " 트로이의 목마 " 는 " 오뒷세우스 " 에서 나오는 것인가? )

게다가 " 카산드라 " 라는 여사제도 재미있는 얘기들이 몇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름만 나온다. 이런 조연들에 대한 부분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카산드라 " 얘기가 나온 김에 내가 알고 있는 얘기를 덧붙인다. " 카산드라 " 는 " 트로이아 " 의 여사제로써 " 트로이아 " 의 멸망, 목마의 위험성을 예고했는데, " 트로이아 "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 카산드라 " 는 예전에 어떤 신 - 아마 아폴론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과 약속을 하고, 예언 능력을 받았지만,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 예언 능력에서 " 설득력 " 이 빠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예언은 정확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

끝으로 이 책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웃겼던 부분이 있어 기록해 둔다.

" 아킬레우스 " 가 " 헥토르 " 를 죽인 후 , 장례식 경기를 주최한다. ( 장례식 경기라는 말 자체도 황당했다. 게다가 이 책에는 로마의 검투사 제도도 사실 이런 전사가 죽은 후에 열리는 시합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 로마인 이야기 " 에서 이 검투사 시합은 " 에트루리아 " 인의 문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 이 경기들 중 전차경주가 있는데, 그 상품이 대박이다.

우선 상이 소개된다. 솜씨 좋은 여자와 거대한 세발솥, 노새 새끼를 밴 암말, 상당히 큰 가마솥, 황금 두 탈란톤, 손잡이 달린 단지 등이 1등부터 5등까지의 상이다.
- 본문 발췌. 542쪽.

옛사람들의 가치관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솜씨 좋은 여자? 아마 가사솜씨겠지 싶다만 표현이 좀 웃기다. 노새 새끼를 밴 암말은 그냥 암말과 비교해서 왜 가치가 있는질 알았으면 싶다. 단지에 손잡이가 달렸다는 게 당시에는 꽤나 특징적이었나 보다.

의미있는 직유들도 재미있지만, 그냥 평범하게 등장하는 묘사들도 신선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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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영웅들의전장에서싹튼운명의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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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이런 책을 만든 사람의 노고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각 권마다 반복인 느낌이 있으면서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자신의 주장에 부합한 부분과 관련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설명해 뒀다. 그래도 전문가나 관련자가 아닌 상황에서는 한계가 느껴진다. 쉽게 말하면 재미가 떨어질만큼 벅차다. 그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게 33쪽부터 시작되는 " 들어가기 전에 " 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다시 간략하게 정리해 둔다.

들어가기 전에

[ 일리아스 ] 의 시인 

실제 " 호메로스 " 라는 인물이 있어서 " 일리아스 " 란 작품을 쓴 것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변형되어 온 작품에 그냥 " 호메로스 " 라는 가상의 저자 이름이 붙은 것인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 호메로스 문제 " 라고 하며 200년 넘게 지속되온 문제라고 한다.
또한, " 일리아스 " 와 " 오뒷세우스 " 가 같은 사람의 작품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한다. 단지 우세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표기법에 대하여

희랍어(그리스어)의 발음대로 표기한다고 한다.

' 호머의 [ 일리아드 ] ' 라는 식의 영어식 표기의 유래

영어식 표기들은희랍어를 로마자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호머 역시 호메로스(Homeros) 에서 맨 끝의 두 글자를 떼어 버린 것이다.

고전 읽기를 권유함

지은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고전은 다른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준다는 것과 많은 사람 - 아마 전 세계 지식인을 대상으로 얘기한 듯 싶다. - 과 의사 소통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고전 작품들이 글쓰기, 글짜기, 이야기 만들기의 모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주장에 많이 공감한다. 또한 지은이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내용에는 당시 생활상이나 등장인물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드러내준다.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주로 이 두가지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구조에 대해 간단히

" 일리아스 " 는 전체적으로 되돌이 구성으로 되어 있다는 얘기.

마지막으로, 각 날의 내부와 전체의 연결에 대해

되돌이 구성은 보통 독자나 청중에게 어떤 완결감을 주기 때문에, 이 구성법이 쓰인 부분들은 ' 자기 완결적 ' 단위로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길게 이어진 작품이 이렇게 토막토막 나뉘기만 하면 곤란하므로 전체를 하나로 이어 주는 요소들이 필요하다.

...

호메로스 서사시의 구성 원리는 바로 반복이다. 구절들, 주제들, 장면들 모두가 거듭거듭 되풀이된다. 하지만 그냥 늘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 매번 조금씩 변형된다. 비슷한 것이 다시 등장하면서 전과 조금 달라졌으면 사람들은 그 차이에더욱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독자와 청중이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게 해주면서도, 약간의 변경으로써 이야기 발전을 경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 본문 발췌. 43 ~ 44쪽

** 끝의 두 부분 ( 구조에 대해 간단히, 마지막으로 각 날의 내부와 전체의 연결에 대해 ) 때문에 책읽기가 어렵다. 8세기 당시에는 별 다른 매체가 없이 시인들이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해야 했으므로 메시지나 시낭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식으로 전개해도 상관없었겠지만,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매 부분마다 자신의 전제가 어떻게 맞아들어가는지 설명까지 덧붙이니 완전 학습하는 수준의 내용이 되버렸다.

전체 24 권이 되돌이 구성을 서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대응하지 않는 부분들은 서로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인 부분들은 조금씩 변하면서 그 본질적인 주제나 부차적인 주제들을 크게 드러내며 대단원을 향해 나아간다. 대강 이런 얘기들로 비춰진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이 책의 좋은 미덕은 지은이가 오늘날 청중들에게 영화와 비교해 가면서 되도록이면 알기 쉽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원문을 많이 발췌해 주긴 하지만 전체를 그대로 옮겨주진 않았다. 원전을 읽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들지 않는다. 이 책만 읽어도 어느 정도 원문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고전을 직접 읽어주기를 바라는 지은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 수준에서는 원문을 그대로 읽기에는 무리가 많다.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다시 원전을 읽으면 많은 부분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 알고는 싶으니 다른 사람의 해석을 그대로 습득할 수 밖에 없는 수준으로라도 읽어서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구조와 전체 연결에 대해서는 이외에도 몇 가지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 공식구 ( 또는 정형구. formula. 같은 사물이나 인물이 항상 같은 구절로 표현되는 것 ), 구송시 ( oral poetry ), 순항기 ( periplous. 옛 지리 정보 중에는 한 지점이 다른 지점에서부터 대충 어느 방향으로 얼마 정도의 거리에 놓여 있는지 기록해 놓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을 ' 순항기 ' 라고 한다. 본문 발췌. 101 쪽 ), 수훈기 등등이 그런 것이다. 자주 등장하는 데 대강 이름만 들어도 의미가 추측될 것이다. 

끝으로 암시나 복선 수준이 아니라 아예 스포일러 스타일로 아주 앞에서 뒷얘기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곳도 많다. 옛날 희랍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반복적인 느낌을 주는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글의 구조들에 대한 원형을 본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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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서양고전 중 가장 오래됐다는 " 일리아스 ( Ilias ) " 에 대한 해설서(?)를 읽기 시작했다.
본문과 추가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611쪽 ( A5 크기, 찾아보기 제외 ) 짜리 책이다. --;;

그간 로마인 이야기나 그리스 신화 관련 책들은 몇 번 봤기 때문에 손쉽게 머리에 정리가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지은이의 노력이 절절히 느껴질 정도로 자세한 내용과 의견을 보여주고 있어 읽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쯤 한번씩 글로 뱉어내면서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현재 187 쪽까지 읽었는데, 일리아스 원본의 5권이 끝나는 부분이다. 일리아스는 모두 24 권 ( 24 부분 ) 으로 이뤄졌으며, 약 1만 5천행의 대서사시다.

책의 겉모습

양장본 ( 하드커버, 표지부분이 두껍고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진 책 ) 인 이 책은 녹색 바탕의 그림에 밝은 주황색의 제목 표시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그림부분에는 일리아스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는 헬레나라는 여인으로 보여지는 여성이 두드러지고, 신들의 모습과 시인의 모습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다.
** 책의 448 쪽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책표지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킬레우스임을 확인했습니다. 옆머리가 곱슬하고 옛날 여인들을 좀 후덕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착각했습니다. ^^;; 복장등을 다시 자세히 보니 남자였습니다. T T

그린비라는 출판사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의 11번째 책이라는 데 이 출판사가 이런 고전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꽤 볼만하게 만든 것 같다. 다른 부류의 책에서 더 잘 눈에 띄던 출판사로 기억되지만.

삽화는 책의 두께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지만, 필요한 만큼은 들어있어 부담이 적다. 글자 크기가 자간 ( 글자들의 상하간격 ) 도 무난하다.

목차나 구성도 자세하고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어 읽는 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책의 위쪽에 줄로 된 책갈피도 있어 편리하다.

겉으로 보기에 선뜻 손이 갈만한 책의 겉모습이다.



머리말, 들어가기 전에

저자인 강대진이라는 분이 대서사시인 일리아스를 직접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쓴 책이란다.
( 1/3 가량 읽은 상태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 일리아스 " 의 원본을 읽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 )

이 책은 머리말에서부터 그간 잘못 알고 있던 " 일리아스 " 에 대한 착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곤조곤 바로잡아준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 일리아스 " 라는 제목과 전체 내용에 대한 부분이다. 머리말의 내용에서만 보자면 " 일리아스 " 는 ' 트로이아 전쟁에 관한 시 ' 라는 뜻이며, 내용은 10년간 계속된 트로이아 전쟁의 마지막 1년째 있었던 ' 아킬레우스에 관한 시 ' 다. 목차는 보면 알겠지만, 전투 전, 후와 나흘 간의 전투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 다른 간략한 책의 내용들과 확연히 다르고,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졌다는 걸 머리말에서부터 분명히 알려준다. ( 난 사실 오뒷세우스나 헬레나와 파리스가 주인공인 줄 알고 있었다. ^^;; )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우리가 " 일리아스 " 라는 책을 알고 있긴 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지적 자극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 희랍 " 이라는 음역어 ( 한자를 가지고 외국어의 음을 나타낸 말.- 출처 : DAUM ) 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은이는 " 그리스 " 는 영어식 표현이고, 그 나라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를 ' 헬라스 ' ( Hellas ) 라고 부르며 가장 비슷한 발음의 음역어인 " 희랍 " 으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영어식 표기보다 희랍어식(그리스어) 표기를 따르자는 것이다. ( 호..혹시 라틴어인가? ^^;; ) 아직 " 그리스 " 라는 표현이 더 쉽게 다가오지만 " 희랍 " 이라는 표기를 무시해서는 안되겠다 싶다.

지은이는 " 머리말 ", " 들어가기 전에 " 를 통해 이 책을 읽을 때 꼭 필요한 내용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혹시라도 이 책에 관심은 있는데, 주저하는 느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두 부분을 서점에서 잠깐이라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이 강하게 와 닿을 것이다. 물론 각오도 어느 정도 해야될 것이라는 느낌도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ㅋㅋㅋ



" I. 전투 이전 " ( 1권 ~ 3권) 에서 " II. 전투 첫날 : 균형 잡힌 전세 " ( 4권, 5권 ) 까지
( " II. 전투 첫날 : 균형 잡힌 전세 " 는 4권 ~ 7권까지임을 밝혀둔다. )

여기까지 별탈없이 읽어온 것도 스스로 장하게 여겨진다. ^^;; 읽는 내내 재미도 있었지만, 머리 속이 지끈거려 많은 심호흡도 함께 있었다. 내용 정리가 안될만큼 어렵지만 그만큼 지은이의 노력과 희랍(그리스)문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종종 지적인 충만이 넘쳐나서 - 자세하고 세세한 설명이 부잡스럽고 복잡하기만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지은이의 솔직한 의견과 애착어린 참고들을 보다보면 참 열심히 쓰셨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는 " 일리아스 " 를 읽기 위한 배경지식이 더 많고, 정작 주인공인 아킬레우스는 잠깐 등장하고 사라져 버려 이렇다할 감상은 없다.

하지만, " 일리아스 " 라는 서사시를 새로운 관점에 볼 수 있게 해 준 건 참 고맙다. 이전에 읽었던 간략한 " 일리아드(?) " 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나흘 간의 전투를 통해 10년간의 트로이아의 전쟁을 서사시라는 장르를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이 참 오묘하다.

지은이는 영화와 관련해서 서사시가 가졌던 가치를 많이 부각시키기도 하는데, 이 역시 신선하다. 좀 과장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가벼운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좋다!!

슬슬 읽으면서 지칠 때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 기원전 13세기 ( 혹은 12세기 ) 에 있었다는 트로이아 전쟁의 나흘 간을 4주안에 읽을 수 있으면 한다. 못해도 4달 안이라도.. 사실 어떻게 완독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쿨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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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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