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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온 조금 세련된 스타일의 표지를 가진 만이천원짜리 야구관련서적이다. 지은이가 메이저리그 전문가이자 야구 칼럼리스트인지라 미국식 유머로 가득차 있다. 삽화도 별로 없이 온전히 글자만 가득한데, 야구를 보면서 아는 체 좀 하고 싶은 사람에게 꽤 요긴할 것 같다. 물론, 야구상식을 넓히고 싶은 사람에게도 아주 좋아 보인다.
두께를 보면 읽기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 A5 크기에 336쪽 정도 ) 읽다 보면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식 유머에 적응한 사람이어야 하고, 야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원래 영어 제목은 " Watching Baseball Smarter ( A Professional Fan's Guide for Beginners, Semi-experts, and Deeply Serious Geeks ) " 다. 대강 직역해 보자면 " 야구를 더 영리하게 보기. 초보자, 준전문가 그리고 광적이고 심각한 열혈팬을 위한 직업적인(?) 팬의 안내서 " 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제목에서 초보자는 빠져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봐도 초보자가 이 책을 맘껏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은 10 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경구가 한마디씩 나온다. 야구초보자이거나 미국식 유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뭔소린가 싶겠지만, 메이저리그 야구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에도 다행이 아는 사람들이나 상황이어서 저절로 낄낄거리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목차를 보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좀 폼나게 보려는 사람을 위해 다양한 얘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딱히 스토리를 정리할 것도 없다. ( 미안하지만 읽은지도 오래됐다 ^^;; ) 미국 야구에서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스타일이나 취향이나 사건, 사고가 있었구나 하는 정도다. 단지 목차에서 보듯 분류만 잘 해 놓았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나라 야구와는 매우 다르지만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별별 황당한 일들도 많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모를 미국식 유머화법이 가득하다.
이 책과 관련해서는 여러 번 포스팅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도 몰랐던 일들이나 야구규칙들을 재미있게 ( 적어도 나에게는.. ) 풀어놨다.
이 책의 4쪽에 나오는 경구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대변한다고 본다.
- 웨스 웨스트럼, 전 메이저리그 포수
미국에서도 교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끝으로 각 챕터에 등장하는 경구들을 모아봤다. 이런 경구들이 재밌는 야구팬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chapter 1. 투수와 포수
그는 내게 자리로 도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자기가 피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치기 어렵다는 것뿐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 팀 매카버, 전 메이저리그 포수
chapter 2. 타격
무기로 따지면 확률은 내 편에 있고,
나는 공을 가진 친구가 애를 태우게 놔둔다.
- 행크 아론, 명예의 전당 외야수
행크 아론은 미국의 프로야구 중 최고레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흑인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서도 자주 언급되는데, 이 경구가 얼마나 투수를 괴롭게 할 수 있는 말인지는 " 머니볼 " 이라는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봐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레벨의 투수였던 제이미 모이어라는 투수가 스캇 해티버그라는 타자를 상대하다가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시합 중에 타자 쪽으로 걸어와서 어떤 공을 원하는지 말하라고 소리치는 일이 있었단다. ( 물론, 규칙상으로는 금지된 일이다. ) 타자들이 속아넘어가야 할 만큼 정교한 유인구에는 손도 안 대고, 스트라이크 쪽으로 오는 공들이나 위력적인 승부구들을 걷어내기만 하는 타자들은 투수로서는 정말 답이 없다. ( 285쪽에 나온다. )
chapter 3. 베이스러닝
하지만, 16년동안 얼굴부터 들이미는 슬라이딩을 해 보라.
당신도 못 생겨질 것이다.
- 피트 로즈,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
피트 로즈는 열혈 야구선수였다. 근성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였다고 관계자들이 인정하지만, 은퇴 후 도박과 관련된 사건으로 명예의 전당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약물복용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다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도 괜찮지 않냐는 식의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홈으로 들어올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 머리부터 들이미는 슬라이딩 ) 을 아주 거침없이 해대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chapter 4. 수비
갓난 아기의 생명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여인은 베이스에 선수들이 있는지는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갓난 아기의 목숨을 구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 데이브 배리, 유머 작가
미국식 유머의 막장인 듯 싶다. 공을 잡으러 목숨걸고 뛰는 듯한 수비수들을 빗대는 듯 한데, 제일 재미없고 황당하다.
chapter 5. 구장
- 레드 스미스,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만한 기자의 한마디다. 엉덩이라도 핧은 듯한 기세다. 오버 아닌가?
chapter 6. 심판
그후에도 끊임없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 에드 바고, 전 메이저리그 심판
진짜 우리나라 야구심판 분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프로, 아마, 고교 등등을 모두 통틀어서..
그늘진 곳에서 고생하시고 일 자체가 난해하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해마다 만행을 저지르시는지.. 쩝..
chapter 7. 기록
1700번쯤 삼진을 당했고, 1800번쯤은 걸어 나갔다.
선수가 한 시즌에 500번쯤 타석에 나선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러니까 내 선수생활 중 7년은 볼을 맞히지 않고 보냈다는 얘기다.
- 미키 맨틀, 명예의 전당 외야수
역시 야구선수의 기록은 그 선수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알려준다. 한순간의 반짝임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장구한 세월동안 기록을 쌓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chapter 8. 메이저리그란 무엇인가
- 호아킨 안두하르, 전 메이저리그 투수
우리나라 해설가 한 분도 이런 말을 자주 쓰셨지요.
chapter 9. 메이저리그에 관해 알아야 할 기본
상대가 어떤 식으로 알아냈으면 좋겠는지 하는 것을
당신이 실제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가 알아내리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는 것을
그가 알아낼 것임을 당신이 알아냈다고 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 화이티 허조그, 전 메이저리그 감독
" 한 사람을 멋들어지게 속여 넘기는 길은, " 까지만 읽으세요. ㅋㅋㅋ
chapter 10. 현장에서 느끼는 즐거움
- 요기 베라, 명예의 전당 포수
한개 갖기도 힘들다는 메이저리그 우승반지를 10개나 가진 말많은 포수 요기 베라는 명언을 여럿 남겼다. 가장 유명한 말은 따로 있다. 이 포수와 관련해서 제일 웃겼던 일화가 떠오른다. 이 책에 나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포수 요기 베라는 떠벌이라 불리울 정도로 말을 많이 했단다. 안타를 치고 1루에 가서도 수비를 보는 1루수에게조차 많이 지껄여대곤 했단다. 나중에는 요기 베라가 1루에 가 있는데, 말없이 조용해지자 수비보는 팀에서 공격팀이 작전을 진행중이라는 것을 눈치챌 정도였다고 한다. 야구문외한인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공격측에서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작전을 걸면 관계된 타자, 주자에게 모두 싸인(신호)을 보내 어떤 상황으로 이끌고 갈지 알려줘야 한다. 이때 싸인들은 수비팀에게도 보여지므로 되도록이면 알 수 없도록 복잡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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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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