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첫 출간된 필립 K. 딕(필립 킨드리드 딕. 혹은 PKD)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는 1982년에 나온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원작소설이다.

2004년에 폴라북스에 나온 번역판을 작업한 역자는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원작을 읽어보기를 권하지만, 영화를 몇 번이나 먼저 보고난 후,(비록 오래되긴 했지만) 원작소설을 본 사람으로써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잘 이해하기 위해 원작소설을 읽기보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의도가 뭔지 해석해 보기 위해 읽는 것이 낫다고 본다. 소설과 영화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와 고민을 상당히 다르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옮긴이(번역)는 영화가 필립 K. 딕의 원작세계를 그려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고 암시하고 있다. 

원작소설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이외에도 1963년에 나온 단편 "작고 검은 상자"(The Little Black Box)"가 있다. 필립 K. 딕은 이 단편이 훨씬 분명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작고 검은 상자"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이 감정이입(?) 장치를 통해 공유되는 사람의 감정과 불분명한 현실을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존재가치를 논했다면, 영화는 불안감이 가득한 도시 속에서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안드로이드를 대두시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와 소설은 너무 다른 부분이 많아 마치 한 나무에서 자라난 서로 다른 두 줄기같다. 

책표지

출처 : DAUM 책



평소 SF소설을 읽는 편이 아니라면 불편함이 많이 느낄 수 있겠다.(개인적으로 그랬다. ^^;;)1960년대에 씌여졌기에 더 생뚱맞을 수 있겠지만,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며 읽는다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래된 소설을 굳이 찾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싶어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

소설이나 영화나 주인공은 "릭 데카드"다. 소설에서는 "아이랜"이라는 아내가 있는데, 시작부분에서는 관계가 소원하다가 후반부에서는 상당히 가까워진다. 

미래의 피폐해진 지구에서 안드로이드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데, 이 세계에서는 안드로이드 애완동물들을 가진 것이 부끄러워진 세상이다. 평소에서 실제 동물이나 혹은 곤충이라도 가져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6대의 안드로이드를 퇴역(폐기)시키는 일이 들어온다. 소설은 릭 데커드가 하루동안 6대의 안드로이드를 처리하는 이야기다. 



소설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는 넥서스-6 모델인데, 소설상으로는 릭 데커드와 엮이게(?) 되는"레이철 로즌"과 '닭대가리' J. R. 이지도어가 좋아하는 "프리스 스트래턴"의 외모가 똑같다. 영화에서는 숀 영(레이첼)과 대릴 한나(프리스)로 등장한다. 

소설에서는 릭 데카드가 확실히 '인간'이지만, 영화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요즘은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릭 데카드"가 안드로이드였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진 것 같다. 

소설에서는 "월버 머서"라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종교라든가, 지능이 너무 떨어져 차별대우를 받는 특수인들(J. R. 이지도어같은) 그리고 안드로이드 동물들에 대한 집착(?) 등이 주제의식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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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 The Godfather)를 여러 번 봐왔지만, 마리오 푸조의 소설판을 읽고 난 뒤 영화의 강렬함과 품격(?)때문에 스토리를 너무 간과했다고 생각되서 소설의 스토리를 영화와 비교해 기록해 둔다. 소설은 늘봄출판사에서 2008년에 내놓은 개정판 1쇄이며, 9부 32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스토리는 돈 비토 코를레오네('꼴레오네'라고도 많이 쓰이지지만, 소설에 등장한 표현대로 쓴다.)가문과 뉴욕의 5대 마피아 가문 간의 혈투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5대 패밀리가 똘똘 뭉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르지니 패밀리와 타탈리아 패밀리가 주축이 되어 코를레오네 가문을 쓰러뜨리려 하고, 나머지 패밀리는 코를레오네 가문의 반대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대부 파트1 영화판의 마지막에 죽는 사람들은 이 두 패밀리에 넘어가서 코를레오네 가문을 배신한 자들이거나 이 두 패밀리의 두목들이다. 

터키에 가족을 거느린 솔로조라는 마약상이 매춘업을 하는 타탈리아 패밀리를 꼬드겨 뉴욕에 자리를 잡으려고 코를레오네 패밀리와 협상을 시작하지만, 대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코를레오네 가문에 이어 가장 강력한 세력인 바르지오 가문과 손잡고 코를레오네 패밀리를 밀어내려 한다. 

책표지

출처 : DAUM 책



영화는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딸 콘스탄지아 코를레오네의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소설에서는 이 때 대부와 만나는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전쟁이 끝나자 불법이민자 신세가 되어야 하는 예비 사위를 딸의 합법적인 남편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 제과업자 나조린이다. 이 만남으로 미국의 시민권자가 된 사위는 영화에서 대부가 병원에 있을 때 느닷없이 등장해 마이클 꼴레오네와 함께 병실을 지킨 인물이다.

소설을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장면이 영화 초반에 대부를 만나러 온 '루카 브라시'라는 인물이 솔로조를 술집에서 만나 암살당하는 장면과 코를레오네 가문 중의 한 일원이 차를 타고 갈대숲으로 가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다. 갱스터 무비에서 이런 상황은 뭔가 본격적인 일이 벌어졌구나 싶은 흥미진진한 상황인데, 소설에서의 설명을 알면 더 재밌다. 

무시무시한 암살자인 루카 브라시는 솔로조 패밀리에 은근히 협조하는 척 접근하라는 대부의 비밀지시를 받은 상황이었으나, 솔로조가 이를 알아채고 먼저 죽인 것이다. 갈대숲에서 죽은 코를레오네 조직원은 대부가 총에 맞은 날 갑작스레 출근을 하지 않아 의심을 받아 제거됐다. 


대부의 3남인 마이클 코를레오네(영화에서는 알 파치노 분)은 아버지를 습격한 솔로조와 이에 협조한 경찰서장을 죽이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숨어지낸다. 이때 영화에서 하얀 손수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대부가 총을 맞아 병원에 있을 때, 경찰서장과 맞닥뜨렸을 때 그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때문이다. 나중에 수술을 하지만, 그전까지는 콧물을 자주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 영화에서는 설명이 없어 혹시 무슨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 

마이클이 시칠리아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그곳에서 결혼한 아내가 자동차 폭발로 죽는다. 이 암살시도가 이루어질 때 도망친 시칠리아 청년이 한 명 있는데, 소설의 끝에서는 이 하수인까지 찾아가 죽인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젊은 시절은 대부 파트2에서 영화화되지만, 소설에서는 이미 3부 14챕터에 등장한다. 비토 코를레오네가 미국으로 도망쳐올 때 도와준 아반단도 가족의 아들이 나중에 비토 코를레오네의 콘실리에리(조직의 참모)가 되지만, 이 내용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아직 '대부' 3부작의 나머지는 읽지 못했다.)

영화에서 패밀리들 간의 정전협정(?)이 이뤄지고 난 뒤,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피의 복수를 하기까지는 실제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 사이 마이클은 아버지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아버지처럼 루카 브라시와 비슷한 심복들도 꾸리게 된다. 

소설에서는 시칠리아에서 마이클을 배신한 청년 파브리지오와 비토 코를레오네의 오랜 카포레짐(조직의 중간보스)이었으나 막판에 배신하는 테지오, 여자와 함께 있던 늙은 필립 타탈리아(아마 영화에서는 안마받다가 죽는 캐릭터인듯), 경찰의상을 갖춰입은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조직원(앨버트 네리)에게 저격을 받아 죽는 에밀리오 바르지니, 그리고 비토 코를레오네의 큰아들이자 마이클의 형인 소니(산토니) 코를레오네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콘스탄지아의 남편 카를로 리치가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에서는 워낙 카타르시스가 넘치게 편집한 탓에 무지 많이 죽는 것 같지만, 실상은 5명이다. 물론 그 후 나머지 잔존세력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소설에서도 그런 게 있었다는 정도로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명대사들이 많은데, 그동안 잘 들어보지 못했으나 소설에서 새삼 강렬했던 것을 기록해둔다. 코를레오네 조직원이 파브리지오를 죽일 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준다. 
"파브리지오,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안부를 전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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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저/김석희 역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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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32살에 쓴 존 르 카레(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의 대표작답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1974)의 조지 스마일리가 잠깐씩 등장해 주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는데, 주인공 앨릭 리머스와 영국 첩부부 간의 기가막힌 반전들은 이 책이 왜 첩보소설의 명작에 나란히 설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심리첩보물의 한 전형으로 삼을 수 있을만큼 구성이 뛰어나고,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낼 만큼의 드라마가 들어있다.

 

소설은 독일 지역에서 첩보라인을 지휘하던 주인공 앨리 리머스가 "문트"라는 동독의 실력자에게 무참히 궤멸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남은 요원 하나가 끝내 베를린 장벽을 넘지 못하고 리머스가 보는 앞에서 살해당하고,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컨트롤(관리관)은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며, 그의 복수심을 자극하고 리머스 역시 "문트"를 파괴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모든 일을 감수해가며 공작에 들어간다. 리머스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

 

제목에서부터 내용까지 중의적이면서도 아이러니가 가득한 이 소설은 냉전시대나 당시의 영국을 잘 표현한다고 한다. 전체를 위한 개인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대한 지루한 반복일수도 있겠지만, 개인을 희생시키는 이데올로기 사회가 역사의 주역이었던 시대를 잘 보여준다. 개인이 도구가 되고, 사랑이 도구가 되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감내하지만 끝내 외면하지 못한 한 여인과 마지막을 함께 한다.

 

주인공 앨릭 리머스와 리즈 골드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며, 신념, 불안, 혼란, 갈등이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대충돌과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후반부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훌륭한 솜씨다. 길지 않은 분량에 간결한 전개들 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함축시켜 놓을 수 있구나 하면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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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저/고정아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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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슈뢰딩거의 고양이..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 하드보일드 " 스타일의 소설을 접했다. " 하드보일드 " 의 정확하게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설정과 전개들을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소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 몰타의 매 " 는 1928년을 배경으로 유능한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 ( 샘 스페이드 ) 가 겪은 복잡미묘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하드보일드 소설 장르는 대개 탐정소설이며 범죄, 폭력, 섹스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 몰타의 매 " 에서도 그 장르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시작부터 불쑥불쑥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어 캐릭터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자 최대의 재미다.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과 비교해 보자면,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모습을 표현할 때 감정적인 묘사를 넣어 독자가 눈치챌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드보일드의 특성상 이 소설에서는 담백한 정밀묘사일 때가 많다. 가끔 손이 떨리거나 인상을 쓰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는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 확정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은 없다. 이게 " 몰타의 매 " 가 보여주는 매력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샘 스페이드가 정말 브리지드 오쇼네시를 정말 사랑했을까 의심될 정도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대사를 보면 사랑했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진실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스페이드가 오쇼네시도 다른 캐릭터들처럼 다루고 있다는 가정하에 소설들의 주요 내용을 떠올려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단지 둘이 더 오래 같이 있었기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 건 당연하지만, 스페이드는 각 캐릭터들과 따로 있었을 때는 언제나 자연스레 그들을 위하는 척 하는 일관성을 보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스페이드는 과연 누굴 위해 의뢰를 수행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몰타의 매 " 는 험프리 보가트가 등장한 영화로 먼저 알게 됐다. 오래 전에 재밌게 본 명작영화였는데, 그 재미를 다시 떠올려 보고픈 마음에 읽었다가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느낀 경우다. 영화에서보다 여주인공의 팜므파탈적인 강렬함과 혼돈이 짙게 다가왔다. 그런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다룬 탐정의 냉철함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라는 말이 있다. 상자 안의 고양이가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알 수 없으니 확정할 수 없고, 어떤 상태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게 하드보일드 소설,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재미를 귀뜸해주는 것 같다. 캐릭터의 속내를 끊임없이 추측해야할 뿐 전혀 확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는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는 대실 해밋의 연보와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이 충분히 곁들여져 있어 오래 전의 명작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 


참고로, 1920년대에 " 핑커턴 " 이라는 미국 최대의 탐정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 3:10 투 유마 " ( 2007 ) 라는 웰메이드 서부극에서 악당 밴 웨이드 ( 러셀 크로우 분 ) 가 지긋지긋해하는 단체로 언급했는데, 그때부터 궁금해했었는데 마침내 여기서 지은이인 대밋 해실이 20대 때 입사한 탐정회사란 걸 알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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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만화적인 설정에 간결한 트릭에 맛깔스런 일본식 코미디가 섞인 유머 미스터리 소설이다.

꽤나 부자인 아버지를 둔 허당 가자마쓰리 경부와 그와 같이 다니며 괴롭힘(?)을 당하는 무지막지한 부자의 외동딸 호쇼 레이코와 추리에 능한 그녀의 집사, 이렇게 세 명이 풀어가는 추리퍼즐이다.

가자마쓰리는 헛바람이 잔뜩 든 자뻑 캐릭터답게 이것저것 찝쩍대며 읽는 이로 하여금 추리의 촛점을 흐리도록 만든다. 호쇼 레이코는 이런 가자마쓰리에 대해 비웃거나 분해하면서도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추리력을 보여준다. 읽는 이들이 이 두 콤비의 개그와 사전설명에 익숙해졌을 때 쯤 가게야마 집사가 호쇼 레이코양을 가지고 놀며 퍼즐을 해석해 준다.

출처 : 21세기북스



어딘가에 연재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변형된 레이코와 가게야마에 대한 소개는 반복해서 읽어도 웃음이 난다. 이것말고도 여러 요소들에 금방 익숙해지는데, 대개 이런 반복은 지루함을 낳는데 반해 코믹 추리소설에서는 복잡한 퍼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즉, 읽는 이가 추리에 집중하다 보면 반복의 지루함을 곧잘 잊을 수 있고, 다시 새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어떤 게 나올지 알듯말듯한 상태에서 지은이의 개그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첫 번째 이야기
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두 번째 이야기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세 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여섯 번째 이야기
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요

지은이인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이 소설을 100만부나 팔게되면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최근에 2권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저녁 먹으러가면서 끝나는 여섯 번째 이야기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그후 얘기는 사뭇 궁금하다. 가게야마는 과연 어떤 인물이며, 호쇼 레이코와의 관계는 그 상태로 유지되는 건지, 그리고 가자마쓰리는 언제쯤 정신차리게 될 것인지 알고 싶다.

명쾌한 설명이 장점이면서도 여러 곳에서 허술한 부분이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비싼 옷과 안경테를 두른 호쇼 레이코에 대해 남자민완형사들이 대부분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가난한 형사들이 값비싼 여성 브랜드에 문외한일 것이라는 설정인데, 결정적으로 그녀의 상관인 가자마쓰리가 구멍이다.

그는 재규어를 몰고 다니는 부자이지만, 나르시즘과 허당마인드에 빠져 호쇼레이코가 착용한 값비싼 브랜드를 못 알아보고 있다고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동차 회사의 오너의 자식이면 주변의 누나, 언니, 사촌 외에 맞선자리에 나온 여자들의 옷차림과 눈높이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극단적인 마초가 아닌 다음에는 일단 여성 고급 브랜드를 한번쯤은 눈으로나 수다를 통해 보고 듣게 될터인데, 항상 같이 다니는 부하 여형사의 모습에서 그런 걸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는 건 추리소설의 기본인 논리성에 좀 미달된다고 본다.

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21세기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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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남자분인데, 그럼에도 소설은 여성인 호쇼 레이코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일본 작가들은 만화나 소설이나 여성의 시점에서 서술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 왠지 자연스럽다. 읽는 이가 여자를 너무 몰라서일수도 있겠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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