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신화서적'에 해당하는 글 2건





1,2권을 통해 신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절대반지의 저주에 휩싸인 게르만 영웅들의 이야기와 성배를 찾는 기독교 계열의 기사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평소 성배와 절대반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가끔 접했는데, 이 두 아이템이 선의 아이템과 악의 아이템으로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성배는 인디아나존스 3 편에서 나무잔으로 등장했는데, 여기서는 신기한 돌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효과는 역시 죽은 사람도 살리고, 끊임없이 음식도 제공하는 절대 아이템입니다. 절대반지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능을 갖췄지만, 저주만은 아주 지독합니다. 


북유럽신화.3:욕망하는영웅들의이야기
카테고리 역사/문화 > 신화
지은이 안인희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상세보기
 

이런 신화관련 서적들이 재밌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 중 비슷한 이름이 많고, 각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게 불리기에 헷갈리는 게 짜증나기도 합니다. 지그프리트가 지구르트와 같은 이름이고, 아버지, 할아버지와 같은 이름일 때도 있어 스토리를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고대인들의 이름은 생각밖으로 어이없을 때가 많은데, 고대 로마인들은 자식들이 많아지면 숫자로 이름을 대신 했는데, 섹스투스가 6번째 자식이라는 뜻이랍니다. 아마도.. ^^;;  

서양의 신화이야기들은 시간적으로 혼동스러울 때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현실에 있었던 어떤 사건들을 신화적 인물들의 사건으로 변화시켜 사건의 진위여부보다 담겨진 메시지나 교훈을 남기려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저자들이 여러명인 경우가 많고, 한 저자인 경우에도 과거 얘기들을 조합해 만들었기에 실제 인물인지, 실제 사건인지 등을 가늠해 보려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안인희의 북유럽신화 3권에서는 영웅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절대반지의 저주를 받아 파멸해가는 뵐중가문 ( 영웅 지구르트가 속한 가문 ) 과 기우키 가문 ( 영웅 지구르트와 결혼한 구드룬 ) 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지구르트와 결혼한 여자 이름이 다른 곳에서는 그림힐트라고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그림힐트가 지구르트의 장모 이름으로 나오네요. ^^;; 제가 헷갈렸을 수도 있습니다. ) 

게르만 영웅들의 이야기에 뒤이어 성배를 찾는 파르치팔 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기독교 서적 " 천로역정 " 같은 분위기입니다. 파르치팔 ( 원탁의 기사 퍼시벌 ),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는 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 아발론 연대기 " 에도 나오는데,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안인희 님의 손을 거쳐서인지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 아발론 연대기 " 나 "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 를 보면 중세 기독교가 오지랖넓게 간섭한 게 아닌가 싶은데, 가만 생각해 보면 종교든 과학이든 자신의 논리적인 근거가 세상만사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건 숙명이라고 보여진다. 이런 재해석이 납득할 만하면 존재가치가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독선적인 궤변에 불과해질 것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아르고호의모험
카테고리 역사/문화 > 신화 > 그리스로마신화
지은이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바다출판사, 2005년)
상세보기

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인 제우스의 분노를 테마로 여러 영웅들이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양피를 찾아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 아르고호의 모험 " 이라는 서사시를 김원익이라는 분이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사실상의 내용 정리는 앞부분에 다 되어있고, 원전을 해석, 혹은 번역한 부분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삽화와 발췌 사진들이 볼만하다.

그리스 신화는 여러 판본이 있어서 옮긴이는 " 아르고호의 모험 " 에서 나오는 부분과 다른 판본 사이에 차이점도 꼼꼼이 넣어 오해를 최소화하려고 한 듯 보인다.

글의 수준은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쉽고, 편안하게 씌여있지만, 아무래도 원전의 소재가 미성년자들이 그냥 듣고 넘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으므로 절은 층들은 매우 볼만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고전들은 대부분 그 바탕에 깔린 테마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원전의 테마는 나에게 좀 흥미로웠다. 올림푸스의 지배자인 제우스가 나라 전체의 관습이나 도덕도 담당하는 신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들이 여러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우스에게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다. 곳곳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바람기는 도덕과 상관없는 신의 영역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나라 전체의 도덕과 관습의 신인 제우스가 황금양피를 가져갔던 프릭소스란 인물이 죽자 그리스의 관습대로 땅에 묻히지 못하고, 그 나라 ( 콜키스 ) 의 관습대로 시체가 썩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건에 분노해서 영웅들을 보낸다는 것이 주요 테마다. 좀 생소한 상황인데, 이 책이 씌여진 때가 헬레니즘 시대라는 것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잘은 몰라도 헬레니즘 시대는 그리스 문화가 오리엔트 지방으로 퍼지면서 융합되는 등의 성격을 띠던 시대로 알고 있다.

헬레니즘(문화) - 다음 사전

헬레니즘 - 다음 사전

이런 시대에는 문화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의견이 너무나도 다양한 그리스인들이라면 당연히 글로 남기려 했을 것이다. 그나마 공평하다고 느껴지는 건 책 후반에 그 나라 ( 콜키스 ) 의 왕자가 죽자, 그리스 영웅들이 그리스 방식대로 땅에 묻자 이것에 대해서도 제우스는 화를 내어 영웅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콜키스 사람들은 콜키스 방식대로 나무에 매달아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데, 우선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책같다는 점이다. 본래 가치보다 낮게 평가됐다기 보다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는 것이다. 그리스 문학을 애기하면 제일 먼저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 " 일리아스 " 와 " 오딧세이 " 다. 호메로스(?)라는 인물에 의해 기원전 8세기 경에 씌여졌고, 방대한 분량의 서사시다. " 아르고나우티카 " 혹은 " 아르고나우타이 " 는 B.C. 250 년경이다. ( 기원전 3세기? ) 게다가 지은이인 아폴로니우스는 호메로스와 많이 닮은 서사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작품자체의 독창성이나 완성도보다 헬레니즘 시대를 반영한 부분으로만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또한 스토리 중에 지은이가 개입한 흔적도 발견된 게 흠이면 흠이랄까?

주요 테마로는 제우스의 분노 외에도 메데이아라는 여인에 관한 것을 들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오빠 혹은 남동생을 죽인 여인으로 나오는데, 나중에는 자신의 자식들까지 죽였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고 따로 이 여인을 다룬 책이 있다고 한다. 이 메데이아라는 여인에 대한 평가는 최근(?)에 다시 연구되어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는 데 거기까지 읽을 만한 여력은 없다. 다만, 이런 논쟁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끝내고 싶다. 참고할 만한 건 최근의 노력으로 메데이아라는 여인의 이름에서 메딕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캐릭터다.

끝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말하는 배 아르고, 청동인간 탈로스, 키르케 등등의 만화적인 캐릭터에 대한 것이 재미있다. 요즘 상상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문학적인 측면에서 별 가치는 없어보이고, 이것때문에 원전의 가치가 좀 저평가 받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오래 전 사람들도 그런 상상력을 가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처럼 재미있게 묘사된 건 아니지만, 모험물이라는 장르를 생각해 보면 손색이 없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