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고, 한 주에 6일간 경기가 있다. 월요일 하루를 쉬는데, 이 날은 케이블 TV 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야구경기들을 우연히(!) 방송해 주곤 한다. 바로 프로야구 2부 리그 ( 퓨쳐스 리그 ) 나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이루어진 리틀야구, 그리고 고교야구들 중 한 경기를 아주(!) 우연히(!) 만날 수 있다.

특히 고등학생 이하의 선수들은 곧잘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땀흘리며 뛸때마다 안타까워하고, 기뻐하는 부모님들이나 친구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야구가 아주 즐겁고 드라마틱한 스포츠라는 걸 느끼곤 한다. 부차적으로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1군에서 보여주는 평범한(?) 플레이가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새삼 일깨워준다.

" 굿바이 홈런 " 은 바로 이런 우리나라 고교야구 선수들의 애환과 현실을 잘 그려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고교야구의 인기가 엄청났던 시절이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고교야구에 관한 다큐멘타리가 만들어진 것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첫시도로써는 좋은 결과물을 가져왔다고 본다. 등장인물들의 구수한 솔직함과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현실이 맞부딪치며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출처 : DAUM




영화는 초반에 우리나라 고등학교 야구의 상황을 알려주고, 잠시 원주고등학교 야구부를 쫓아 가며 관련 인물들과 인터뷰한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다큐멘타리이기에 극적인 효과보다는 평범한 사실들만을 중심에 두고 편집하지만, 그들의 엔딩을 마주하는 순간 어느샌가 관객들을 중심을 잃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즐거웠던 꿈에서 깨자 냉정한 현실이 보이고,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 이하 영화 스토리들이 언급되므로 참고 바랍니다. )


출처 : DAUM




풋풋한 청춘들..

야구의 불모지인 강원도 지역의 원주고등학교 야구부의 2009년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영화에서 제일 볼거리는 역시 아이들의 모습이다.

국가대표라도 한번 되보고 싶어 죽어라 연습만 하고 싶은데, 야구부원 전체를 다독여야 하는 주장, 주전경쟁에서는 밀렸지만 그래도 야구가 하고 싶어 학교를 옮긴 선수, 강민호같은 선수가 될꺼라 믿으며 낙천적으로 웃는 어린 선수 등등 알고보면 제각각이지만, 똑같이 못하는 옆동네 강릉고한테는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들만은 똑같다.

아직 철부지인 1,2학년들과 현실이 코앞에 닥친 3학년들의 괴리감에서부터 다른 야구부에서 밀려 이곳으로 오게된 아이들의 속내까지 밖에서 보기에는 모두 평범해 보이는 고교야구선수들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드러낼 때는 하나하나가 조금씩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출처 : DAUM




한 여름밤 꿈처럼 찾아온 승리

남들처럼 훈련받고, 부지런히 운동하고, 이기고 싶어하지만 지는 게 더 자연스러운 청춘들이 2009년에는 대형사고를 쳤다.

언제나처럼 참가하는 고교야구대회마다 일회전 탈락을 밥먹듯 하던 원주고등학교 야구부가 7월에 열렸던 화랑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전국대회 첫승에 이어 제물포 고등학교를 꺾고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다.

경기에 지는 싫어 야구가 점점 멀어지던 선수도, 자식이 뛰는 모습이 보고 싶어 경기장까지 찾아오신 부모님과 학교 관계자들도 다들 기쁨에 넘쳐 얼굴에서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4강에서 개성고와 팽팽하게 맞서다 아쉽게 패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은 한순간에 아이들의 눈빛을 다르게 만든다.

출처 : DAUM





짧은 엔딩과 긴 여운

4강 이후에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영화는 그동안의 승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훈련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졸업생들 중 아무도 프로야구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야구로 대학에 진학한 3 명중 한 명은 야구를 그만두고 학업에 전념한다고 한다. 원주중학교에서 코치로 야구일을 계속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야구를 하던 때보다 더 잘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자격증 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다.

오래도록 애타게 염원하던 승리를 거두고 관중석에 계신 부모님들과 학교관계자들에게 벅찬 가슴으로 인사하던 고교야구선수들의 졸업 후 모습이 이렇게 대비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아마 어린 시절에 야구부를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것들이 많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출처 : DAUM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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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야구영화의 수작이다.
다소 감상적인 연출이나 편집이 아쉽긴 하지만 그밖에는 모두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영화.


이 영화의 매력은 단연 패배자를 감싸안아주는 따뜻한 시선과 옛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본다. 거기에 실존인물인 " 감사용 " 이라는 아주 좋은 소재와 적절한 유머가 맛을 더한다.

그밖에도 영화는 영화 바깥에서도 많은 미덕을 보여주는데, 우선 영화감독이 원년 OB 의 팬임에도 ( 영화에서는 감사용이 넘어야 할 거대산 산이었다. ) 당시 투수로써 보잘 것 없었던 감사용이란 분을 눈여겨 보다가 6년동안 찾아뵈면서 영화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다. 감사용 씨는 정성에 감동해 승락했다고 한다.

박철순_감사용_20110917_01

출처 : DAUM 영화



영화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시작인 82년에 사회인야구 출신이셨던 " 감사용 " 이란 분이 전설적인(?) 구단인 " 삼미 슈퍼스타즈 " 에 입단해서 패전처리, 중간계투를 도맡아 하다가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였던 " 박철순 " 선수와 멋진 한판을 벌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슈퍼스타감사용_20110917_02

출처 : DAUM 영화



원년부터 야구팬이었던 분들이라면 정말 " 삼미 슈퍼스타즈 " 는 엽기적으로 전설적인 구단일 것이다. 그 짧은 생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분들에게 잊혀지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도 " 삼미 슈퍼스타즈 " 는 우리나라 야구사에 각종 황당한 기록은 다 가지고 있고, 지금에는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 이라는 재밌는 소설, " 장명부 " 라는 희대의 투수 전설, 그리고 " 슈퍼스타 감사용 " 이라는 훈훈한 영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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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영화는 의외로 디테일이 많이 살아있다. 1982년 당시 모습들을 정말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 어린 시절이라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 ) 공장, 하숙집, 가정집 할 것 없이 옛 생각을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버스안내양의 " 오라이~ " 소리가 좀 작아서 아쉽긴 했어도 종이봉지에 담아주는 쥐포, 공중전화기, 택시미터기 등등 새록새록 머리 속의 먼지가 털어내고 반짝이는 뭔가를 다시금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사회인 야구선수로 있다가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단지 팀에 왼손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발탁되어 느린 공으로도 꾸준한 모습으로 저렴한 커리어를 쌓아갔던 서민 투수의 인생을 재조명해 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마음 속의 슈퍼스타를 떠올려 보게 해준다.

슈퍼스타감사용_20110917_04

출처 : DAUM 영화



우리가 바라봐야 할 슈퍼스타가 언제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곳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끝 무렵에 글러브를 때리며 분해하는 감사용의 모습에서 정말 감동 먹었다.

덧붙이기 : 배우 캐스팅은 적절해 보였다. 공유는 멋있게 나오고, 윤진서는 이쁘게 나오고, 이범수는 순수하고 성실하게 나온다. 그런데 어째 연기력들이 좀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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