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서 X ( 찰스 자비에, 제임스 맥어보이 분 ) 의 엑스맨들과 매그니토 ( 에릭 랜셔, 마이클 패스밴더 분 ) 의 브라더후드 사이에 벌어질 끝없는 전쟁의 서막을 제대로 보여주는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다.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몇 퍼센트 부족했던 엑스맨 시리즈들 ( 엑스맨 1, 2, 3 과 엑스맨 탄생 : 울버린 ) 의 장점들을 모아 새로우면서도 슈퍼히어로들의 고뇌를 살려낸 웰메이드 슈퍼히어로물이다. 영화 시작에서부터 적절한 곳마다 주요 아이템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엑스맨의 설정들을 확인시켜주면서도 뮤턴트들의 고민을 좀더 분명히 드러내면서 이전에 부족했던 드라마적인 요소도 부각시켰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단체사진_2011.06.12_01

출처 : 다음영화



주요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매력있게 다가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프로페서 X 역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밴더, 미스틱 역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절대악당 세바스찬 쇼 역을 맡은 케빈 베이컨 등이 눈에 띈다. 그밖의 조연들도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보여진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이미 " 원티드 " 나 그밖의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 에서도 프로페서 X 와 정말 잘 어울렸다.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마이클 패스밴더나 케빈 베이컨은 독일어, 프랑스어(?) 등의 언어를 구사했는데, 잘 한건지 궁금할 뿐이다. 그래도 다른 연기는 오버하지 않고 만화 캐릭터를 따온 역에 걸맞게 적절하게 잘 표현해 줬다.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처음에 좀 서툴러 보이는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많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미스틱의 갈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꽤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원작에서도 미스틱은 굉장히 비중있는 역할이라고 들었다.

전체적으로 오락성과 내용을 충실하게 채워줬서인지 프로페서 X 와 매그니토가 가지는 각자의 가치관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매그니토의 모습이 더 설득력있게 그려진다는 게 문제다. --;;




매그니토는 유태인으로 1944년 독일의 유태인 학살 속에서 어머니를 잃은 후 인간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 왜 독일 나치가 아닌 인간 전체인지는 의문이다. ) 그 후 어머니를 죽인 세바스찬 쇼를 죽이기 위한 여정 속에서 인간들이 뮤턴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하고 뮤턴트를 모아 인류와의 전쟁을 준비한다.

영화 속에서 인간들은 매그니토의 예언처럼 뮤턴트를 배신하고 공격하게 되는데, 상황파악을 못해서라는 변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눈 앞에 있는 핵무기를 없애줬음에도 낯선 존재들을 파악해 보려는 노력보다 위험해 보이니 일단 죽이고 보려 한다. 영화 속에서 거슬리는 부분이긴 했는데 서로 전쟁을 코앞에 뒀던 미국과 소련이 뮤턴트들이 나타나자마자 힘을 합쳐 미사일을 쏘는 건 좀 웃기기까지 하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며,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한다면 심정적으로는 당연히 각오하고 싸우지 않을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매그니토가 어떻게 세바스찬 쇼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는지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지만, 세바스찬 쇼에 의해 훈련되는 과정에서 인간이 매그니토를 실험실의 동물 다루듯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고, 그런 경험이 결국 인간과 뮤턴트는 다르며, 인간은 뮤턴트를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취급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매그니토가 인간에게 증오를 품는 과정은 그나마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프로페서 X 가 인간을 옹호하는 이유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왜 뮤턴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소수자로써의 뮤턴트를 억압하는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살려는 것일까? 슈퍼맨처럼 먼 행성에서 혼자 왔기 때문에 소속감을 느끼려 한다고 보기에는 뮤턴트들이 꽤 존재하고 있어 무리가 있어 보인다. ( 굳이 막연한 다수의 인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 보다는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소수의 뮤턴트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게 훨씬 감정적으로 포근하지 않나 싶다. ) 그렇다면 그의 특성처럼 막연한 책임감과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인간의 편에 선다고 보기에는 좀 비인간(?)적이다. 게다가 프로페서 X 의 능력은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 특기인데, 미스틱과 함께 자라면서 착한 성품으로 인해 미스틱의 마음을 읽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고 이 약속을 충실히 지킨 결과, 마지막에는 미스틱을 매그니토에게 보낼 수 밖에 없게 된다. 프로페서 X 는 이래저래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왜 인간의 편에 서려는 것일까? 그를 따르는 엑스맨들의 동기 역시 세바스찬 쇼를 죽일 때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 이후로는 순전히 프로페서 X 의 따뜻한 성품 외에는 없어 보인다. 자신들에게 미사일을 날리는 인간을 위해 매그니토와 싸워야 한다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는 동기로는 부족해 보인다.



곰곰이 프로페서 X 와 매그니토 사이의 갈등요소를 생각해 보면 결국 뮤턴트들을 인간으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그나마 나아보인다. 프로페서 X 는 뮤턴트를 인간으로 보고 인간사회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이고, 매그니토는 뮤턴트를 인간보다 진화한 새로운 존재로 간주하고, 뮤턴트들을 확실하게 우선시한다. 영화 속에서와 같은 능력을 가진 뮤턴트들이라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 속의 능력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모습으로 보자면 프로페서 X 의 방법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생각해 볼 건 진화론에 대한 부분인데, 천천히 생각해 볼 예정이다.

덧붙이기 : 해외사이트에서는 이 영화의 옥의 티로 마지막 해변 전투씬에서 매그니토 혼자만 바닷바람에 머리가 날리고 다른 뮤턴트들은 머리가 날리지 않는 장면을 꼽았는데, 확인하질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전투씬에서 비스트가 아자젤에게 무지하게 뚜드려맞고 있을 때 미스틱이 세바스찬 쇼의 모습으로 아자젤을 속이는 장면이 이상하다. 세바스찬 쇼와 미스틱이 만난 장면에 대한 기억이 없다. --;; 아마 내가 맞다면 미스틱은 해당 인물을 보지 않고도 똑같이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이어야 할 텐데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사진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사전에 그 인물을 알고 있어야 가능한 능력이다. 혹시 앞으로 이 영화를 볼 분들은 이 의문을 좀 확인해 줬으면 한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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