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다, 스토리가 어렵다 등등의 말많았던 영화를 드디어 직접 확인했다.

기나긴 시간동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졸음이 와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자세로 관람한 후 떠오른 생각..
 ' 왜 욕하는 사람이 많은 거지? 뭐가 문제야? '


전체적으로 딱히 잘못 만들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닐 것 같기는 했다. 그렇다고 영화를 그지같이 만들었다거나 나홍진표 영화는 접겠다는 건 좀 너무한 평가다.

화질이나 음향도 괜찮았고, 스릴러다운 긴박감도 넘쳤으며, 거친 액션들 속에서도 허무의 드라마는 감춰지지 않았다. 단지 우리나라 대다수의 영화팬들이 즐기기에는 잔인한 장면이 많았고, 관객이 원하는 해피엔딩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감독이 드러내고 싶은 드라마를 꾸역꾸역 쏟아낸게 외면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황해
감독 나홍진 (2010 / 한국)
출연 하정우,김윤석,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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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 " 를 보면서 떠오른 고전영화가 있었다. 
 ' 가르시아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 '

가르시아
감독 샘 페킨파 (1974 / 멕시코,미국)
출연 워렌 오테스,이젤라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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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샘 페킨파라는 감독님이란 분이 계셨다. 오우삼과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적 스승이셨고, 폭력미학의 창시자셨다. 영화 몇 편을 눈동냥했는데, 그 중에서 ' 와일드 번치 ' 와 ' 가르시아의 머리를 내게 가져와라 ' 라는 영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샘 페킨파 인물소개 ( DAUM )

원제가 ' 가르시아 ' 인지 아니면 수입과정에서 영화제목이 혼선을 빚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봤을 때는 ' 가르시아의 머리를 가져와라 ' 였다. ' 가져다 다오 ' 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제목조차 엽기적이었던 이 영화는 내용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거친 서부에서 빠를 운영하던 주인공이 애인과 행복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지만, 애인은 죽고 자신은 처참한 폭력을 맛보게 된다. 그후, 자신에게 ' 가르시아 ' 의 머리를 가져오게 했던 이를 찾아가 왜 ' 가르시아 ' 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시켰는지 답을 찾기 위한 피비린내나는 여정을 시작한다. 결국, 멕시코 갑부 집을 홀로 찾아간 주인공은 갑부의 딸을 임신시킨 인물이 ' 가르시아 ' 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단순히 재력가의 분노로 인해 망가져 버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울분을 터뜨리는 것이 엔딩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이 진짜 하나씩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잔인하게 복수해가면서 망가져 갔던 모습에서 비장미를 느꼈다.


출처 : 다음영화



나홍진 감독이 이 영화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 황해 " 를 통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크게 택시운전수, 살인자, 황해 정도의 챕터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 영화가 워낙 길다. 양해를.. ^^;; ) 앞부분은 야생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살인자 챕터까지가 주인공에게 집중된 시간이었는데, 주인공인 구남이 마누라를 떠올릴 때 성적인 묘사가 등장하는 건 그의 정신적인 미숙함과 본능적인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후반부에 아내의 모습을 떠올릴 때는 기차역에서 참한 모습으로 떠나던 모습을 회상하는 건 이와 쌍을 이루며 구남이 고된 여행 속에서 성숙해졌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초반에 주인공을 많이 묘사했던 이유는 조선족의 이미지, 가장의 이미지, 날것으로써의 수컷 등등을 함축적으로 넣어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중반에 벌어지는 영화 속 최초의 살인을 그가 저지르지 않고 덤터기를 쓰게 되면서부터 그의 고난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는 죽은 사람의 엄지손가락을 영화 내내 가지고 다닌다. 이는 ' 가르시아 ' 에서도 비슷한데, ' 가르시아 ' 의 주인공은 ' 가르시아 ' 를 죽이지 않고도 그의 머리를 영화 내내 들고 다닌다. 물론 둘의 결론은 다르지만, 설정에서는 비슷한 부분들이 꽤 있다.

영화 속 스토리의 시작은 결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치정들의 문제였고, 그로 인해 온갖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벌어지고,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삶을 파괴한다. 살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던 이들은 모두 허무하게 죽어간다.


출처 : 다음영화



주인공 구남은 결국 황해에서 죽기 위해 말도 안되는 상황들 속에서도 살아나 영화를 끌고 간다. 주연급인 면가 ( 김윤석분 ) 역시 자기 터를 떠나 한국에 와서 죽지만, 끝내 야수의 모습이다. 이 둘의 대비도 살펴볼 만 하다.

출처 : 다음 영화



정리도 안될 만큼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영화가 길어진 건 주인공의 구원을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폭력 속에 가려졌던 드라마들을 모두 끝내고 싶어하는 감독의 고집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가 황해에서 죽은 이유는 고향을 코앞에 둔 애절함을 더 잘 표현하고픈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결국 주인공조차 용서받지 못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황해에서 조용히 바다에 버려지는 그를 보며 삶이라는 건 지극히 초라한 발버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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