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던 게리 올드만 주연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재밌게 봤거나,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 후속작이면서도 존 르 카레의 일명 "카를라(Karla)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카를라 3부작"은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The Honourable Schoolboy" 그리고 "스마일리의 사람들"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존 르 카레의 작품들 중 단연 인기가 많으며 스파이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두 번째 작품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스마일리의 사람들"(Smiley's People)은 1979년 처음 나왔으며, 2000년에 개정된 것을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2013년에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알에이치코리아는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새 이름이라고 한다.) 1970년대 작품이라 현재의 첨단 스파이 소설이나 첩보영화들과는 주변 환경이 아주 다를 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분위기도 상당히 암울하면서 하드보일드하다. 

표지

출처 : YES24



존 르 카레는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늙은 스파이에게 바치는 진혼곡(Requiem)으로 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이때문에 그의 이전 작품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접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대개의 시리즈들에서처럼 사랑받았거나 관심있었던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그런 부분들이다. 제목에서처럼 조지 스마일리와 함께 고통과 환멸과 배신이 난무했던 시절을 버텨왔던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마지막 인사를 나누듯이 등장한다. 

요즘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 혹은 테크노 첩보소설들에 비하면 사실 크게 복잡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터넷,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모든 것을 손으로 작성하고, 아날로그 도청기를 사용하던 시절에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스파이 요원으로써 살아갔던 이들의 감성과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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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서처럼 조직 내의 이중첩자를 찾기 위한 긴박한 전개는 없지만, 존 르 카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조지 스마일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서사적인 결말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액션도 없고, 반전도 없는 오래된 스파이소설이지만, 끝끝내 적을 추적해 상황을 마무리 짓는 늙은 요원의 퇴장에 다른 미사여구는 필요하지 않았다. 

"선배가 이겼습니다." 자동차를 향해 걸으며 길럼이 불쑥 내뱉었다.
"그래? 아,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스마일리가 대답했따. 
<끝>
- 스마일리의 사람들. 449쪽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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