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영화소재로 잘 등장하지 않는 성인 남성들의 " 우정 " 에 대해 코믹하게 표현한 영화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장애인과 빈민층이라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배경에 깔고, 모든 환경과 취향이 양극단인 두 인물이 묘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인도 영화 " 세 얼간이 " 에 비해서는 코메디가 다소 덜한 편이지만, 억지스런 면이 덜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독일 영화 "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 " 와 미국 영화 " 버킷 리스트 " 의 언저리 쯤에 가깝다. 은근한 감동을 바탕에 깔고, 유쾌하게 만나간다.

영화는 제법 볼만하게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극장가에 어느 정도 몰린 후에 못 본 사람들이 꾸준히 한가한 시간에 자주 찾게 된다.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든 즐길 수 있고, 대개 한가해서 영화보려고 검색해 보니 수작이었네 하는 정도로 예상된다. 아예 3D나 블럭 버스터는 극장에서, 그밖의 영화는 집에서 보는 영화관람 패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출처 : DAUM 영화

 


그밖에도 이 영화는 음악이 괜찮다. imdb 의 영어 댓글 중에 음악이 괜찮다고 하는 얘길 보고 가서 아마 잘 만들어졌지만 매니악한 음악이 등장하나보다 하고 오해하고 갔는데, 의외로 귀에 쏙 들어와 즐거웠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이 반반 정도 차지했는데, 클래식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적인 곡이고, 현대음악은 쉽게 흥얼거릴 만큼 경쾌하고 편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코미디씬이 벌어지는 장면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 

저변에 사회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져 풍미를 더한다. 프랑스도 주차문제, 애들 문제가 꽤나 전통의 골치거리로 알고 있다. 히틀러, 부쉬에 대한 비꼬기도 살짝 뿌려줬다. 
 


( 이하 스포일러 등장 ) 


제일 집중할 건 역시 두 주인공이다. 필립 ( 프랑수아 클뤼제 분 ) 은 품위가 넘치는 백만장자인데, 전신마비로 살아가고 있고, 드리스 ( 오마르 사이 분 ) 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신체만은 과도하게 건강하고 정신상태도 과도하게 솔직하다. 이 둘은 필립이 개인도우미를 뽑는 과정에서부터 엮이게 되는데, 필립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드리스를 선택한다. 


이 부분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면접장면에서 웃기지도 않는 지원자들을 몇 명이나 등장시키는데,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며 코미디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장면을 왜 이리 많이 넣었나 싶었다. 필립은 면접관 뒤에서 정말 무료해하고, 외면하며 딴청을 피운다. 이런 모습이 필립이 평소에 어떤 불만이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드리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반증한다. 물론, 나중에 필립의 대사에 직접 등장은 하지만, 앞장면에 이런 묘사가 없었다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보통 면접 장면은 영화에서 여러 의도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모습을 필립의 심정과 같이 드러내는 효과를 준다. 말은 장애인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허위의식이라는 걸 비꼬고 있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의 원제인 " intouchables " 는 그래서 두 주인공 모두를 가리키는 의미로 이해된다. 드리스는 가난한 사회의 밑바닥 사람으로 사람들이 전혀 터치(?)하고 싶지 않은 기피인물이고, 필립은 사람들이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터치(?)해 주려는 척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터치 ( 터치는 괴롭힌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리하고 애정어린 접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 후자의 의미로 사용됐다. ) 받지 못하는 두 인물의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영화의 구성이나 편집은 담백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답게 심플하다. 사실상 도입부의 장면이 영화 전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면 필립의 차 안에서 지친 필립의 모습과 초조한 듯 운전대를 잡고 있는 드리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밤거리에서 차를 몰고 나와 길이 막히자 거침없는 드리스는 과감하게 샛길로 빠져 과속을 시작한다. 곧 경찰차들이 쫓아오고 드리스는 낭패감을 느끼지만 헤쳐 나가보려고 발버둥친다.

경찰들에 둘러쌓여 위기를 맞게 되지만, 필립의 기지로 둘은 경찰차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되지만, 경찰차가 사라지자 필립이 묻는다. " 우리 이제 어떻하지? " 드리스는 말한다. " 나만 믿어봐요 " ( 실제 대사는 다르지만, 대강 이런 의미입니다. ^^;; ) 

영화 끝에 드리스를 믿은 필립은 삶이 바뀐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 전체도 이와 같다. 드리스는 마음은 순수하지만, 대책없이 설치고 보며, 항상 현실의 막막함에 초조해 한다. 필립은 겉으로는 부자의 일상을 살고 있지만, 속내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마음은 이미 무미건조한 상태다. 이때 자신의 차를 드리스에게 맡긴 것처럼 자신의 생활을 드리스가 주도하도록 내버려두니 흥미진진한 일로 가득해진다. 물론 드리스는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지만, 필립이 적절한 때에 도움이 되고, 둘은 적당히 티격태격한다. 

드리스가 영화 초반 운전 중에 내기 얘기를 자꾸 하는 건 필립으로부터 배운 것이고, 필립이 응급환자 흉내를 내는 건 드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임기응변이다. 

둘은 이 긴박한 상황에서 관객이 모르게 자꾸 서로를 보며 웃는데, 결국 이런 서로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할 정도의 우정이 어떻게 쌓여가게 됐나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프닝에서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화면이 작아지거나 분할되면서 등장인물들과 제작진의 크레딧이 화면 바깥쪽에 등장하는데, 이런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다. 요즘 영화들은 크레딧이 영화장면의 소품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훨씬 임펙트있게 드러내지만, 화면 바깥쪽으로 자리잡게 하는 건 영화 초창기나 예전 그림만화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가 오래됐지만 소중한 것이라는 표현으로 여겨진다. 화면에는 속도감있게 보여주는 건 주제 자체가 새롭진 않지만, 표현만은 경쾌하게 하겠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나오는 음악도 아주 괜찮다. ( 이쯤에서 말하자면 철저하게 관람한 이가 마음대로 해석한 것이며, 감독이 실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 아주 많~~~~~~~~~~~~~~은 양해 바랍니다. )

아쉬운 건 오프닝 부분을 영화 후반부에 그 시점이 어느 때쯤인지 굳이 화면에 대부분 다시 넣는데, 이 부분은 좀 어설퍼 보인다. 물론 오프닝 시간만큼 다 넣는 것은 아니고, 짧게 뛰어넘어가며 보여주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이미 수염이 자란 부분이나 응급실 쪽에 가는 걸 앞부분과 다르게 표현해서 보여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드리스에게 호감을 가질 것이다. 일단 빈민층으로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유쾌하다. 물론, 필립은 팔다리가 없다는 둥 하며 철모르는 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세상을 다 자신의 유머가 통하고 자기중심으로 돌아갈처럼 행동하지만, 필립의 비서 ( 마갈리 ) 가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쑥쓰러워하기도 한다. 이때 이본느 ( 필립의 여집사 ) 와 살짝 포옹하며 터치(?)하는 장면이 꽤 눈에 들어온다. 

출처 : DAUM 영화

 


이런 드리스는 어설픈 마초정신이 있어 남자로써 하기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처럼 떼를 쓸 때가 많지만, 결국에는 다 겪고(?) 만다. 드리스는 결국 시켜서 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성숙해 가고, 집안의 사건사고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필립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인지라 마냥 당하게 된다. 변태가 아님에도 당하면서 즐기는 데 익숙해지고, 장애가 자신의 삶을 방해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영화는 " 어? 여기서 끝나나 " 싶은데 갑자기 끝나 버린다. 왜냐하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들이 실존해 계속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정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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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에서 리뷰어로 선정되어 화요일에 관람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영화 보기 전에 정보를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프랑스 영화니까.. ㅋㅋㅋ ( 한국, 미국, 일본, 홍콩, 중국, 영국 영화를 제외한 나라의 영화들은 사전 정보 없이 갔다가 낭패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 

영화 평점은 N포탈, D포탈보다 imdb 쪽을 더 신뢰하는데, 현재 13,511 명으로부터 8.4 점을 받았다. 아주 좋은 점수다. 기대가 된다는.. 

우리나라 홍보내용에는 잘 안 보였는데, imdb 쪽에서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화 마케팅에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 라는 말에 사족을 못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왠일인지 뒤로 숨겼거나 빼먹었다. 뭔 이유가 있어서인지 궁금하다. 

인터쳐블_표지

출처 : DAUM 영화

 


원제인 " Intouchables " 란 단어를 D포탈 영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어 구글번역기에 넣어보니 프랑스어를 한글로 번역했다며 " 인도의 불가촉천민 " 으로 나왔다. 인도의 힌두교의 신분계층에서 제일 하층민이며, 가장 신분변화가 없는 집단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견고해서 건드릴 수 없다는 Untouchable 이 아니라 더럽고 가까이 하기 싫어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에 가까운 듯 보인다.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네리, 로버트 드 니로 가 나왔던 " 언터쳐블 " 과는 의미가 달랐어야 되지 않나 싶다. 정리하면 영화 제목이 이상하다는 얘기. 

http://www.imdb.com/title/tt1675434/ 

http://en.wikipedia.org/wiki/Intouchables 

http://ko.wikipedia.org/wiki/%EB%B6%88%EA%B0%80%EC%B4%89%EC%B2%9C%EB%AF%BC 

위드블로그 영화 캠페인은 대개 10 명 안팎으로 뽑는데, 이번에는 50면 ( 100 매 ) 를 선정했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 흥행성을 보장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프랑스 영화니 일단 많이 보여주면 금방 입소문을 탈 것으로 확신하는 전략으로 추측된다. 개인적으로 잘 수립한 전략으로 생각되는데, 얼마 전 인도 영화 " 세 얼간이 " 를 통해 느꼈던 영화 마케팅에 대한 소견이다.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서 간만에 등장한 남자들의 우정인데, 버디 무비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겟다. 두 주인공 모두 처음 보지만,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본 모습은 호감가는 스타일이다. 트레일러에 등장한 화면빨도 따뜻해 보여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만 빼면 이래저래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다. 부산스런 프랑스 코미디도 아닌 게 분명해 보이고, 신파극은 더더욱 아닐 듯 싶도, 소재도 간만에 등장하는 거라 질리지 않을 것 같다. 

필요한 정보를 대강 흝었으니 이제 잊기로 하고, 내일 텅빈 상태로 관람을 기대해 본다. ㅋㅋㅋ
뭔가를 머리 속에 넣고 영화 보면 정말 재미없다. 그런데 읽고 나서 잊고 지내다 영화를 보면 묘하게 필요한 순간에 떠오른다. 자기암시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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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 만화, 미드 같은 것들을 꽤나 보아온 터라 가끔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영화를 볼 때 몇 가지 고려해 보는 것들이 있다. 꼭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영화를 보고 시간낭비, 돈낭비하는 후회막급한 일을 저질러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위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습관화된 것들이다.


엄청난 기대보다는 느긋한 기다림

그지같은 영화에 오고가는 차시간, 영화보는 시간과 간식비용까지 흘려버리고 나면 인생이 참 퍽퍽한 느낌이다. 최악의 경우, 주변 사람들 것까지 덤으로 시궁창에 쳐박은 때라면  세상에 증오(?)라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곤 한다.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 다행이 그런 사태는 오래 전 사건들로 정리됐지만 언제 다시 체험하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천천히 영화 고르는 습관을 길들여 왔다.

쓰잘데기없이 부풀어 버린 기대감으로 영화를 보고 쌍코피를 흘리느니 실패확률이 적은 영화를 자주 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자주 보게 되면 영화를 즐기는 방법도 늘어나고, 비교적 더 많은 그 영화의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영화는 언제나 기다려준다.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지뢰만 밟지 않으면 된다. 


개인적인 취향과 접근 방법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접하지만, 믿는 편은 아니다. 알바성 댓글, 허영투성이의 광고 카피는 광고카피로만 봐준다.
느닷없는 영화가 등장해 엄청난 흥행을 했다고 하는 경우 일단 주의한다. 이런 영화는 언제나 기다려줘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imdb, 구글을 통해 출처를 천천히 찾아보거나 신뢰할 만한 영화잡지, 영화기자 혹은 영화 블로그에 정보가 올라왔는지 살펴본다. 취향에 맞는지, 감상포인트는 무엇인지 그밖에 영화 외적으로 살펴봐야 할 요소들이 있는지 점검해 본다. 

제일 중요한 요소는 역시 감독이다. 실제 영화는 감독과의 대화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영화를 판단할 때, 그 감독의 전작들을 알고 있으면 고르기 쉬워진다. 화면빨, 스타일이 대개 비슷하다. 가끔 확 발전하거나 퇴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퇴보했을 때 조차도 좋아하던 흔적들은 묻어난다. 물론 실망이지만서도.. 

영화잡지, 기사, 블로그를 살펴볼 때는 감상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다. 가끔 좋은 영화인데 감을 잡지 못했거나 감상포인트를 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가 있다. 의상, 음악, 시대적 상황을 인식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전혀 준비가 안된 경우 다시 봐야 하나 싶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

편견이긴 하지만 " 웰메이드 " 란 말에 현혹되곤 한다. " 초흥행작 ", " 블럭버스터 " 란 단어는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 저평가 ", " 매니악 ", " 웰메이드 " 란 단어가 들어간 영화치고 화면이 허술한 경우는 별로 보질 못했다. 물론 아둔한 마케팅 방법으로 인해 " 웰메이드 " 란 단어가 고생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트레일러만 봐도 대강 감이 온다. 

공포 장르, 여성 영화나 기타 엽기적인 것들을 빼고는 대부분 보는 편이라 굳이 취향에 어려움은 없다. 간혹 홍콩 영화가 지겨워질 때도 있고, 예술영화가 답답해져서 외면하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봐두곤 한다. 편식은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취향 못지 않게 영화를 제대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몸도 피곤하고, 머리도 복잡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경우에는 일단 화면이 화려하고 액션이 박진감 넘치는지를 살펴보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활기찬데, 뭔가 허하다면 감상포인트가 확실한 영화들을 기억해 뒀다가 찾아보는 편이다. 

 



영화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ㅋㅋㅋ

좋은 영화를 찾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그 기준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영화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변하기에 영화도 변하게 된다. 빛을 더하는 경우도 있고, 퇴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때에 만나게 되면 좋은 추억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 보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준비도 하고 있어야 하고, 되도록이면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으며, 깨어있는 눈빛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즐기지 못한 부분들까지 찾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명작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온통 비판하는 영화에서도 맘에 드는 이유를 수없이 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엿보게 된다. 감독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와는 별 상관없이 감독에게 들려줄 독특한 얘기들일 것이다. 영화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함께 감독과 관객의 대화가 같이 들어있다. 

누구와 대화할 지를 고르는 것 못지 않게 얘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만 확인한다면 절반은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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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음모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터폴 형사의 고뇌를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다분히 고전 스릴러 영화들인 " 콘돌 ( Three Days Of The Condor. 1975 )  " 과 " 암살단 ( The Parallax View. 1974 ) 를 연상시키는데, 앞의 영화들에 비해 화면구성이나 액션면에서 발전한 모습이다.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 루이스 셀린저 " 는 요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뛰어난 능력자도 아니고,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처럼 위기상황에서 번뜩이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인터폴 형사답게 범죄의 흔적을 추적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다. 주인공을 비교적(?) 평범하고 실제적인 모습을 갖추게 한 것이 리얼리티적인 요소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에서 악의 축인 무기거래, 은행 비리를 더 부각시키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인공의 내적갈등을 표현하는 데는 좀 서툴렀다고 본다. 사실 주인공의 심리보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사건들과 정황들이 더 영화에서 메인테마인 듯 싶다. 

" 인터내셔널 " 의 장점은 냉전시대에서나 봤을 법한 스릴러가 장점이다. 어제의 적이 순간 아군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문제가 풀리는 듯 보이다가도 꽉 막혀버리는 느낌,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내부의 압박 등이 영화 내내 어두운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내는 영화가 오랜만이긴 하다. 

http://www.imdb.com/title/tt0963178/  

그럼에도 너무 불친절하게 빠른 전개와 캐릭터 간의 갈등이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웬만큼 준비된 관객이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나오미 왓츠는 주인공 중 한명인지 아니면 그냥 조연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분량상으로는 주인공인 듯 한데, 너무 평범하다. 클라이브 오웬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훌륭한 동료였다가 막판에 클라이브 오웬의 단호한 결정으로 한발 물러서게 되는데, 그걸로 존재감이 없어져 버렸다. 싸움의 룰을 바꿔 버린 클라이브 오웬과 바뀌어 버린 룰로부터 보호받은 나오미 와츠가 대비되려면 추가적인 장면들이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한다. 그 뒤로 나오미 와츠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클라이브 오웬의 전진을 위한 버팀목들 중 하나로 끝나 버린다. 

제작비가 5천만 달러나 들었다고 한다. 수익이 2천5백만 달러였으니 반토막 난 영화고, 두 주인공의 티켓파워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아마 영화셋트로써 건축물들을 지었거나 빌린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영화 중간 어떤 건물 안에서의 대규모 총격씬과 여러 유럽의 멋진 건물 모습들이 그 값을 하긴 한다. 화면빨도 공을 상당히 많이 들였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인터내셔널
감독 톰 티크베어 (2009 / 독일,미국,영국)
출연 클라이브 오웬,나오미 왓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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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 imdb 에서보다 우리나라 포털에서 평점을 후하게 줬다. 본 사람들이 모든 자세한 설정을 한눈에 꿰뚫을 정도로 스릴러 매니아들인지, 아니면 영화 전체적인 모습에서 간과할 부분은 충분히 넘어가 준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 인터내셔널 " 을 볼 때 애써 자세한 줄거리나 설정을 확인하려 한다면 이 영화의 장점을 즐기기 어렵다. 

국제암흑사회에서는 언제든 적과 아군이 뒤바뀔 수 있고, 최우선이 생존, 그다음이 돈이다. 은행이든 군산복합체든 저마다 잇속이 있고, 몇몇 사람의 희생에는 눈깜짝하지 않는다. 주인공보다 압도적인 존재감들이다. 관객은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 국제사회의 어두운 면을 엿볼 뿐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화면빨은 아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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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님께서 드디어 신작으로 발표하셨다.
" 말죽거리 잔혹사 " 와 " 비열한 거리 " 를 좋아했기에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어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자니 아주 오래 전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1982년에 나온 " 마견 (White Dog ) " 이다. 벌써 30년 가까이 된 영화인데, 어릴 적 TV 에서 본 충격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과연 " 하울링 " 이 " 마견 "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갸웃거림이 생겨 버렸다. ㅡㅡ;; 

마견
감독 사무엘 풀러 (1982 / 미국)
출연 크리스티 맥니콜,폴 윈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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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링
감독 유하 (2011 / 한국)
출연 송강호,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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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어릴 때, " 벤지 " 를 비롯해 " 에이트 빌로우 " 까지 다양한 얘기로 영화화 됐는데, 그 중 " 마견 " 은 참 독특하면서도 메시지가 강렬했던 작품이다. " 하울링 " 과의 연관성은 개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과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 스릴러물이라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 마견 " 의 스토리는 어떤 소녀가 우연히 다친 개를 데려다 치료해줬는데, 이눔의 개가 흑인만 보면 미친듯이 공격하는 거다. 개조련사 등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이 사실을 발견하고, 개의 습성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당근 이런 부분에서 인종차별이나 무력 혹은 폭력에 대한 경고들이 담겨진다.

오랜 고생 끝에 개가 더 이상 흑인을 공격하게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조련사는 마지막 시험으로 흑인과 백인을 나란히 세워두고 개를 풀어준다. 개는 미친듯이 달려가 백인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영화는 끝났다. ( 오래 전 기억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

이 부분이 대반전이었고, 엄청난 충격이었다. 조련사의 노력을 보고 있자면 정말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고, 개가 아무 잘못없다는 게 많은 부분에서 느껴지는데, ( 여기까지 정말 스릴있게 - 개가 교화됐는지 안 됐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실패해가며 - 이끌어 왔다. ) 결국 마지막에도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를 보게됐을 때 막막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아마(!) 최초로 개의 시선에서 자신이 공격할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을 사용했는데, 핸드헬드(?) 카메라로 개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화면에 펼쳐 보여 독특했다. 카메라가 담벼락으로 숨기도 하고, 바닥을 흝듯이 따라가다가 갑자기 사람을 향해 돌진해 버린다. 그리고 바로 개가 화면을 공격하고 있는 화면으로 바뀌어 버리는데, 역동적이기보다는 섬찟했다. 


유하 감독님의 " 하울링 " 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마견 " 의 충격을 뛰어넘는 메시지를 안겨줄지는 의문이다.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분이시지만, " 개 " 를 소재로 했을 때는 개가 가진 드라마틱한 충성심이나 자연친화적인 메시지가 아니고서는 참 부담스런 부분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고내용들을 대강 살펴봤을 때는 두 형사가 " 늑대개 " 를 쫓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간사, 인생사와 " 늑대개 " 를 만들어 낸(?) 혹은 만들어지게 된 원인이 반전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왠지 " 마견 " 이 생각나는 바람에 기대가 한풀 꺾여 버렸다. ㅡㅡ;; 

" 얼어붙은 송곳니 " 라는 원작소설을 유하 감독님이 직접 각본으로 만드셨다는 데, 어떤 튜닝(?)이 되어 있을지 궁금한 건 사실이다. " 폭력 " 에 대한 메시지도 강렬하게 다루실 줄 아는 분이지만, " 마견 " 만큼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 마견 " 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아주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하다. " 마견 " 이 궁금하다고 굳이 찾아보는 것 역시 좋지 않다고 본다. 30년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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