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퀸 " 과 함께 현대의 영국왕실을 포장해주고,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말더듬이 왕이 야매(?) 언어치료사와 함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야매는 은어로 뒷거래를 의미하는데, 보통 정규자격이 없는 이에게 무언가를 배우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언어치료사가 야매인줄 모르고 치료받다가 나중에 측근(?)들에게 들켜버립니다. ^^;; ) 

호불호가 분명할 영화로 보이는데,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가 박진감이나 흥분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국 왕실이라는 아주 특수한 환경 역시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크게 와닿지 않을테고, ( 요즘은 고상한 척 하기보다는 까놓고 얘기하기를 더 좋아하죠. ) 당시 세계 2차 대전 등의 정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갖추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들 겁니다. 

http://www.imdb.com/title/tt1504320/
  

하지만, 휴먼 스토리나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할 요소는 많아 보입니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 및 발성을 편안하게 뜯어보며 즐길 수 있고, ( 어쩌면 영국식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지도.. ㅎ )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인물이 말더듬이라는 장애(?)를 딛고 일어섬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려는 노력을 신파적이지 않게 풀어냄으로써 감동을 더합니다. 실화였다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죠. 

천오백만불로 추정되는 제작비가 들었다는 데 좀 놀랐는데, 다시 떠올려 보니 고증을 상당히 열심히 한 것 같고, 카메라 움직임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화면 ( 앵글? ) 은 크게 사람의 얼굴표정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부분과 건물 내외부에 중점을 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스토리의 밋밋함을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대어 활력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 발성에 관한 영화이다 보니 얼굴표정에 집중하다 보면 발음하는 것 역시 비교적 잘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국식 억양이라 ( 혹은 오스트레이일리아식 ) 알아듣기는 어려웠습니다. ㅎ

건물들은 주로 체제나 지위, 혹은 전통에서 오는 억압을 보여주는 듯 했는데, 영국이란 나라는 건물빨이 살아서 제법 운치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안개가 많기로 소문난 영국날씨도 아주 노골적으로 화면에 드러납니다. 

재밌던 건 두 주인공들이 발음을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표현할 때 카메라가 앞뒤로 격하게 움직이는 데, 뒤로 빠지면 등장인물들이 열심히 우스꽝스런(?) 훈련을 하고 있고, 앞으로 전진하면 벽면만 보입니다. 이러면서 발음에서 억양을 중요시하는 영국식 영어의 특징도 같이 비유하는 듯 했습니다.

기승전결을 통해 클라이막스로 다다르는 부분이 좀 파괴력이 약하긴 했는데,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연설은 정말 영어권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얼마나 훌륭하게 연기를 한건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잘 한건 분명해 보이지만 영어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런지요? 

뜯어봐야 재밌을 영화지만, 뜯어보고픈 마음은 쉽게 들지 않을 영화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2010 / 영국,오스트레일리아,미국)
출연 콜린 퍼스,제프리 러시,헬레나 본햄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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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가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해서 좋았고, 영국 특유한 장중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만 아무래도 한계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덧붙이기 : 세계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버팀목이 되었던 처칠은 이 영화에서 아직 수상이 아니었습니다. 처칠을 연기하신 분이 노력은 많이 한 흔적이 보이지만, 들었던 소문에 비해 다소 덜 터프해 보입니다. 

덧붙이기 : 조지6세가 야매 언어치료사를 찾아갈 때, 엘리베이터(?)의 바깥쪽문을 먼저 잠그고 안쪽문을 잠구는 부분이 두 번 나오는데, 아마 착실한 영국왕실의 분위기 혹은 순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왕실은 귀족적인 도도함과 함께 서민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비추려고 한다는 걸 암시하려고 노력하는 듯 합니다. 조지6세와 야매치료사의 만남들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둘은 실제로 오랜 친구로 지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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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지스에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는 " 크레이지 하트 ( Crazy Heart ) " 는 한물간 미국 컨트리송 가수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소 지루하고, 전형적인 스토리를 제프 브리지스 혼자 고군분투하며 이끌어 가는데, 어느 정도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 가끔 찾아볼 만 하다. 일단 무난하게 영화를 완성했다고 본다. 

http://www.imdb.com/title/tt1263670/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여파 덕분인지 700만 달러 가량을 투자에 3천만 달라 가량의 수익을 올렸단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볼 때는 딱 본전치기를 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잔잔한 맛이 좀 통했는가 보다. 


크레이지 하트
감독 스콧 쿠퍼 (2009 / 미국)
출연 제프 브리지스,매기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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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에서 궁금했던 건 영화 중반 주인공이 고속도로를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부분이다. 57 살 퇴물 가수의 평범한 일상에 막 변화가 시작되려는 찰라 이 느닷없는 사고는 뭔가 암시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얼마간 생활하게 된다.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이미 술에 쩔어 스스로의 인생을 다스리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굳이 차사고까지 곁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이게 뭔가를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모르겠다이지만, 주인공이 얼마나 삶을 대충 살아가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새로 생긴 여자친구의 아들을 잃어버릴 때 애타가 찾으며 불쌍해 보일 때 더 동정이 가도록 하는 설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늙은이가 다리를 절며 4살짜리 꼬마를 찾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또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부터 더 이상 다리를 절지 않는다. 즉 전체 스토리에 대한 작은 반영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건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였다. 엔딩 크레딧에서조차 단독 이름이 아닌 캐스트 중 하나로 나오는데, 언제부터 콜린 파웰이 이렇게 추락(?)했는지 모르겠다. 영국 출신에 한때 얼굴로 영화계를 주름잡을 듯 했던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를 " 킬러들의 도시 " 라는 영화에서 새롭게 보게 됐는데, 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출연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등장이나 크레딧을 보면 그게 아닌 듯 싶다.

영국 출신 배우여서 별로 흥행적이지 않았던 " 킬러들의 도시 " 에 출연한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건 왠 컨트리 가수 이야기에 나오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인다. 연기변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좀 더 비중이 있었어야 된다고 보여지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 노래는 잘 부르더라..^^;; ) 

그래도 콜린 파웰이 얼굴로만 먹고 사는 배우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있는 듯 보여 괜찮았다.



길 위에 살면서 미친 심장이 뛰는대로 행동하다가 말년에 정신차려 그 모든 인생을 있는 그대로 관조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제법 여운이 있다. 마지막 엔딩씬은 그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넓고 광활하고 눈부시게 선명한 자연을 한 화면에 잡고, 자신이 살아온 컨트리 가수의 공연장 뒷켠에서 늦게 만난 연인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다. 

덧붙이기 :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를 잘 하는지는 거의 못 느꼈는데, 아카데미 후보에 꽤 올랐던 모양이다. 이번이 첫 수상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연기의 임펙트나 무시무시함같은 건 잘 모르겠다. 담백한 얼굴이나 먼지가 잔뜩 묻어날 듯한 목소리, 그리고 마초같은 스타일에서 진득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게 허투루 연기생활을 한 사람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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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정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마을 주민 간에 대립을 여러 독립영화 감독들이 자유로운 형식에 따라 제작한 다큐멘타리입니다. 

제주도를 가 본 적은 없지만, 이번 다큐를 통해 돌고래가 해안가에서 뛰노는 모습, 용천수, 산호초 (?) 등 진기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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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_Docu_강정_01

출처 : DAUM 영화





재미를 넘어선 다큐멘타리의 의미


실험적으로 시도된 다큐멘타리라 불친절하고, 100 간의 짧은 기간 동안 기획, 촬영, 편집 등등의 모든 작업을 진행했기에 기존 다큐멘타리에 비해 서투른 느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서투름 안에 기존의 영화나 다큐에서 느끼지 못하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영화는 어찌됐건 허구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고, 다큐멘타리에는 편집에 따른 의도가 들어가 있기에 사실상 완전한 리얼리티가 존재할 수 없지만, 사람의 메시지를 숨겨두기에는 너무 짧은 제작기간과 찍어야 할 가치를 남기기에 급급해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카메라의 시선이기에 혼란스럽지만, 찍혀진 풍경, 자연,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을 쫓다보니 마음 속에 투영되는 뭔가가 느껴졌습니다. 


출처 : DAUM 영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시는 분들과 찬성하시는 분들이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으시는 피폐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들의 구체적인 근거는 알 수 없지만, 찬성하시는 분들은 정말 우리나라에서 자연이 잘 보존되었고,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고향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강정 마을을 있는 그대로 지키시려는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강정 마을 분들 외에도 많은 분들이 여러 해 동안 천혜의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지키고 가꿔 오셨고, 그분들 역시 나라의 자연 유산으로 엄청난 애정을 갖고 계셨습니다. ( 유네스코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까지 되셨으니 스스로 얼마나 뿌듯해 하셨을지요. )
 

출처 : DAUM 영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적당한 규모의 물리력도 필요하고, 전략적 사고, 국제공조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 이 나라를 정말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좋은 군사시설, 막강한 동맹국이 있다한들 국민 스스로 애써 지켜나갈 마음이 없는 국가가 과연 위기를 헤쳐나갈지 의문입니다. 

어느 날 마음의 터전으로 삼던 마을을 파헤쳐 놓고, 함께 살아가던 이웃이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정부 밑에서 이곳이 우리가 살고싶은 나라라고 생각하실 분이 몇이나 계실른지요?

도대체 무엇을 위한 안보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군관계자분들은 지키고 싶은 것은 국민의 마음과 살아갈 터전이 아닌 군사기지인 듯 보입니다.

출처 : DAUM 영화



Jam Docu 강정
감독 홍형숙,김태일,권효,양동규,최하동하,경순,최진성,정윤석 (2011 / 한국)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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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해 보며 - 강정 마을에 평화를 허하라

" Jam Docu 강정 " 을 보고 난 후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려운 게 아니라 너무 꼬여버린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ㅡㅡ;;

출처 : DAUM 영화



- 정부 관계자분들! 이제는 일을 좀 제대로 해주셔도 되잖습니까.. 

한국에 군사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큰 이익을 위해 자연과 국민들을 우롱하던 졸속 햊정 ( 곱게 표현한 말일 뿐입니다. ㅡㅡ;; ) 을 뻔한 패턴이 강정에서도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피해갈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벌리고 들어와, 당사자들이 힘을 집중할 수 없도록 분열시킨 후, 위기의식과 공포를 과대포장하거나 왜곡시켜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주먹구구식의 관리주의적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다소 감정적인 화면들이라 합리적인 근거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짚어볼 것도 많고, 마무리할 것도 많아 보입니다만, 살펴보니 이런 부분이 있더군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Story.do?movieId=65598&t__nil_story=tabName
 

출처 : DAUM 영화


위에서 보듯이 강정 마을 주민들은 님비현상 ( Not In My Backyard ) 처럼 무작정 고집을 부린 것이 아니라 제주도 지역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입지절차를 진행한다면 결정에 따르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ㅡㅡ;;

http://bbs4.agora.media.daum.net/gaia/do/agora/participant/read?articleId=71399&bbsId=C001&issueArticleId=167&issueBbsId=I001 

( 워낙 관련 내용이 많아 위 링크로 대표합니다. 관심이 생기시면 검색해 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읽을수록 생각이 굳어지지만 제 상식수준을 넘어서는 고난이도의 내용도 나와 직접 읽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살펴보면 미국 군사전략에 들러리 서는 느낌도 있고, 괜히 군사지역이 확대되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문외한인지라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 )

당장 몇년 뒤에 전쟁이 날 것이라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한, 이런 국가적인 사업을 국민들과 함께 진행하시려면 제발 많은 분들이 납득할 만한 자료와 방법으로 진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출처 : DAUM 영화



- 외부인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정 마을 문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되든 마을 주민들 사이의 앙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남끼리 싸워도 화해가 쉽지 않은 판에 같이 살아오던 사람끼리 심각한 불화가 생겼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ㅡㅡ;;

찬성하셨던 반대하셨던 강정 마을 주민들은 더 오랫동안 한 마을에서 살아가실 것입니다. 아픈 기억이 서로를 괴롭힐 수도 있겠지만, 애초 원인이 강정 마을 내부에서 아니란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많은 힘을 가졌지만 책임감이 부족한 어떤 세력에 의해 잠시 굉폭한 바람이 불었을 뿐입니다. 양 쪽 분들 다 인식하셨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너무 간섭하는 자세는 금물이라고 봅니다. 강정 마을이 너무 좋아 이번 기회에 그곳에 삶의 터전을 꾸리시겠다는 분이야 상관없겠지만, ^^;;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가끔 옳은 일을 하시면서도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생채기를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부에게 요구하듯 우리 스스로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나섰다가 비위에 안 맞는다고 돌아서서도 안되고, 옳은 주장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처해야 할 상황을 무시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지만, 제작하신 분 중에 한분은 강정 마을 분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싶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다큐멘타리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다소 맥빠지는 메시지일 수 있겠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중요한 문제를 모두 앞에 갖다 놓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후, 공감을 이끌어내는 태도가 바로 민주적인 자세이고, 소수의 열정에 찬 외침보다 다수의 합리적인 관심과 실천이 그분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덧붙이기 : " 국익 " 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단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 뜻을 좀 제대로 고민해보고 행동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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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화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 혹성탈출 " ( Planet of the Apes. 1968 ) 의 프리퀄인 ( 원작영화나 소설의 시간을 기준으로 그 이전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을 의미 ) "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이하 " 진화의 시작 " ) 은 시도는 괜찮았지만, 1편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혹성탈출 1편을 TV 에서 보면서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납니다. ( 토요명화였는지, 주말의 명화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 원숭이들의 움직임도 신기했지만, 마지막에 그곳이 지구였다는 사실 - 자유의 여신상의 잔해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 이 아주 충격적이었지요. 

1편을 본 지 오래되서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와 영화 속에서 유인원 ( 원숭이, 침팬지 혹은 고릴라 등 ) 들이 보여주는 사회적인 구조가 마치 오늘날의 갑갑한 지도층들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줘 암울했습니다. 그렇기에 " 진화의 시작 " 은 이런 인간의 한계(?) 혹은 오만함에 촛점에 아주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결과는 반반이었습니다. 


출처 : DAUM 영화


크게 세 흐름으로 느껴지는데, 첫째가 주인공 침팬지인 " 시저 " 가 진화를 시작하며,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두번째가 인간 주인공인 " 윌 " 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주변 인간들의 답답하고 이기적인 환경이었습니다. 

혹성탈출 1편에서는 인류 멸망의 원인에 대한 메시지가 인간 스스로에게 있었다고 강하게 암시하는 데 반해, 프리퀄 ( 진화의 시작 ) 에서는 침팬지 쪽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이 있었다는 데서 좀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1편은 인류가 자멸해서 다음으로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했다는 느낌인데 반해 " 진화의 시작 " 은 인류의 실수로 유인원들이 진화를 시작했고, 진화가 시작되자 인간은 퇴장될 것이라는 모양새인데, 제게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개인적인 상상으로는 실험실의 침팬지가 인간들끼리의 다툼, 혹은 지배와 피지배층 간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인간들이 멸망하는 과정이 벌어지고, 더이상 관리되지 않는 실험실로부터 침팬지들이 튀어나와 그런 인간들을 비웃으며 자신들의 문명을 개척하는 쪽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오락성이나 권선징악 쪽을 중시해서인지 침팬지의 역할이 아주 커져 버렸습니다. 

출처 : DAUM 영화



시저의 모습에서 많은 관객들은 재미와 공감을 느낄 것이라고 보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지능과 감성을 가진 자신을 단지 유인원이라는 이유로 학대하고, 배척해 버리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주변의 힘을 모아 자신의 이상향 ( Home ) 을 찾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자수성가형 성공담입니다. 게다가 유인원들의 모습과 표정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냄새를 느낄 수 있었고, 특수효과가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줘 더 그랬습니다.

이 부분을 부각시키는 건 역시 이기적인 인간군상들의 모습인데, 정말 생각없고, 무책임한 존재들로 그려집니다. 이 두 요소는 나름 안정적으로 짝을 이루는 데 반해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 아주 맥빠지게 만듭니다.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긴 한데, 결정적인 대립의 순간에서 그냥 방관자로 빠져 버립니다. 외면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건 아닌데, 기껏해야 " 시저 " 를 쫓아가서 잘 살라는 게 전부죠. " 시저 " 가 곤경에 처했을 때도 나름 역할을 해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체제에 묶여 힘을 잃은 나약한 모습입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험약물도 과감히 훔쳐오던 때와는 다르죠. 

" 진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혁명이다 " 라는 황당한 광고문구에서 이 영화가 작품성을 위해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락성을 덧붙이는데 주력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진화가 인류를 멸명시킨 것이 아니라 인류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있어야 했다고 봅니다. 차라리 혹성탈출의 딱지를 떼고 만들었다면 싶을 만큼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 생각해 보니, 혹성탈출이 인간의 자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도 영화 속에서 유인원의 역할이 아주 컸었고, 혹성탈출하면 유인원이라는 게 떠오를 정도니 유인원에게 뭔가 주도적인 역할을 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2011 / 미국)
출연 제임스 프랭코,프리다 핀토,앤디 서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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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사와 공주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영화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자랑한다. 1985 년에 만들어졌으니 벌써 20 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다시 보는 재미가 아직 남아있다. 액션 장면이나 특수효과는 거의 볼 게 없지만..

아주 오래 전에 보고 이번에 EBS 를 통해 다시 보게 됐는데, 예전과는 사뭇 다른 맛이 있었다. 예전 기억으로는 예쁜 공주가 나오는 사랑 얘기를 다룬 흥행용 영화였는데, 지금 보니 재밌는 설정, 보기보다 많이 담긴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간단한 설정과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

기독교가 유럽을 휩쓸었지만 아직 전통신앙과 마법이 공종하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생쥐라는 별명을 가진 한 도둑소년이 주인공이다. 아퀼라라는 곳에서 탈출한 소년은 도망치던 중 늠름한 검은 말을 타고 검은 옷을 입은 멋진 기사에게 도움을 받게 되어 길안내를 맡게 된다. 이 기사는 어떤 사연을 가진 것 같은데, 워낙 무뚝뚝해서 좀체로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특이한 건 사냥을 할 것도 아니면서 항상 매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둘의 여행이 계속되면서 기사와 매 사이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기사는 해가 사라지면 덩치 큰 검은 늑대가 되어 인간의 의식을 잃게 되고, 매는 해가 사라지면 본래의 모습인 아름다운 공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니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 사실 공주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역의 유지 정도는 됐다. )

둘은 원래 아퀼라라는 지역의 공주와 근위대장이었는데, 이 지역의 추기경이 공주를 사모하여 갖고 싶었으나, 이미 공주는 근위대장과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공주의 사랑을 얻을 수 없고, 둘이 함께 도망치려는 것을 알게 된 추기경은 어둠의 힘을 빌어 도망가던 그들에게 끔찍한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기사는 추기경에게 명예를 위해 복수하려고 돌아오면서 주인공인 가스통(도둑소년)을 만났던 것이다. 여러 기이한 사건을 통해 이런 전말을 알게 된 소년은 옛날에 이 둘의 비밀을 누설한 주정뱅이 신부와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저주를 풀 방법을 듣게 된다. 방법은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일식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추기경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인간의 모습으로 마주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는 이 신부를 믿지 않아 저주를 푸는 대신 복수를 하려하고, 신부와 주인공, 그리고 공주는 저주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예전에는 미쳐 눈치채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마치 르네상스처럼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 자연, 원시신앙으로의 회귀를 낭만적으로 그려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기독교의 수장급인 추기경이 원시신앙의 마법을 빌려온다든지, 영화의 많은 장면이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다든지, 기사와 공주 사이의 열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을 통해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도둑소년인 점도 중요하다. 이 소년이 험한 세상에서 이기적인 사고방식으로 생활하다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어른들의 사랑을 엿보게 되고 성장하면서 결국 이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 역시 단순한 흥행용으로 제작된 판타지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비록 오래되서 어설픈 티가 많이 나고, 특수효과가 형편없기는 해도 공주가 탑에서 떨어지는 위기의 찰라에 아침해가 뜨면서 매로 변신해 살 수 있었다든가 하는 스토리 장치들은 아주 기발했다. 이런 장면 설정이 잘된 것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재미와 부담스럽지 않은 메시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간만에 잊혀졌던 좋은 영화를 떠올리게 돼 기쁘다. 한 10 년쯤 후에 CG 와 난해한 암시, 그리고 반전들이 판치는 영화들 속에서도 다시 한번 떠올렸으면 하는 바램에 기록해 둔다.


덧붙이기 : 젊은 시절 미셸 파이퍼는 정말 다시 봐도 예뻤다. 미모에 비해 명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인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 룻거 하우어는 네델란드 배우로 보인다. 원래 악당 추기경의 일등 부하로 제안을 받았는데 주인공급인 검은 기사역을 지원했단다. 추측으로는 공주인 매를 둘러싸고, 정의의 편인 검은 기사와 악당인 추기경 일당의 싸음에서 소년이 겪는 모험을 통해 커가는 성장영화로 기획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세히 보면 도둑소년의 대사가 엄청 많고, 그 고민들과 행동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데 주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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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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