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든 감독조차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요즘의 분위기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본래 의도가 비교적 분명해 보임에도 동떨어진 해석이 주류를 이뤄 저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바웃타임"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주 추천할 만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치면 지루한 편이지만, 드라마영화로 보자면 꽤 유쾌하고 밝은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워킹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들어왔다. "어바웃타임" 역시 영국적인 배경에 미국의 발랄하고 매력적인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익숙한 설정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여행"이라는 SF적인 요소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바웃타임" 역시 업그레이드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로맨스를 많이 담고 있는 인생성찰에 관한 드라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권하는 바이다. 영화 포스트에 나오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름다운 미소보다는 "About Time"이라는 제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 ^^;;

"어바웃타임"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영화다. 단지 주인공에게 과거의 실수나 마음에 들지 않은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여행능력을 줌으로써 영화가 유쾌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능력은 코미디를 더 웃기게 만들 수도 있고, 영화 "나비효과"처럼 아주 비비꼬아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과 시간여행 능력이 있는 캐릭터들은 아주 소극적으로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맺어지기까지 벌어지는 영국식(?) 코미디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으면 한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아주 지루해질 수 있다. 둘의 연애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의 로또번호를 알아내서 오늘 사두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여행능력을 단지 아버지가 돈에 눈이 먼 부자들이 불행하다는 충고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능력을 사용하는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의외로 가치있고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미 경험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순간을 즐기려는 자세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영화는 어설픈 점이 많다. 시간여행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왜 미미한지도 알려주지 않고, 시간여행의 결과는 대개 주인공에게 좋은 쪽으로만 결론지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훈훈한 웰메이드 영화의 표본을 보여준다. 단순히 가족이 최고다라든가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아닌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인생의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훈훈한 영화들은 대개 추억팔이의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어 이 영화가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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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문득 친구가 내뱉은 우연한 한 마디가 "변호인"의 느낌을  그렇게 잘 대변해 줄 수 없었다. 어떤 느낌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 역시 후끈 달아올라버린 상황이었기에 "덥다"라는 말이 절로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에 아주 나중에 입소문이나 매체를 통해 확인한 후에 보려고 생각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표까지 예매한 친구 덕에 훈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후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치기어리고 섣부른 이들이 갑자기 박수나 치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도 잘 뽑아냈고, 희미해진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들도 다시 일깨우는 연출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기대치 이상이었지만, 송강호만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 (송강호는 평소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흠이다. 관상에서나 여기서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

워낙 완성도가 높아 어떤 감독인지 찾아보니 양우석이란 사람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첫 데뷔작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앞으로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명작이라고 하기에 조금 아쉬운 건 역시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거나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전에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가장 제대로 구현해 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김영애님의 관록있는 연기는 정말 오랜만인데다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였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밝힌 후, 엔딩부분에서 그 분의 대통령 재직시절의 잘잘못을 언급했다면 아마도 새로운 정치영화나 그 비슷한 혁신으로 명작계열에서 논의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대중성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치인 관련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미 나왔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접하지 못했다. ^^;; 

감독의 관련 인터뷰를 보니 "살아가는 치열함"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동떨어진 느낌인 것도 아쉽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의미들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학교 시절 -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 저녁 무렵에 어떤 음악이 나오면 국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던 기억이 조금 있다. (영화에서는 아주 희극적으로 멋지게 등장한다!) 커서는 그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뭔가 엄청난 동질감내지는 무게감을 느끼곤 했었다.

국가가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변호인"은 그런 부분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당시 어머니들의 모습과 섣부른 청춘들의 모습과 나약했던 아버지들도 함께.. 아쉽게도 지금의 어른남자 대부분도 그러고 있다고 보여지고.. 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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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인데, EBS의 TV화면으로 감상했다. 

1920년대의 아일랜드가 독립운동을 하던 시기에 두 형제가 살아간 모습을 다룬 영화인데, 그들의 신념 속에서 식민지 국가 (혹은 약소국)의 비애와 내부적 갈등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라마 장르에 속하지만 감정에 호소하려는 연출이 보이지 않고, 전쟁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스펙타클한 장면은 없다. 그저 맑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에서 장총과 권총으로 투쟁하는 아일랜드인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 역사적 사실들과 그 메시지들을 전해주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런 화면 혹은 스토리 전개는 개인적으로 쿨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기승전결이 없는 것처럼 보는 이들도 있다. 대개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복잡한 스토리나 심리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들한테서 발견되는데 취향이니 존중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즐기지 못하는 영화는 무수히 많다.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Story.do?movieId=41956&t__nil_story=tabName 

http://ebsstory.blog.me/50183191435

어떤 글에서는 켄 로치가 공평한 시선으로 영국군과 아일랜드 저항군(?)을 다루고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교묘하게 표현했다고 보여진다. 2006년에 70세이셨던 분에게 "교묘하다"라는 표현이 좀 죄송스럽지만, 영화 초반 영국군이 아일랜드인에게 핍박을 가한 후에 죽이는 것과 아일랜드 저항군이 영국군에게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다 같은 폭력의 범주에 속하겠지만 전자의 폭력은 울분을 느끼게 하는 반면 후자의 폭력은 다급함이 느껴졌다. 양 쪽이 모두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서 똑같은 무게로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은 영화 후반 아일랜드인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토론에서도 보여지는데, 지주들의 존재가치를 옹호하는 입장 혹은 영국과의 조약체결을 지지하는 입장에 선 아일랜드인의 모습은 상당히 궤변적이다. 아마 "좌파감독"의 성향이 본능적으로 묻어나는게 아닐까 싶다. ^^;;


"당신이 무엇에 대항해서 싸우는지 아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아는 건 아주 다른 일이다. " 
"It's easy to know what you are against, but quite another to know what you are for."
- 출처 : http://www.imdb.com/title/tt0460989/trivia?tab=qt&ref_=tt_trv_qu 


조약내용이 아일랜드를 분열시키고, 정치상황을 영국에 종속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득(각종 세금과 경제제도)이 많으니 조약을 체결하자는 측은 지주들의 자금을 지원받아 군자금을 마련하여 자주독립을 이룩하자는 쪽과 연결선상에 있다. 반면 아일랜드가 분열되는 것, 영국 왕실에 충성을 서약하는 것 자체가 이미 독립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쪽과 함께 한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독립하느냐를 두고 그 분열상을 드러내도록 조약내용을 제시한 영국의 정치책략에 그대로 놀아났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한 나라를 공략할 때는 배신자로 추출할 만한 집단이 있는지 확인한 후, 없으면 지주계급과 서민계급의 이익이 충돌하도록 유도해서 서로 나뉘게 한 뒤 한쪽을 극도록 약화시키고 나머지를 정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지주계급은 어느 정도 영악하게 굴만한 지능을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게 몸에 밴 사람들이라 강대국이나 점령국에서는 이용가치가 크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주인공인 킬리언 머피(데미언)이긴 하지만, 그 옆에서 서민의 목소리를 내고 보좌해주는 "댄"역의 리암 커닝엄도 볼 만하다. 이 사람이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등장하는 양파의 기사다. 처음 봤을 때 웬 어설픈 "장 르노" 닮은 꼴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작품성있는 곳에서만 접하게 되서 다시 보게 됐다. 감옥 안에서 데미언과 댄이 재회했을 때 사실 댄이 프락치(밀정) 역할이 아닐까 영화 내내 의심했다. 스릴러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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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소재로 잘 등장하지 않는 성인 남성들의 " 우정 " 에 대해 코믹하게 표현한 영화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장애인과 빈민층이라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배경에 깔고, 모든 환경과 취향이 양극단인 두 인물이 묘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인도 영화 " 세 얼간이 " 에 비해서는 코메디가 다소 덜한 편이지만, 억지스런 면이 덜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독일 영화 "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 " 와 미국 영화 " 버킷 리스트 " 의 언저리 쯤에 가깝다. 은근한 감동을 바탕에 깔고, 유쾌하게 만나간다.

영화는 제법 볼만하게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극장가에 어느 정도 몰린 후에 못 본 사람들이 꾸준히 한가한 시간에 자주 찾게 된다.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든 즐길 수 있고, 대개 한가해서 영화보려고 검색해 보니 수작이었네 하는 정도로 예상된다. 아예 3D나 블럭 버스터는 극장에서, 그밖의 영화는 집에서 보는 영화관람 패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출처 : DAUM 영화

 


그밖에도 이 영화는 음악이 괜찮다. imdb 의 영어 댓글 중에 음악이 괜찮다고 하는 얘길 보고 가서 아마 잘 만들어졌지만 매니악한 음악이 등장하나보다 하고 오해하고 갔는데, 의외로 귀에 쏙 들어와 즐거웠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이 반반 정도 차지했는데, 클래식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적인 곡이고, 현대음악은 쉽게 흥얼거릴 만큼 경쾌하고 편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코미디씬이 벌어지는 장면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 

저변에 사회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져 풍미를 더한다. 프랑스도 주차문제, 애들 문제가 꽤나 전통의 골치거리로 알고 있다. 히틀러, 부쉬에 대한 비꼬기도 살짝 뿌려줬다. 
 


( 이하 스포일러 등장 ) 


제일 집중할 건 역시 두 주인공이다. 필립 ( 프랑수아 클뤼제 분 ) 은 품위가 넘치는 백만장자인데, 전신마비로 살아가고 있고, 드리스 ( 오마르 사이 분 ) 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신체만은 과도하게 건강하고 정신상태도 과도하게 솔직하다. 이 둘은 필립이 개인도우미를 뽑는 과정에서부터 엮이게 되는데, 필립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드리스를 선택한다. 


이 부분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면접장면에서 웃기지도 않는 지원자들을 몇 명이나 등장시키는데,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며 코미디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장면을 왜 이리 많이 넣었나 싶었다. 필립은 면접관 뒤에서 정말 무료해하고, 외면하며 딴청을 피운다. 이런 모습이 필립이 평소에 어떤 불만이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드리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반증한다. 물론, 나중에 필립의 대사에 직접 등장은 하지만, 앞장면에 이런 묘사가 없었다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보통 면접 장면은 영화에서 여러 의도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모습을 필립의 심정과 같이 드러내는 효과를 준다. 말은 장애인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허위의식이라는 걸 비꼬고 있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의 원제인 " intouchables " 는 그래서 두 주인공 모두를 가리키는 의미로 이해된다. 드리스는 가난한 사회의 밑바닥 사람으로 사람들이 전혀 터치(?)하고 싶지 않은 기피인물이고, 필립은 사람들이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터치(?)해 주려는 척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터치 ( 터치는 괴롭힌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리하고 애정어린 접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 후자의 의미로 사용됐다. ) 받지 못하는 두 인물의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영화의 구성이나 편집은 담백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답게 심플하다. 사실상 도입부의 장면이 영화 전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면 필립의 차 안에서 지친 필립의 모습과 초조한 듯 운전대를 잡고 있는 드리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밤거리에서 차를 몰고 나와 길이 막히자 거침없는 드리스는 과감하게 샛길로 빠져 과속을 시작한다. 곧 경찰차들이 쫓아오고 드리스는 낭패감을 느끼지만 헤쳐 나가보려고 발버둥친다.

경찰들에 둘러쌓여 위기를 맞게 되지만, 필립의 기지로 둘은 경찰차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되지만, 경찰차가 사라지자 필립이 묻는다. " 우리 이제 어떻하지? " 드리스는 말한다. " 나만 믿어봐요 " ( 실제 대사는 다르지만, 대강 이런 의미입니다. ^^;; ) 

영화 끝에 드리스를 믿은 필립은 삶이 바뀐다. 

출처 : DAUM 영화

 


영화 전체도 이와 같다. 드리스는 마음은 순수하지만, 대책없이 설치고 보며, 항상 현실의 막막함에 초조해 한다. 필립은 겉으로는 부자의 일상을 살고 있지만, 속내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마음은 이미 무미건조한 상태다. 이때 자신의 차를 드리스에게 맡긴 것처럼 자신의 생활을 드리스가 주도하도록 내버려두니 흥미진진한 일로 가득해진다. 물론 드리스는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지 못하지만, 필립이 적절한 때에 도움이 되고, 둘은 적당히 티격태격한다. 

드리스가 영화 초반 운전 중에 내기 얘기를 자꾸 하는 건 필립으로부터 배운 것이고, 필립이 응급환자 흉내를 내는 건 드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임기응변이다. 

둘은 이 긴박한 상황에서 관객이 모르게 자꾸 서로를 보며 웃는데, 결국 이런 서로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할 정도의 우정이 어떻게 쌓여가게 됐나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프닝에서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화면이 작아지거나 분할되면서 등장인물들과 제작진의 크레딧이 화면 바깥쪽에 등장하는데, 이런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다. 요즘 영화들은 크레딧이 영화장면의 소품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훨씬 임펙트있게 드러내지만, 화면 바깥쪽으로 자리잡게 하는 건 영화 초창기나 예전 그림만화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가 오래됐지만 소중한 것이라는 표현으로 여겨진다. 화면에는 속도감있게 보여주는 건 주제 자체가 새롭진 않지만, 표현만은 경쾌하게 하겠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나오는 음악도 아주 괜찮다. ( 이쯤에서 말하자면 철저하게 관람한 이가 마음대로 해석한 것이며, 감독이 실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 아주 많~~~~~~~~~~~~~~은 양해 바랍니다. )

아쉬운 건 오프닝 부분을 영화 후반부에 그 시점이 어느 때쯤인지 굳이 화면에 대부분 다시 넣는데, 이 부분은 좀 어설퍼 보인다. 물론 오프닝 시간만큼 다 넣는 것은 아니고, 짧게 뛰어넘어가며 보여주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이미 수염이 자란 부분이나 응급실 쪽에 가는 걸 앞부분과 다르게 표현해서 보여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드리스에게 호감을 가질 것이다. 일단 빈민층으로 세상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유쾌하다. 물론, 필립은 팔다리가 없다는 둥 하며 철모르는 아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세상을 다 자신의 유머가 통하고 자기중심으로 돌아갈처럼 행동하지만, 필립의 비서 ( 마갈리 ) 가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쑥쓰러워하기도 한다. 이때 이본느 ( 필립의 여집사 ) 와 살짝 포옹하며 터치(?)하는 장면이 꽤 눈에 들어온다. 

출처 : DAUM 영화

 


이런 드리스는 어설픈 마초정신이 있어 남자로써 하기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처럼 떼를 쓸 때가 많지만, 결국에는 다 겪고(?) 만다. 드리스는 결국 시켜서 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성숙해 가고, 집안의 사건사고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필립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인지라 마냥 당하게 된다. 변태가 아님에도 당하면서 즐기는 데 익숙해지고, 장애가 자신의 삶을 방해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영화는 " 어? 여기서 끝나나 " 싶은데 갑자기 끝나 버린다. 왜냐하면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들이 실존해 계속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정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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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어떤 영화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취향이야 너무 다양하니까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지만, 정말 괜찮다 싶은 영화에 대해 좀 더 알리고, 얘기하고, 비슷한 느낌을 갖는 사람을 찾는 행위야말로 블로그의 재미 중 하나다.

여기 1998년에 나왔다는 "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 " 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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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화나온지 꽤 오랜 후에야 보게 됐는데, 어떻게 이런 영화가 소리소문도 없이 들어와서 대여점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로만 홍보하고 입소문만 탔다면 블럭버스터급은 아닐지라도 한 200 만 정도는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성을 울리는 외로운 음악예술인의 삶에 대한 드라마다. " 저수지의 개들 " 에 나왔던 팀로스와 " 아이덴티티 " 에 나왔던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가 주인공들로 나오고, 엔리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다. 엔리오 모리꼬네 라는 이름이 등장하면 일단 음악은 들을만 하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난 음악은 잘 모르지만, 내 귀에도 꽤 좋게 들렸다.

N 포탈의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배 안에서 살았던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데, 1900년대라는 시대상과 접목시켜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 둔 듯 싶다.

사실 우리에게 1900년대라는 시대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게 흠이다. 미국이라면 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 쯤 되는 것 같은데, 아마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겠고, 여러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우루루 몰려오던 시기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게 묘사되고 있다.

그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을 예술인들 특유의 기질과 대비시켜 묘한 감동을 준다.

과연 버지니아호(배이름)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의 이름을 나인틴 헌드레드(1900) 로 지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밖에도 감상에 젖을 만한 얘기거리가 좀 있지만 가뜩이나 잔잔한 영화에 스토리마저 다 까발리면 밋밋해질까봐 말을 줄인다.

다만, 눈을 부릅뜨고 보면 재미있을 곳이 연주대결을 벌이는 부분이다. 그 장면에 등장하는 두 배우는 피아노를 접해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보고 있노라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웬만한 피아노치는 장면들보다 훨씬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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