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6

윤태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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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원"이 벼슬인 시대..

건덕지가 큰 사내 비리를 적발해서 회사의 손실을 줄인 뒤, 다시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마련해 회사의 수익을 정상화에 주력하는 오차장의 영업3팀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신입사원 장그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만, 정작 본인의 마음 속에는 내보이기 힘든 돌덩이 하나가 들어앉아 있었다. "정사원"이 되려는 욕심은 봉수(封手:대국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경우에 그날의 마지막 수를 종이에 써서 봉하여 놓은. 또는 그 마지막 수)인 것인가?

 

박과장의 비리사건 이후로 "미생"은 많이 답답한 느낌이다. 만화가 진행되도 장그래의 "절박함"은 한순간도 가시지 않는다. 또한 장그래는 소신과 올바른 자세 그리고 감각적인 처신으로 맡은 바 책무를 다하면서 성장해 가고 있으나, 오히려 그 효용을 다해 사그러드는 느낌이다.

 

"정사원"만이 생존의 절대명제인 양 비춰지기 시작하는 순간, "미생"이 보여줬던 찬란함도 많이 빛을 바랬다. 능력을 증명해도 요원한 "정사원"에 목을 매는 듯한 장그래의 모습은 씁쓸함 그 자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들 사이의 "차별"인지, 개인의 능력을 규모적인 차원에서 정립하고 공정하게 재분배하는 "구별"인지 판단하기 힘든 정사원과 계약직, 비정규직 등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접근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은 뺏겨도 사람은 안 뺏겨"라는 오차장의 호연지기가 왜 허언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나를 고민해 봐야 하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오차장은 장그래가 결국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저런 이기적인 대사를 내뱉는다. 남은 1년 8개월동안 자기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사람을 안 뺏긴다는 게 옆팀에 가는 건 안되고, 회사에서 물러나는 건 된다는 말인가?

 

바둑과 회사생활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정석을 돌이켜 보고, 수싸움을 지켜보고, 처세를 이해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바둑판 안에 머무르게 하는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독자들은 만화 컷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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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1

윤태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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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격자무늬 위에 그려지는 구슬프고 아름다운 생존기..

이미 웹툰으로 한창 완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만화다.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모두 성공한 전작 "이끼"에 연이어 "미생" 역시 열렬한 환호와 높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이제 " 윤태호 " 라는 만화가는 "흥행성있는 작가(!)"임이 분명해졌다.





웹툰은 연재하는 작품이다보니 못다한 얘기들이 있곤 한다. 만화책은 친절하게 그의 의도를 드러냈고, 그밖에 인터뷰들을 읽어 보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대개 예상했던 바일테지만, 그래도 작가분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그 맛이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미생 예고편


그런데 바둑은 매우 특별합니다. 세상 어느 일이 나를 이긴 사람과 마주 앉아 왜 그가 이기고 내가 졌는지를 나눈답니까? 그것도 빠르면 6, 7세의 어린이부터 말입니다. 그들에게 패배란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은 패배감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그 아이는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 졌을까요?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한 수 한 수 걸음을 옮기는 이야기가 바로 『미생』입니다. 이 아이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테마가 될 마땅함이란 작품이 끝나야 알 것 같습니다. - 미생 1 권, "작가의 말" 중에서. 005쪽.


[작가와의 인터뷰] 윤태호와 ‘미생’ 장그래, 두려움이 닮았다 (한겨레)



바둑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매 회 등장하는 바둑의 기보(바둑이나 장기를 두어 나간 내용을 기호로 기록한 것)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만화책은 이 기보에 대해서도 매 에피소드 도입부에 그 의미나 상황을 알려줘 완전히 새로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기보는 녜웨이핑 9단과 조훈현 9단  제 1 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인데, 엔딩에 대한 암시일지도 모르겠다. 설마 장그래(만화의 주인공)가 정직원되면서 끝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


1998년 중국 본토 출신의 대만 재벌 잉창치는 녜웨이핑이란 천재와 더불어 중국 바둑이 크게 융성하자 전 세계의 고수 16명을 초대해 실력 대결을 벌여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총 규모 115만 달러의 응씨배다.

- 008쪽.



바둑을 아는 사람이기에 좋은 점도 있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도 있다. 장그래가 첫 출근일에 외국인 바이어를 만나 바둑의 룰 중 하나인 " 환격 " 을 퀴즈로 내는 장면이다. 


환격 ( 먹여치기 ) : 바둑에서 상대편이 자신의 돌 하나를 잡게 놓아둔 뒤에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놓아서 상대 돌을 잡는 일.


장그래가 외국인 바이어에게 낸 바둑퀴즈는 바둑을 거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기초적인 룰을 아는 사람에게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다. 외국인 바이어가 이 그림을 두고 고심했다는 건 바둑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그래는 이 문제를 푸는 규칙을 외국인 바이어에게 영어로 설명했었다는 뜻인데, 좀 무리가 있다. 장그래는 7년간 바둑에만 몰두했던 청년이고, 군대를 갖다오고, 짧은 회사 생활을 경험했고,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영어로 바둑의 룰을 설명할 수 있었다는 건 선뜩 납득하기 어렵다.(외국인 바이어는 통역이 필요한 인물이다.)


설정상 장그래가 원래부터 유능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결국, 환격퀴즈를 ( 만화의 칸을 더 늘려서라도 ) 좀 더 어려운 것으로 냈어야 한다고 본다. 둘 다 바둑을 아는 인물들이라면 언어의 의사소통이 필요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어쨌거나 장그래는 이 무리한 전개로 인해 곤마(困馬,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돌)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생" 의 매력은 그의 전작인 "이끼"때처럼 정신적인 압박감과 위력적인 스릴러지만, 그때보다 현실성과 문장의 표현력이 훨씬 발전했다.


그런 7년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입단에 실패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주름진 아버지가 보였고

총기 잃은 눈빛의 어머니가 보였다.

바둑돌을 떨구는 그 순간,

세상은 허물을 벗었다.

나에게만 감춰졌던 세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 착수 편 중에서



웹툰이니 만화의 컷이 주는 재미에 간과하기 쉽지만, 주인공들의 대사나 묘사들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참 잘썼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끼"때도 이런 느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기재: 바둑 두는 재능)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 착수 편 중에서



한국적인 애절함을 새삼 일깨우는 "착수"편은 70~80년대 가난한 시절의 서민 정서가 첨단의 기술이 팽배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저런 표현은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에 익숙한 것이다. 요즘은 개천에서 나는 용들은 씨가 말랐다고들 한다.



출근 첫날이 저물어간다

언제나 그랬지.

오늘의 대국을 다시 복기하며...

수많은 패배를 마주해야 했다.

언제나 그랬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나는 나의 행복과 슬픔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 6수 중에서



세상에 태어나 첫 출근했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가장 많은 것을 기억하고 싶었던 날이지만, 의외로 별 일 없었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장그래의 미래사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혹시 과거사를 떠올렸던 마무리로 가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





바둑두는 사람들에게는 기풍(바둑 두는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작풍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윤태호 작가는 요즘 시작부터 중어뢰를 쏴대는 통에 피해갈 길이 없다. ㅡㅡ;;



** 해고예고수당 :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해고수당 또는 예고수당)을 지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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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만화라면 단연 윤태호 작가님의 " 미생 " 이다. " 이끼 " 가 꽤나 좋은 작품이라 여겨져 아마 이분한테서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것 같지 않아 - 작가 개인에 대한 판단이기보다는 우리나라 만화 환경 자체가 워낙 열악하고, 한 작가가 연이어 뛰어난 작품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 - 낼름 구입했는데, 차라리 " 미생 " 을 구입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ㅡㅡ;;

좋은 작품들을 여건이 되는대로 구입하는 게 뭐 나쁘겠는가마는 책 놓을 자리가 없는 궁색한 공간인지라.. ^^;; 얼마 되지도 않게 구입한 몇 십권의 책들도 진열보다는 쌓기 중심의 배치로 되어 있다.

이렇게 재밌는 작품에 대한 뒷얘기를 작가의 인터뷰 속에서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아직 연재 중이고, 주 2 회인지라 한참 있다가 몰아볼 것 같은데, 그러기에 가끔 작가 인터뷰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기록해 둔다.


http://www.hani.co.kr/arti/SERIES/379/571334.html ( PC 버전 )

http://m.hani.co.kr/arti/culture/music/571334.html ( 모바일 버전 )


...

자기 회사가 원 인터내셔널의 모델이라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회식 자리 나가보면 각 상사의 차장, 부장님들이 모두 ‘우리 회사가 모델이죠?’ 물어요.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는 대우인데, 회의 준비나 절차를 보면 삼성 스타일, 또 어떤 면은 엘지 같고.”

-어두운 만화를 주로 그리다가 일종의 인생지침서나 자기계발서로 분위기를 확 바꿨습니다. 동기가 뭔가요, 혹시 먹히는 걸 한번 해보자?(웃음)

“출판사에서 계약금을 받고도 <이끼> 끝나고 3년 동안은 취재만 했어요. 바둑과 샐러리맨을 연결시킨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두 분야 모두 문외한이잖아요. <가우스 전자>, <무대리>처럼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유머러스한 만화는 많은데, 어떻게 극만화를 만들까 고민이 많았죠. 그렇다고 우리가 혼다를 무릎 꿇리는 식의 성공신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세상 사는 게 힘든 것은 악인 때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내적 모순 때문일 때가 많거든요. 자기 한계, 내 생각의 편협함 때문에 힘든 건데, 자기를 돌아보면서 발전하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회사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만 있을 뿐, 제가 현실을 모르잖아요. 취재하다 보니 다행히 디테일이 살아나고 갑자기 저 스스로 재미있어졌어요. 인생지침서나 자기계발서 같다? 이 책은 사실 제 개인의 고백서예요. 많은 에피소드들이 제가 살면서 후회했던 지점들에 대한 반성이에요. 왜 그때 그 노력을 하지 않았지? 왜 그때 용감하게 그 말을 하지 않았지? 왜 자기 합리화를 하고 도망쳤지? 인정받고 싶은 장그래의 욕망에 제 감정이 많이 이입되죠.”

-어떤 점이 고백적인가요?

“그 친구(장그래)는 바둑 특기생으로 자랐고, 저는 미술 특기생으로 자랐어요. 똑같이 고졸이고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지는 삶이었죠. 저도 세상에 나와서 만화가 아니면 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일반적인 상식의 기초가 떨어지는 사람이에요. 문하생 때는 비슷한 또래끼리 생활하니 별로 부끄럽지 않았는데, 제 이름 달고 데뷔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영어 쓰는 사람 많고, 그런 사람들에게 꿀리는 게 싫어서 알아듣는 척하다가 돌아와서는 좌절에 빠지고, 전화해서 그게 무슨 뜻이었지 물어보고, 무식에 대한 공포가 컸어요.”

...

- 한겨레 토요판 " 김두식의 고백 " 에서 발췌.

출처 : DAUM



일단 지금 여기까지 봤으니 다음에 볼 때 헤매지 않도록 링크를 걸어둔다. ^^;;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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