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퀸 " 과 함께 현대의 영국왕실을 포장해주고,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말더듬이 왕이 야매(?) 언어치료사와 함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야매는 은어로 뒷거래를 의미하는데, 보통 정규자격이 없는 이에게 무언가를 배우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언어치료사가 야매인줄 모르고 치료받다가 나중에 측근(?)들에게 들켜버립니다. ^^;; ) 

호불호가 분명할 영화로 보이는데,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가 박진감이나 흥분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국 왕실이라는 아주 특수한 환경 역시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크게 와닿지 않을테고, ( 요즘은 고상한 척 하기보다는 까놓고 얘기하기를 더 좋아하죠. ) 당시 세계 2차 대전 등의 정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갖추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들 겁니다. 

http://www.imdb.com/title/tt1504320/
  

하지만, 휴먼 스토리나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할 요소는 많아 보입니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 및 발성을 편안하게 뜯어보며 즐길 수 있고, ( 어쩌면 영국식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지도.. ㅎ )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인물이 말더듬이라는 장애(?)를 딛고 일어섬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려는 노력을 신파적이지 않게 풀어냄으로써 감동을 더합니다. 실화였다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죠. 

천오백만불로 추정되는 제작비가 들었다는 데 좀 놀랐는데, 다시 떠올려 보니 고증을 상당히 열심히 한 것 같고, 카메라 움직임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화면 ( 앵글? ) 은 크게 사람의 얼굴표정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부분과 건물 내외부에 중점을 둔 부분이 눈에 띄는데, 스토리의 밋밋함을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대어 활력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 발성에 관한 영화이다 보니 얼굴표정에 집중하다 보면 발음하는 것 역시 비교적 잘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국식 억양이라 ( 혹은 오스트레이일리아식 ) 알아듣기는 어려웠습니다. ㅎ

건물들은 주로 체제나 지위, 혹은 전통에서 오는 억압을 보여주는 듯 했는데, 영국이란 나라는 건물빨이 살아서 제법 운치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안개가 많기로 소문난 영국날씨도 아주 노골적으로 화면에 드러납니다. 

재밌던 건 두 주인공들이 발음을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표현할 때 카메라가 앞뒤로 격하게 움직이는 데, 뒤로 빠지면 등장인물들이 열심히 우스꽝스런(?) 훈련을 하고 있고, 앞으로 전진하면 벽면만 보입니다. 이러면서 발음에서 억양을 중요시하는 영국식 영어의 특징도 같이 비유하는 듯 했습니다.

기승전결을 통해 클라이막스로 다다르는 부분이 좀 파괴력이 약하긴 했는데,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연설은 정말 영어권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얼마나 훌륭하게 연기를 한건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잘 한건 분명해 보이지만 영어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런지요? 

뜯어봐야 재밌을 영화지만, 뜯어보고픈 마음은 쉽게 들지 않을 영화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2010 / 영국,오스트레일리아,미국)
출연 콜린 퍼스,제프리 러시,헬레나 본햄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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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가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해서 좋았고, 영국 특유한 장중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만 아무래도 한계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덧붙이기 : 세계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버팀목이 되었던 처칠은 이 영화에서 아직 수상이 아니었습니다. 처칠을 연기하신 분이 노력은 많이 한 흔적이 보이지만, 들었던 소문에 비해 다소 덜 터프해 보입니다. 

덧붙이기 : 조지6세가 야매 언어치료사를 찾아갈 때, 엘리베이터(?)의 바깥쪽문을 먼저 잠그고 안쪽문을 잠구는 부분이 두 번 나오는데, 아마 착실한 영국왕실의 분위기 혹은 순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왕실은 귀족적인 도도함과 함께 서민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비추려고 한다는 걸 암시하려고 노력하는 듯 합니다. 조지6세와 야매치료사의 만남들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둘은 실제로 오랜 친구로 지냈다고 합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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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지스에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는 " 크레이지 하트 ( Crazy Heart ) " 는 한물간 미국 컨트리송 가수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소 지루하고, 전형적인 스토리를 제프 브리지스 혼자 고군분투하며 이끌어 가는데, 어느 정도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 가끔 찾아볼 만 하다. 일단 무난하게 영화를 완성했다고 본다. 

http://www.imdb.com/title/tt1263670/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여파 덕분인지 700만 달러 가량을 투자에 3천만 달라 가량의 수익을 올렸단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볼 때는 딱 본전치기를 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잔잔한 맛이 좀 통했는가 보다. 


크레이지 하트
감독 스콧 쿠퍼 (2009 / 미국)
출연 제프 브리지스,매기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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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에서 궁금했던 건 영화 중반 주인공이 고속도로를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부분이다. 57 살 퇴물 가수의 평범한 일상에 막 변화가 시작되려는 찰라 이 느닷없는 사고는 뭔가 암시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얼마간 생활하게 된다.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이미 술에 쩔어 스스로의 인생을 다스리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굳이 차사고까지 곁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이게 뭔가를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모르겠다이지만, 주인공이 얼마나 삶을 대충 살아가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새로 생긴 여자친구의 아들을 잃어버릴 때 애타가 찾으며 불쌍해 보일 때 더 동정이 가도록 하는 설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늙은이가 다리를 절며 4살짜리 꼬마를 찾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또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부터 더 이상 다리를 절지 않는다. 즉 전체 스토리에 대한 작은 반영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건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였다. 엔딩 크레딧에서조차 단독 이름이 아닌 캐스트 중 하나로 나오는데, 언제부터 콜린 파웰이 이렇게 추락(?)했는지 모르겠다. 영국 출신에 한때 얼굴로 영화계를 주름잡을 듯 했던 콜린 파웰이라는 배우를 " 킬러들의 도시 " 라는 영화에서 새롭게 보게 됐는데, 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출연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등장이나 크레딧을 보면 그게 아닌 듯 싶다.

영국 출신 배우여서 별로 흥행적이지 않았던 " 킬러들의 도시 " 에 출연한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건 왠 컨트리 가수 이야기에 나오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인다. 연기변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좀 더 비중이 있었어야 된다고 보여지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 노래는 잘 부르더라..^^;; ) 

그래도 콜린 파웰이 얼굴로만 먹고 사는 배우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있는 듯 보여 괜찮았다.



길 위에 살면서 미친 심장이 뛰는대로 행동하다가 말년에 정신차려 그 모든 인생을 있는 그대로 관조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제법 여운이 있다. 마지막 엔딩씬은 그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넓고 광활하고 눈부시게 선명한 자연을 한 화면에 잡고, 자신이 살아온 컨트리 가수의 공연장 뒷켠에서 늦게 만난 연인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다. 

덧붙이기 :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를 잘 하는지는 거의 못 느꼈는데, 아카데미 후보에 꽤 올랐던 모양이다. 이번이 첫 수상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연기의 임펙트나 무시무시함같은 건 잘 모르겠다. 담백한 얼굴이나 먼지가 잔뜩 묻어날 듯한 목소리, 그리고 마초같은 스타일에서 진득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게 허투루 연기생활을 한 사람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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