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 The Godfather)를 여러 번 봐왔지만, 마리오 푸조의 소설판을 읽고 난 뒤 영화의 강렬함과 품격(?)때문에 스토리를 너무 간과했다고 생각되서 소설의 스토리를 영화와 비교해 기록해 둔다. 소설은 늘봄출판사에서 2008년에 내놓은 개정판 1쇄이며, 9부 32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스토리는 돈 비토 코를레오네('꼴레오네'라고도 많이 쓰이지지만, 소설에 등장한 표현대로 쓴다.)가문과 뉴욕의 5대 마피아 가문 간의 혈투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5대 패밀리가 똘똘 뭉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르지니 패밀리와 타탈리아 패밀리가 주축이 되어 코를레오네 가문을 쓰러뜨리려 하고, 나머지 패밀리는 코를레오네 가문의 반대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대부 파트1 영화판의 마지막에 죽는 사람들은 이 두 패밀리에 넘어가서 코를레오네 가문을 배신한 자들이거나 이 두 패밀리의 두목들이다. 

터키에 가족을 거느린 솔로조라는 마약상이 매춘업을 하는 타탈리아 패밀리를 꼬드겨 뉴욕에 자리를 잡으려고 코를레오네 패밀리와 협상을 시작하지만, 대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코를레오네 가문에 이어 가장 강력한 세력인 바르지오 가문과 손잡고 코를레오네 패밀리를 밀어내려 한다. 

책표지

출처 : DAUM 책



영화는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딸 콘스탄지아 코를레오네의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소설에서는 이 때 대부와 만나는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전쟁이 끝나자 불법이민자 신세가 되어야 하는 예비 사위를 딸의 합법적인 남편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 제과업자 나조린이다. 이 만남으로 미국의 시민권자가 된 사위는 영화에서 대부가 병원에 있을 때 느닷없이 등장해 마이클 꼴레오네와 함께 병실을 지킨 인물이다.

소설을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장면이 영화 초반에 대부를 만나러 온 '루카 브라시'라는 인물이 솔로조를 술집에서 만나 암살당하는 장면과 코를레오네 가문 중의 한 일원이 차를 타고 갈대숲으로 가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다. 갱스터 무비에서 이런 상황은 뭔가 본격적인 일이 벌어졌구나 싶은 흥미진진한 상황인데, 소설에서의 설명을 알면 더 재밌다. 

무시무시한 암살자인 루카 브라시는 솔로조 패밀리에 은근히 협조하는 척 접근하라는 대부의 비밀지시를 받은 상황이었으나, 솔로조가 이를 알아채고 먼저 죽인 것이다. 갈대숲에서 죽은 코를레오네 조직원은 대부가 총에 맞은 날 갑작스레 출근을 하지 않아 의심을 받아 제거됐다. 


대부의 3남인 마이클 코를레오네(영화에서는 알 파치노 분)은 아버지를 습격한 솔로조와 이에 협조한 경찰서장을 죽이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숨어지낸다. 이때 영화에서 하얀 손수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대부가 총을 맞아 병원에 있을 때, 경찰서장과 맞닥뜨렸을 때 그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때문이다. 나중에 수술을 하지만, 그전까지는 콧물을 자주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 영화에서는 설명이 없어 혹시 무슨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 

마이클이 시칠리아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그곳에서 결혼한 아내가 자동차 폭발로 죽는다. 이 암살시도가 이루어질 때 도망친 시칠리아 청년이 한 명 있는데, 소설의 끝에서는 이 하수인까지 찾아가 죽인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젊은 시절은 대부 파트2에서 영화화되지만, 소설에서는 이미 3부 14챕터에 등장한다. 비토 코를레오네가 미국으로 도망쳐올 때 도와준 아반단도 가족의 아들이 나중에 비토 코를레오네의 콘실리에리(조직의 참모)가 되지만, 이 내용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아직 '대부' 3부작의 나머지는 읽지 못했다.)

영화에서 패밀리들 간의 정전협정(?)이 이뤄지고 난 뒤,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피의 복수를 하기까지는 실제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 사이 마이클은 아버지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아버지처럼 루카 브라시와 비슷한 심복들도 꾸리게 된다. 

소설에서는 시칠리아에서 마이클을 배신한 청년 파브리지오와 비토 코를레오네의 오랜 카포레짐(조직의 중간보스)이었으나 막판에 배신하는 테지오, 여자와 함께 있던 늙은 필립 타탈리아(아마 영화에서는 안마받다가 죽는 캐릭터인듯), 경찰의상을 갖춰입은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조직원(앨버트 네리)에게 저격을 받아 죽는 에밀리오 바르지니, 그리고 비토 코를레오네의 큰아들이자 마이클의 형인 소니(산토니) 코를레오네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콘스탄지아의 남편 카를로 리치가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에서는 워낙 카타르시스가 넘치게 편집한 탓에 무지 많이 죽는 것 같지만, 실상은 5명이다. 물론 그 후 나머지 잔존세력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소설에서도 그런 게 있었다는 정도로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명대사들이 많은데, 그동안 잘 들어보지 못했으나 소설에서 새삼 강렬했던 것을 기록해둔다. 코를레오네 조직원이 파브리지오를 죽일 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준다. 
"파브리지오,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안부를 전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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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됐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 제목이 곧 내용이길 바라는 마음에 관람했으나, 제목은 제목일 뿐이었고, 오늘날의 한심한 언론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은 함께 고민해 보자는 명료하고 건전하고 교과서적인(?) 메시지만 들어있었다. "슬기로운 해법"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는 모양새다. 

어떤 정치체제 혹은 경제체제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건전한 사회일수록 장점들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다. 언론은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드러나는 폐해 중 하나인 자본권력들을 감시하기 위한 사회적인 도구이다. 따라서, 언론이 추구해야할 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진실이다.

스틸컷

출처 : DAUM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은 없을지 몰라도 진실을 가늠해보겠다는 노력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실제 사실들을 아낌없이 왜곡하고 가려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게 지금의 언론이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모습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았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평화의 댐" 시절에는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슬기로운 해법"은 이런 암울한 현실들의 최신 버전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자본권력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 속에서 언론이 어떻게 자본권력의 시녀이자 서민들을 향한 또다른 권력자로 변질되어왔는지 그 과정을 객관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어떻게 언론신문들을 길들여왔고, 검찰등의 권력기관에 언론이 얼마나 쉽게 동조해 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떤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라는 닫힌 결론 대신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겪어야 했던 사례들을 보여준 뒤, 함께 해법을 고민해 보자고 짧게 마무리 한다.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관객 스스로 고민해 보라고 넌지시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와치맨"이라는 그래픽노블에 이런 말이 있다. "감시자들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 

스틸컷

출처 : DAUM



우리나라 언론이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근대사를 보면 꽤나 바른 소리를 해서 힘든 시절도 있었고, 학생,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증인이 되기도 했었다. 언젠가부터 언론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체 방관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국민TV, 뉴스타파 등등 여러 매체(?)를 통해 비교적 독립적인 언론(?)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운영을 위한 자금일 수도 있겠지만, 먼저 시급한 건 많은 관심이다.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점을 얘기하고 있다.
객관적인 언론은 없다는 것.
결국 판단은 모두 독자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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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든 감독조차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요즘의 분위기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본래 의도가 비교적 분명해 보임에도 동떨어진 해석이 주류를 이뤄 저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바웃타임"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주 추천할 만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치면 지루한 편이지만, 드라마영화로 보자면 꽤 유쾌하고 밝은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워킹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들어왔다. "어바웃타임" 역시 영국적인 배경에 미국의 발랄하고 매력적인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익숙한 설정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여행"이라는 SF적인 요소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바웃타임" 역시 업그레이드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로맨스를 많이 담고 있는 인생성찰에 관한 드라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권하는 바이다. 영화 포스트에 나오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름다운 미소보다는 "About Time"이라는 제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 ^^;;

"어바웃타임"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영화다. 단지 주인공에게 과거의 실수나 마음에 들지 않은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여행능력을 줌으로써 영화가 유쾌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능력은 코미디를 더 웃기게 만들 수도 있고, 영화 "나비효과"처럼 아주 비비꼬아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과 시간여행 능력이 있는 캐릭터들은 아주 소극적으로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맺어지기까지 벌어지는 영국식(?) 코미디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으면 한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아주 지루해질 수 있다. 둘의 연애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의 로또번호를 알아내서 오늘 사두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여행능력을 단지 아버지가 돈에 눈이 먼 부자들이 불행하다는 충고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능력을 사용하는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의외로 가치있고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미 경험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순간을 즐기려는 자세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영화는 어설픈 점이 많다. 시간여행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왜 미미한지도 알려주지 않고, 시간여행의 결과는 대개 주인공에게 좋은 쪽으로만 결론지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훈훈한 웰메이드 영화의 표본을 보여준다. 단순히 가족이 최고다라든가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아닌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인생의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훈훈한 영화들은 대개 추억팔이의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어 이 영화가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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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문득 친구가 내뱉은 우연한 한 마디가 "변호인"의 느낌을  그렇게 잘 대변해 줄 수 없었다. 어떤 느낌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 역시 후끈 달아올라버린 상황이었기에 "덥다"라는 말이 절로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에 아주 나중에 입소문이나 매체를 통해 확인한 후에 보려고 생각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표까지 예매한 친구 덕에 훈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후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치기어리고 섣부른 이들이 갑자기 박수나 치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도 잘 뽑아냈고, 희미해진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들도 다시 일깨우는 연출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기대치 이상이었지만, 송강호만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 (송강호는 평소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흠이다. 관상에서나 여기서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

워낙 완성도가 높아 어떤 감독인지 찾아보니 양우석이란 사람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첫 데뷔작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앞으로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명작이라고 하기에 조금 아쉬운 건 역시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거나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전에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가장 제대로 구현해 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김영애님의 관록있는 연기는 정말 오랜만인데다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였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밝힌 후, 엔딩부분에서 그 분의 대통령 재직시절의 잘잘못을 언급했다면 아마도 새로운 정치영화나 그 비슷한 혁신으로 명작계열에서 논의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대중성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치인 관련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미 나왔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접하지 못했다. ^^;; 

감독의 관련 인터뷰를 보니 "살아가는 치열함"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동떨어진 느낌인 것도 아쉽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의미들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학교 시절 -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 저녁 무렵에 어떤 음악이 나오면 국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던 기억이 조금 있다. (영화에서는 아주 희극적으로 멋지게 등장한다!) 커서는 그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뭔가 엄청난 동질감내지는 무게감을 느끼곤 했었다.

국가가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변호인"은 그런 부분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당시 어머니들의 모습과 섣부른 청춘들의 모습과 나약했던 아버지들도 함께.. 아쉽게도 지금의 어른남자 대부분도 그러고 있다고 보여지고.. 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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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갱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흔한 아저씨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갱스터 필름들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무게나 질감은 아직 옛날의 그것만 못한 것 같다. 가끔 빠르고 현란한 액션에 질린 듯한 기분이 들때면 오래 전 멋졌던 갱영화를 다시 보려고 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 

칼리토는 명작 갱스터 영화들의 대열에 합류해도 될만하다고 판단되지만, 아쉽게도 명작들이 너무 많아 잘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인지 흔한 케이블TV에서도 잘 접하지 못해 직접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요즘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영상물을 잠시 빌려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자료센터나 영상자료원 같은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칼리토는 기억하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십수년 전에 몇 번이나 봤음에도 감독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고, 스릴러 못지 않게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묵직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장기인 스릴러, 서스펜스가 잘 작동하는 바람에 너무 가슴만 졸였던 탓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 대사의 의미들을 이해할 만큼 나이만 쳐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ㅡㅡ;;

알 파치노는 갱스터 영화를 정말 많이 찍었는데, "대부"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를, "스카페이스"에서는 쿠바에서 밀항한 성격파탄자 깡패역을, "칼리토"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성실한(?) 깡패를 연기했다. 예전에는 알 파치노가 갱역할만 주로 해서 로버트 드 니로에게 약간 밀린다고 생각했지만, 헐리웃 영화를 많이 보게 되니 발음이나 연기 스타일을 눈동냥해 다시금 감탄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여러 곳에서 잘 살펴보라고 안내하는 얘기들을 주워들은 덕분이기도 하다. ^^;; 

갱스터는 프랑스 갱영화 이후로 오랜만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충분히 배어있는 영화다. 감옥에서 썩을 뻔 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은 한 간부급 갱이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거의 그림자들로부터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엔딩 부분을 예전에는 불운한 영웅의 최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조적으로 인정하는 담담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갱스퍼 무비에서 주인공 갱이 어차피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나지만 최후를 맞게 되는 설정은 이제 흔해 빠졌지만, 그 노력에 스스로 만족해 하는 뉘앙스를 비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 전 프랑스 영화에서나 가끔 봤던 것 같기는 하다. ^^;; 개인적으로는 헐리웃 영화에서 그렇게 안간 힘을 쓰던 갱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초라하게 죽어가는 게 무지하게 씁쓸했다. 심지어 주인공의 독백조차 스스로를 버리는 듯한 느낌일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ㅡㅡ;;

주인공 칼리토만은 끝내 자신의 스타일인 우정과 신뢰를 지켰을 뿐 주변의 인물들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배신한다는 게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한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많은 배신이 난무하는 영화도 정말 흔치 않다. 그 와중에도 꿋꿋한 주인공이 안쓰럽기만 하다. 

영화 초반 칼리토의 독백에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 결말을 잊게 할 정도의 연출력을 선보이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수작 중 하나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이미 "칼리토" 이전에 남미 계열의 갱스터가 주인공인 "스카페이스"를 연출했기에 이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나중에 각본을 보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사빨이 있다고 추측해도 좋다. ^^;; 

"지 아이 제인"(G.I. Jane), "반지의 제왕"에서 엄격한 군인, 품위있는 용사로 열연한 비고 모텐슨의 비굴한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숀 펜은 자신의 영화에 투자할 돈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주 열연을 펼쳤다. 정말 인간쓰레기 복사판이었다. 

재미있는 건 칼리토(알 파치노)가 자신을 배신한 클라인펠트(숀 펜)에게 응징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장면인데, 원작에 없는 부분이었고, 알 파치노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는 납득하고 멋진 장면이 됐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나중에 나온 명작 갱스터 중 하나인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도시를 떠나기 전에 배신자를 처리하는 부분과 아주 비슷하다는 점이다. "히트"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등장하는 명작 갱스터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장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는데, 영화 초반 칼리토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화장실에서 빈 총으로 허세를 떨며 도망치는 장면과 여자친구인 게일(페넬로네 앤 밀러)가 일하는 곳에 갑작스레 찾아가 서로 당황해하며 만나게 되는 장면, 그리고 게일의 아파트에서 문 틈으로 칼리토가 게일을 바라보며 갈구하는 장면이다. 문고리가 걸린 상태에서 영화음악 "You are so beautiful"이 흐르자마자 박차고 들어가는 칼리토의 모습에서 격하게 공감이 간다. 나이 40줄이 되면 알게 된다. ㅋㅋㅋ 뭐 이성적으로는 한심하게 보지만,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뭔가 겉과 속이 다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정신적인 트위스터라고나 할까? ^^;; (뭔소린지는 스스로도 모름을 양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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